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리포트

54세 어린 아내와 사는 노벨상 수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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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전닝 박사 부부가 한 행사장에 들어서는 모습.

양전닝 박사 부부가 한 행사장에 들어서는 모습.

바야흐로 노벨상 계절이 돌아왔다. 중국 사람으로 노벨상을 받은 사람은 모두 6명이다. 이들은 모두 미국 국적으로 물리학상이나 화학상을 받았다.

아무튼 중국인으로 노벨상을 가장 먼저 받은 사람은 양전닝·리정다오 박사로 1957년 소립자 연구로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10월 11일은 이들이 노벨상을 받은 지 50년이 되는 날이다.

양전닝 박사(85)는 미국 영주권자지만 현재 중국 칭화대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중국 언론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뉴스 메이커’다. 그가 매스컴의 초점이 되고 있는 것은 54세 연하의 젊은 아내 덕분이다.

양 박사는 2004년 12월 24일, 82세의 나이로 당시 28세이던 광둥 무역대학 대학원생 웡판과 결혼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두 사람 다 재혼이었다. 양 박사의 부인은 국민당 장군의 딸로 2003년 10월 세상을 떠났다. 양 박사는 아내가 세상을 떠난 그해 말 칭화대로 부임해 신입생들을 위한 물리학 특강을 시작했다. 웡판은 광둥성 산터우 대학을 졸업한 직후 결혼했으나 곧 헤어졌다.

두 사람의 인연은 양 박사 부부가 1995년 산터우 대학에서 열린 국제물리학세미나에 참석했을 때다. 당시 대학생이던 웡판이 통역으로 안내한 적이 있었다. 당시는 그냥 스쳐갔을 뿐이었으나, 2004년 2월 웡판이 베이징에 온 양 박사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인연이 다시 이어졌다. 양 박사는 마침내 “젊음이란 나이보다 정신에 달린 것”이라고 청혼했고 웡판이 이를 받아들여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양 박사 부부는 요즘 초청 강연을 하느라 홍콩을 비롯해 광저우, 난징 등 중국의 유명 대학을 두루 다니고 있다. 행사장마다 부부가 손을 잡고 다정하게 걸어오는 모습이 언론에 자주 소개되고 있다. 젊은 아내는 처음에는 외부 행사에 참석할 때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기는 하지만, 지금은 많이 적응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양 박사는 젊은 아내에 대해 침이 마르게 칭찬하고 있다. 그는 광저우 중산대학에서 특강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아내 덕분에 회춘을 했다”며 “혼자 있을 때보다 에너지가 10배는 더 많아진 느낌”이라고 노익장을 과시했다. 젊은 아내도 나이든 남편에 대해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한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웡판은 남편이 새벽에 일찍 일어나면 자신이 잠을 깰까봐 화장실에게 가서 신문을 보고 있다며 세심한 배려에 감사해했다.

양전닝 박사는 1922년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국비 유학생으로 미국을 다녀온 교수였다. 그는 국민당과 공산당의 국공내전으로 어수선하던 1945년, 국민당 정부의 국비 장학생으로 미국 조지아대학으로 유학을 갔다. 1948년 26세의 나이로 박사를 땄다. 1949년부터 박사후과정으로 프린스턴 고등연구원에 가서 소립자 연구에 몰두했다. 그는 “노벨상 수상 직전 일면식도 없는 스웨덴 기자가 뉴욕으로 취재차 오겠다”고 밝혀 노벨상을 받는구나 하고 직감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공동 수상자인 리정다오 박사 외에 중국계 여류학자인 우젠슝 박사(1912~1997·위안스카이의 손자 며느리)도 함께 연구했으나 공동 수상을 하지 못한 것이 지금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라고 밝혔다.

<홍인표 경향신문 베이징 특파원 iph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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