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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수술’ 의사들이 할 짓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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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업계에서 유령수술이 빈번히 행해진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러나 적발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고, 유령수술로 피해를 입어도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친다. 한 의사는 “유령수술은 심각한 범죄”라고 지적한다.

‘안면윤곽 패키지 390만원(18% 인하). V라인 종결 윤곽술 49만원(38% 인하). 마이크로텍스처 가슴보형술 330만원(이벤트가)….’

수술도구를 정리하는 모습(기사와 관련없음). / Pixabay@David Mark

수술도구를 정리하는 모습(기사와 관련없음). / Pixabay@David Mark

대한민국의 성형시장은 말 그대로 대형 쇼핑몰 수준이다. 사람들은 집에서 일어나 학교나 직장을 오가는 내내 버스, 지하철 및 정류장에서 성형외과 광고물을 본다. 심지어 “이번 정차하실 곳은 ○○성형외과입니다”라는 음성광고까지 들을 수 있다. 하루종일 손에 쥐고 다니는 스마트폰도 성형광고가 장악한 지 오래다. 인터넷 포털을 열면 배너형 성형광고가 뜨고, 유명 개그맨이 모델로 활동하는 성형앱 등 각종 광고수단이 넘쳐난다. 자신의 얼굴을 인공적으로 ‘예쁘게’ 만든 얼굴과 비교하며 콤플렉스를 키우는 많은 사람들은 이 같은 형태의 광고에 현혹되고 만다.

성형수술 후기는 성형광고 앱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단골 메뉴’다. 눈매 교정, 밑트임, 광대 축소(옆광대), 코(비중격연골), 코끝수술 등 총 5가지 성형수술을 한 여성이 자신의 수술 전후 사진을 올렸다. 언뜻 봐도 수술 전후가 전혀 다른 얼굴이다. 그는 “콤플렉스가 심했던 부분도 원하는 느낌으로 바뀌었고, 매일 셀카를 찍는다. 얼굴에 자신감이 생겼다. 수술하고 점점 예뻐지는 모습에 만족한다”는 후기를 함께 적었다. 어디에도 수술 및 회복과정에서 겪게 되는 각종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후기 밑에는 60여개의 댓글과 850개의 ‘좋아요’가 등록됐다. 사람들은 ‘이렇게 예뻐질 수 있는 것이냐’, ‘원장님 정보를 달라’, ‘윤곽비용을 알려달라’, ‘눈매 교정, 밑트임, 광대 축소 비용을 알려달라’, ‘사각턱은 어떻게 했나’ 등의 질문을 던졌다. 사각턱을 갸름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피부와 근육을 가른 뒤 전기톱 등으로 뼈를 깎는 위험한 수술을 거쳐야 하지만 이 같은 위험성은 무시된다. 예쁜 눈, 예쁜 코, V라인 턱과 볼록한 이마, 풍만한 가슴 등을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고통은 홍보되지 않는다.

성형수술은 극단적으로 말해 미용실에서 펌을 하는 수준으로 일상화되고 있다. 연예인들은 각종 프로그램에 나와 자신의 안면윤곽수술 과정을 무용담처럼 말하고, 앞트임과 뒤트임을 한꺼번에 하는 바람에 눈이 제대로 안 감긴다는 말을 농담처럼 한다. 코 보형물 삽입술 등은 개그 소재로 전락했다. 사람들은 결국 분별력을 잃은 채 이벤트나 유명 연예인이 수술했다는 병원을 찾아 성형을 결정한다.

그렇다면 한 해에 성형시술 또는 수술을 받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공식적으로 집계된 숫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각 병원이 어떤 방식으로 보험 청구를 했느냐에 따라 같은 수술을 놓고도 다른 항목으로 집계될 수 있고, 할인을 통해 현금결제를 유도하는 방식이 만연해 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또 일부 대형 병원은 봉직의들에게 월급의 일부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등의 방식으로 매출을 축소하기 때문에 정확한 성형건수나 규모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다만 성형외과 의사들의 말로만 전해들을 수 있었다.

