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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크 밴드 ‘마태오’의 정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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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 예비군 복장 플래시 세례 받다

[문화인]펑크 밴드 ‘마태오’의 정진용

얼마 전 예비군 복장을 한 펑스(punx, 펑크 음악과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가 촛불집회에 나와 화제가 됐다. 짧게 자른 머리에 울긋불긋한 닭벼슬, 거기에 예비군 복장까지 했으니 사람의 이목을 끄는 것은 당연. 그는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가장 많이 받은 시위대 중 한 명이 됐다. 그의 모습이 담긴 사진은 인터넷 사이트 이곳저곳으로 옮아갔고, 자연스럽게 그의 ‘정체’가 알려졌다.

그는 펑크밴드 ‘마태오’의 보컬이자, 길거리에서 슬램(록 밴드 공연 중 관객끼리 서로 몸을 부딪히고 뛰면서 노는 행위) 퍼포먼스를 하는 ‘죽음의 슬램군단’(죽슬단)의 운영자 정진용씨다. 그는 펑크신(펑크공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고,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2005년 MBC의 ‘음악캠프’ 생방송 도중 록밴드의 멤버의 노출이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 정씨도 그 무대에서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욱일승천기’를 입고 올라가서 퍼포먼스를 벌여 비난을 받았다. 그 사건 이후 홍대 부근 클럽에서 조용히 활동해왔지만, 이번 촛불집회에 예비군 복장을 한 펑스로 다시 이슈가 된 셈이다.

“촛불집회에는 사복을 입고 여러 번 참가했다. 그런데 예비군 복장을 입은 이들이 시위대와 전경 사이에서 폭력집회로 번지지 않게 중재하는 것이 의미가 있어 보였다. 나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예비군복을 입고 나갔는데, 그게 이슈가 된 것이다. 나도 군대를 다녀왔고, 벌써 예비군 4년차다.”(웃음)

펑크신에서는 촛불집회에 대한 호응도가 적은 편이다. 정씨는 “촛불집회를 마치고 홍대 클럽으로 돌아오면 딴 세상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하지만 펑크가 정치적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촛불집회에는 펑스가 아닌 시민으로 참여하고 있다.

2005년 ‘음악캠프’ 사건 이후가 궁금했다. 그는 무대 위에서 퍼포먼스만 했기 때문에, 처벌받지 않았다. 하지만 무대 위에 욱일승천기를 입고 올라왔다는 것 때문에 많은 사람에게 비난을 받았다. 그는 “그날 입은 옷은 영국 밴드 클래시가 일본 공연을 할 때 가미가제를 비꼬는 의상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시청자의 눈에는 그런 의도가 보이지 않았던 것.

그는 음악캠프 사건이 터진 후 홍대 클럽에서 활동하는 동료를 위해서 조용히 지내면서 다양하게 활동했다. 2006년에는 극단 ‘멀쩡한 소풍’이 만든 뮤지컬 ‘어느 락커의 바지속 고백’에 자문으로 참여했다. 이 작품이 음악캠프 사건을 소재로 펑크 밴드의 삶과 애환을 그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2006년 8월부터는 죽슬단 활동을 시작했다. 죽슬단을 만든 이유는 클럽 입장료가 없어서 공연을 보지 못하고 홍대 거리에서 방황하는 젊은이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돈이 없어도 클럽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거리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슬램 퍼포먼스를 생각한 것. 처음 시작할 때는 회원이 고작 8명이었지만, 지금은 회원 수가 400명이 넘고 있다. 지금까지 홍대·강남·신촌·코엑스 등에서 퍼포먼스를 벌였다.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욕을 듣기도 하고, 안전요원에게 쫓겨나는 등의 에피소드도 많다. 정진용씨는 행인과 시비가 생기지 않게 조절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27일에는 펑크 밴드 ‘마태오’를 결성했다. 멤버가 6명인데, 정씨는 보컬을 맡고 있다. 얼마 전 홍대 클럽에서 첫 공연을 했다.

“제대 후 독립하고 배달 아르바이트 일을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았다. 지금 목표는 직업훈련학교에 들어가 기술을 배워서 직업을 찾아야 하고, 펑크 밴드 활동도 열심히 하는 것이다. 마태오를 크라잉넛이나 노브레인처럼 실력 있는 밴드로 만들고 싶다.”

정진용씨는 보통 젊은이와 다르게 살고 있다. 남들은 “왜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렵게 사냐”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솔직하게 세상을 사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 펑크는 외모가 아니라 삶의 태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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