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산책

교양 바둑 안암골 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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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이 고려대학교에 들어간다. 내년 학기부터 2학점 교양과목으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일단 교두보만 확보되면 그 다음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바둑산책]교양 바둑 안암골 입성

그런데 고대가 바둑을 교양과목으로 채택한다고 하니,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잘하면 바둑학과가 또 하나 생길지도 모르는 것 아닌가. 선의의 경쟁상대가 생기면 새로운 자극을 받을 것이다. 경쟁은 발전의 원동력이다. 덜 외롭기도 할 것이다.

고대가 바둑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알려지기 시작한 일이다. 바둑강좌가 생길 것이라는 낌새도 있었다. 우선 프로기사 재학생이 많다. 김명완·안달훈·하호정 등이 재학생이며 여류프로의 정상 조혜연 6단이 고대를 지망하고 있다. 프로기사나 프로기사를 꿈꾸는 한국기원 연구생 등이 많기로는 당연히 명지대 바둑학과가 으뜸이고 프로기사 재학생도 외국어대가 고대보다 많기는 하지만, 외대에는 아직 바둑강좌가 없다. 외대에는 한때 8명이나 적을 두고 있었다. 요즘은 조한승, 최철한, 원성진, 강지성, 박정상, 한해원 등 6명.

고대에는 선배 프로기사가 있다. 심종식 6단과 한철균 7단이다. 2명이면 많은(?) 숫자. 프로기사를 2명 이상 배출한 대학은 별로 없다. 예전에 바둑을 갖고도 매년 고연전-연고전을 벌이며 치열하게 격돌했던, 라이벌 연세대에 프로기사 졸업생이나 재학생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좀 신기한 일이다.

고대는 또 어윤대 총장과 김균 교무처장 등이 애기가다. 바둑과 고대가 좋은 인연을 맺은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거다. 게다가 한철균 7단이 열성적으로 움직였다. 그는 승부보다는 보급 쪽에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 바둑도장을 운영하는 한편 바둑TV, 스카이TV, 그리고 성남의 케이블방송 아름TV 등에서도 해설하고 있다.

고대는 올해 개교 10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하는 여러 행사가 줄을 잇고 있는데, 그중에 바둑 프로그램 두 개가 굵직하게 자리를 잡았다. 하나는 지난 5월, 고대 출신 저명인사들과 재학생 프로기사들이 벌였던 고대 동문 프로-아마대항전이고, 또 하나는 오늘 10월 29일로 예정되어 있는 ‘개교 100주년 기념 전국대학바둑축제’다. 여기에는 OB연맹전, YB최강전, 연세대와의 교류전, 프로기사 지도다면기 및 팬사인회 등이 포함되어 있다. 연세대와의 교류전은 말하자면 바둑 고연전의 부활인 셈인데, 이번에 두 학교에서 30명씩이 출전, 모처럼 대규모 전면전을 벌인다. 동문 프로-아마 대항전과 전국대학축제, 이 두 행사는 고대의 교양바둑 강좌 신설을 축하하는 화려한 전야제 한마당이 될 것으로 보인다.

1970년대는 대학 바둑의 전성기, 춘추전국시대였다. 서울대, 연대, 고대, 외대 등에는 아마 정상급 강자들이 즐비했다. 이들은 대학바둑 패자(覇者)의 자리를 놓고 정규전 외에도 수시로 교류전을 벌이며 각축했다. 그때의 맹장들이 오늘 10월, 고대 교정에서 무림대회전을 벌인다. 이제는 모두 50대 안팎. 실력이나 체력이 예전 같기야 하겠냐마는, 모두들 아무나 덤벼라, 오래간만에 손 좀 풀자, 매운 맛을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투지와 호언장담은 여전하다. 아니 더하다.

바둑의 ‘고대입성’이 대학 바둑 부활의 기폭제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전통적인 강호, 현역 프로기사를 제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외대에도 바둑강좌가 생기기를 기대한다. 라이벌 연대도 분발해야 하지 않는가.

<바둑평론가 이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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