“정말 큰 성형외과 병원은 성수기의 경우 하루에 1500명의 환자가 다녀간다.” 한 성형외과 전문의의 말이다.

한 해 성형수술 받는 사람 몇 명일까?

성형 성수기인 방학이나 긴 연휴기간에 대형 성형외과병원을 찾는 환자가 하루에 적게는 500명, 많게는 1000명이 넘는다는 성형외과 의사들의 얘기를 들었지만 믿기 어려웠다. 한때 강남의 대형 성형외과에서 근무하다 지방에 개업한 한 전문의는 “내가 대표원장은 아니었으니 하루에 방문하는 환자 수를 전부 세어볼 수는 없었지만 성수기에는 화장실 갈 시간이 없어서 소변을 참으며 수술한 적도 있다”며 “과장된 숫자가 아니라는 게 더 놀랍지 않으냐”고 말했다. 한때 유령수술을 했던 한 의사는 “한 달에 700~800명의 환자를 수술했다”고 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9년 7월 24일 현재 국내의 성형외과 전문의는 1944명이다. 그런데 성형시술 또는 수술을 하는 의원 및 병원은 전국에 1만여개에 달한다. 한 명의 성형외과 전문의가 하나의 성형외과의원을 운영한다고 쳐도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수치다. 이를 놓고 한 정형외과 전문의는 “우리나라에는 외과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외과 전문의는 같은 달 기준 6160명, 정형외과 전문의는 6398명, 신경외과·흉부외과가 각각 2860명, 1123명이 등록돼 있다. 그런데 왜 “외과의사가 없다”고 하는 걸까. ‘○○외과 전문의’라는 자격증이 없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메스를 드는 데 아무런 법적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다른 과를 전공했거나 심지어 전문의가 아니더라도 진료과목에 성형을 집어넣기만 하면 각종 성형시술 및 수술이 가능해진다는 말이다.

그러나 다양한 신경과 근육이 배치돼 있는 인간의 얼굴에 메스를 대 성형수술을 기술적으로 해낼 수 있는 의사는 소수에 불과하다. 진료과목에 ‘성형’을 넣어 돈을 끌어모으고 싶어도 성형수술을 할 만한 실력이 없는 의사들이 더 많다는 말이다. 그런데 때마침 종합편성채널(종편)이 생기면서 일명 ‘쇼닥터(show와 Doctor의 합성어)’들이 대거 탄생했다. 종편이 출범하기 이전에도 지상파 아침방송 등을 중심으로 방송에 출연하는 의사들이 일부 있었지만 종편 출범 이후에는 쇼닥터가 넘쳐났다.

쇼닥터는 사실상 성형외과병원의 ‘얼굴마담’ 역할을 한다. 일부 쇼닥터는 성형외과 전문의 자격증이 없어도 전문의처럼 각종 성형시술에 대한 정보를 현란하게 제공한다(심지어 불법이 아니다). 성형을 원하는 사람들은 ‘방송에서 한 번 봤던’ 그 의사를 찾아 성형상담을 하고 수술대에 눕지만 정작 환자의 몸에 칼을 대는 사람은 ‘쇼닥터’도 아닌 ‘유령의사’들이다.

‘유령의사’의 종류도 다양하다. 의대를 졸업하자마자 취업한 의사에서부터 성형과는 관련이 없는 산부인과 의사도 있다. 코수술에는 이비인후과 의사가, 안면윤곽수술에는 치과의사가 유령의사로 등장하기도 한다. 심지어 의사자격 정지상태인 의사들도 유령의사로 활동한다. 일부 병원에서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의사를 대신해 각종 마취제 투입 및 지방흡입술을 한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환자들은 이 사실을 전혀 알 수 없다. 환자가 전신마취 또는 수면마취로 의식을 잃고 잠들기 전까지는 환자와 진료상담을 했던 의사가 수술실 안에 들어가 수술을 집도할 것처럼 행동하기 때문이다. 환자가 의식을 잃으면 실제 상담을 했던 의사는 수술실을 떠나고 뒤이어 유령의사가 등장, 수술을 한다. 때문에 환자는 병원 문을 나서는 순간까지도 자신의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상담을 맡았던 의사로 착각할 수밖에 없다.

