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륙붕 석유 발견 가능성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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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발달로 비용 줄어 탐사 활발… 고유가로 인한 경제성 제고도 한몫

우리나라를 산유국으로 만든 ‘동해-1 가스전’.

우리나라를 산유국으로 만든 ‘동해-1 가스전’.

1976년 1월15일. 전국은 흥분의 도가니였다.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경북 포항(영일만)에서 석유가 발견됐다고 발표했기 때문. 이제 우리나라도 산유국이 된 것이다. 1970년대초 오일쇼크 이후여서 그 감동은 대단했다. 하지만 이는 해프닝으로 끝났다. 있나 없나 논란을 거듭하더니 슬그머니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난 것. 정통성이 없던 유신정권 시절 얘기니, 정권 보존 차원에서 꾸며낸 일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세월은 화살과 같이 흘러, 22년 후인 1998년 7월 다시 전국이 술렁였다. 경남 울산 남동쪽 60㎞ 지점에서 매장량 2500억 입방피트에 달하는 천연가스층이 발견된 것. 소위 ‘동해-1 가스전’이 최초로 확인된 것이다. 물론 석유도 발견됐다. 이곳에서는 현재 하루 평균 가스 5000만 입방피트, 초경질원유 1000배럴을 한국가스공사와 S-Oil에 공급하고 있다. 동해-1 가스전으로 우리나라는 산유국 대열에 올라설 수 있었다. ‘기름 한 방울 안 나오는 나라’라는 표현은 더 이상 쓰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서 따져볼 것이 있다. 바로 매장량이다. 이 광구의 가스 매장량은 우리나라 연간 가스사용량의 2%에 불과하다. 석유 매장량은 계산이 안 될 정도로 적다. 비록 경제성이 있다고 할지라도 매장량의 극히 적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석유가 안 나온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산유국이라고 당당하게 부르기에는 낯 뜨거운 수준인 것. 2005년 현재 우리나라는 석유수입 세계 5위, 석유소비 세계7위로 소비원유의 거의 전량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해외에까지 나가 석유개발을 하고 있지만 자주 원유개발률은 4.1%에 머무르고 있다.

서해안서 유망구조 2개 발견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석유가 ‘펑펑’ 나올 수 있을까. 과거 잣대로만 본다면 분명 가능성은 희박하다. 거의 제로에 가깝다. 내로라하는 외국 메이저 석유개발회사들이 1970년대부터 국내 석유탐사에 나섰으나 모두 실패했다. 하지만 1998년 동해-1 가스전이 발견됐으니 과거의 데이터는 폐기처분해도 된다.

석유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곳은 역시 육지보다는 바다다. 육지는 석유가 없는 것으로 이미 판명이 났다. 특히 대륙붕에서 석유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대륙붕은 석유나 천연가스의 저장고 역할을 해 부존가능성이 높다. 동해-1 가스전도 역시 대륙붕에 있다. 대륙붕은 해안에서 수심 200m까지의 완만한 해저지형으로 비록 바닷속에 있지만 대륙지각이다. 특히 서해지역 대륙붕은 부존가능성이 상당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미 서해의 중국 수베이 분지에서 약 3억 배럴 규모의 유전이 발견돼 하루 3만 배럴을 생산 중이다. 중국은 추가로 유전을 찾기 위해 이 지역의 탐사를 계속 확대하고 있으며 유전을 발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도 서해 대륙붕을 2002년부터 2004년까지 물리탐사를 벌여 2개의 유망구조를 발견했다. 남해지역 대륙붕도 석유가 나올 가능성이 충분하다. 남해안에 인접한 중국 광구에서 핑후 유·가스전, 춘샤오 가스전이 가스 등을 생산 중이다. 남해의 한·일공동개발구역(JDZ)은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일본과 공동 물리탐사를 벌인 결과 2개의 유망구조가 나와 일본측과 시추를 협의 중이다. JDZ는 1970년대말부터 탐사가 시작됐으나, 성과가 없어 1980년대 중반 이후 탐사가 중단됐다가 2001년 12월 한·일 산업장관 간의 한·일공동개발구역 공동탐사 실시에 합의한 이후 탐사가 재개됐다.

동해 대륙붕 인근의 심해저(수심 300~2000m)도 석유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1992년을 끝으로 국내에서 철수했던 외국 메이저 석유개발회사가 최근 국내에 다시 돌아와 심해저 유전탐사에 나선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호주 우드사이드사는 동해-1 가스전에서 석유와 가스가 나오자 인근 심해저에도 석유·가스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올해부터 본격적인 탐사를 벌일 예정이다. 이 지역은 동해 울릉 분지 제8광구 및 6-1광구 북부지역 일부로 깊이가 1000∼2000m에 이르는 심해저지만 대륙붕 지역에 속한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유전개발의 가능성을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 회사들 한국탐사에 관심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과거에 발견하지 못했던 석유가 어디서 툭 튀어나온 것일까. 물론 과학이 발달해서다. 탐사기술이 발달하니 적은 자본으로도 석유 매장을 확인할 수 있다. 심해저의 경우 고난이도 기술이나 대규모 자본이 필요해 과거에는 석유탐사가 쉽지 않았다. 고유가로 인해 경제성이 높아진 것도 이유다. 석유값이 크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시추비용이 적게 들어 웬만한 유전도 개발하게 된 측면도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올해부터 2016년까지 가스 6000억 입방피트, 석유 1억 배럴의 추가매장량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매년 약 600억 원을 투자해 시추공을 2~3개씩 뚫을 예정이다.
그렇다면 과연 진정한 산유국이 될 수 있을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유전 발견 확률이 30%를 밑돈다는 점이다. 낙관이나 비관은 아직 이른 시점이다.

외교마찰 빚는 대륙붕 분쟁

바다에서의 석유개발에는 한 가지 난관이 있다. 바로 영토문제다. 일본 정부가 과학탐사선을 독도 연해 근처에 파견하겠다는 뉴스로 우리 국민을 분노케 한 적도 있다. 국가간 영토분쟁이 에너지전쟁으로 바뀐 것이다. 특히 대륙붕이나 심해저는 인근 국가와 영토분쟁에 휘말릴 개연성이 높다. 서해나 남해 대륙붕, 동해 심해저에서 엄청난 매장량의 유전이 발견된다면 인접국인 중국이나 일본이 자기 영토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실제로 중국과 일본은 동중국해에서 분쟁을 벌였다. 중국은 2004년 일본이 정한 배타적경제수역(EEZ) 경계 근처인 동중국해 츈사오 가스전에 대한 채굴시설 을 건설하자 일본이 자원 배분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두 나라간에 외교 마찰을 빚었다.

중국은 우리나라와도 갈등을 빚은 적이 있다. 전북 군산시 앞바다 ‘서해 2광구’ 일대 대륙붕 300㎢에서 석유 탐사작업을 벌이자 중국이 해양주권 침해 가능성을 제기한 것. 산업자원부 이승우 유전개발팀장은 “서해안 수심은 40~50m라서 국가간 대륙붕 경계를 중간지점으로 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서해 2광구 일부 지역에 대해 중국측이 자기 대륙붕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산자부는 현재 분쟁이 없는 지역 위주로 탐사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도 물론 분쟁지역에서 탐사를 자제하고 있다. 이 팀장은 “분쟁지역은 유엔해양법상 양국이 합의해야 한다”면서 “중국과 대륙붕 협상을 통해 합의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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