국내 유명 성형앱에 등장하는 각종 성형광고. (해당 광고들은 기사와 관련 없음.) / 화면 캡처

국내 유명 성형앱에 등장하는 각종 성형광고. (해당 광고들은 기사와 관련 없음.) / 화면 캡처

방송 ‘쇼닥터’들이 얼굴마담 역할

평소 턱광대축소수술을 받고 싶었던 ㄱ씨는 2013년 A성형외과를 찾았다. 이 병원의 원장은 방송에 자주 등장한 강남에서 손꼽히는 유명 성형외과 대표였다. ㄱ씨는 이곳에서 턱광대축소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ㄴ전문의(실제 해당 분야의 전문의였다)를 소개받아 상담을 진행, 총 780만원을 내고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ㄱ씨는 수술 이후 부작용에 시달렸다. 입을 벌릴 때마다 턱뼈에서 소리가 났고, 입을 조금만 크게 벌려도 턱 오른쪽에 통증이 왔다. 그는 서울대병원으로부터 영구적인 ‘우측안면부통증’과 ‘안면부비대칭’ 및 ‘개구장애’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자신이 유령수술 피해자라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ㄴ전문의가 “ㄱ씨는 내가 아닌 다른 유령의사가 수술을 했다”고 양심선언을 한 뒤에야 자신이 유령수술 피해자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ㄱ씨는 원장 등 의료진을 상해죄 등으로 고소했지만 검찰이 내놓은 최종 죄명은 상해가 아닌 사기였다. 해당 사건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다만 검찰 수사와 별도로 ㄱ씨가 민사소송(손해배상)을 통해 “의료진이 ㄱ씨에게 78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받아냈을 뿐이다. 그러나 판결문에도 언급돼 있듯 ㄱ씨는 자신을 수술한 의사가 누구인지 지금도 알지 못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원고를 비롯한 피해자들에 대한 (유령)수술이 조직적으로 장기간 이뤄졌던 점, 원고에 대한 수술이 이뤄진 경위, 원고는 아직도 자신을 수술한 의사가 누구인지 모르는 점 등이 참작된다”고 적시하고 있을 뿐이다. 유령의사들의 양심선언으로 현재까지 알려진 A병원의 유령수술 피해자는 33명이다. 그나마도 환자들에 대한 모든 자료를 들고 나오지 못해 일부만 밝혀졌을 뿐이다.

결국 문제는 유령수술이 적발되는 사례가 적은 데다 유령수술 도중 환자가 사망해도 유령의사나 수술을 지시한 원장에게 내려지는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점이다.

수술 중 환자가 사망했을 때 통상 의료진에게 적용되는 죄명은 업무상과실치사죄다. 업무상과실치사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형법 제268조). 일반적인 과실치사죄보다 형량이 높지만 살인죄에 비해 형량이 낮다.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형법 제250조).

유령수술 도중 환자가 사망했다면 살인죄의 죄책을 물어 처벌할 수 없는 것일까. 아직까지 학계에서 이와 관련한 논문이나 학술보고서를 발표한 사례는 없다. 그러나 환자의 상태를 가장 잘 아는 집도의가 아닌, 건당 50만~70만원을 받는 유령의사에게 수술을 맡겼을 때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미필적 고의가 존재한다면 그 자체로 살인의 고의를 인정할 수는 없을까. 현재로서는 어떠한 답도 정답이라 말할 수 없다. 학계에서 논의된 바도 없고, 검찰이 살인죄로 기소해 판결이 내려진 적도 없으니 말이다.

다만 유령의사에 의한 수술로 상해가 발생했을 때는 업무상과실치상이 아닌 상해로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의 주장은 최근 들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황만성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령수술행위의 형사책임’이라는 학술논문에서 “의사의 수술행위, 특히 미용성형수술에서 유령수술은 환자가 다른 사람이 수술한다는 것에 대해 동의 또는 승낙을 하지 않은 것으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할 수 없고(잘못이 인정된다는 의미), 상해죄를 구성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밝혔다. 의사가 환자의 몸에 칼을 대는 행위 그 자체로 이미 상해죄가 인정되지만 피해자가 의사에게 “몸에 칼을 대도 된다”는 승낙을 함으로써 위법성이 사라지는 것일 뿐 침습적 행위를 허용하지 않은 다른 자(유령의사)에 대해서는 승낙한 바가 없기 때문에 상해죄가 그대로 인정된다는 설명이다.

유재근 서울서부지검 검사 역시 2015년 12월 ‘수술환자의 권리 보호에 대한 형사법적 쟁점’ 논문을 통해 “(유령수술은) 환자가 해당 의사의 신체 손상행위를 수술 후에라도 승낙할 가능성이 전혀 없으므로 사실상 환자에 대한 ‘적대적인’ 그리고 ‘위법한’ 신체 손상을 인식하고 의도했다고 볼 수 있어 상해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미 유령수술에 대해 과실범이 아닌 고의범으로 판단한 판례를 형성하고 있다. 미 뉴저지주 대법원은 ‘Perna 대 Pirozzi’ 케이스에서 “환자의 동의 없이 수술의사가 변경되는 것은 포괄적으로 ‘유령수술(ghost surgery)’이라고 정의하며, 당초 환자를 집도하지 않은 비뇨기과 전문의는 의료과실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고, 환자로부터 동의를 전혀 받지 않고 수술을 실시한 의사들은 폭행이 인정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어 “모든 비합의성 접촉은 폭행이고, 어느 사람이 다른 사람의 몸을 만질 수 있는 결정보다 더 사적인 것은 다른 사람의 몸을 절개해 열고, 손과 기구가 그 안으로 침입하는 것”이라며 “환자의 동의 없이 수술을 하는 외과의사가 다른 사람을 허락없이 만지면 폭행을 범하는 것”이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여전히 검찰은 유령수술로 장애를 갖게 됐거나 심지어 사망하더라도 이들 의사에 대해 상해 또는 살해죄로 기소하지 않고 있다. 차상면 전 대한성형외과의사회 회장은 “2014년 의사회 차원에서 유령수술을 고발하고, 유령수술 피해자들이 의사들을 상해죄로 고소했어도 검찰은 상해가 아닌 사기 및 업무상과실치상으로만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 한 차례라도 유령의사들이 살인 및 상해로 기소되지 않으면 사법부의 판단도 기대하기 어렵다.

업무상과실치상 아닌 상해로 처벌해야

엄중한 처벌이 내려지지 않는 이상 유령수술을 자행하는 병원들은 지금껏 해왔던대로 환자가 사망하면 유가족들을 상대로 거액의 합의금을 제시해 합의를 종용하고, 사건을 무마한 뒤 또 다른 유령수술을 버젓이 할 수 있다.

최근 성형업계의 유령수술에 동원되는 치과의사들에 대한 사례를 알고 있다는 한 치과의사를 만나봤다. 그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했다.

“애초에 수술기록지에 유령의사는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수술을 집도한 것은 환자가 알고 있는 그 의사다. 간호사도, 간호조무사도, 마취과 의사들도 전부 유령수술의 공범이다. 유령수술 도중 환자의 상태가 위중해지면 어떻게 하는지 아나. 그냥 죽도록 놔둔다. 어설프게 살리는 것보다 죽는 게 낫다고 대놓고 말하는 병원장도 있다고 한다. 애초에 유령수술을 하는 의사들은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의사가 아니다. 그들은 환자의 신체부위를 돈으로 책정하고, 생명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환자가 어설프게 살아서 중환자실 집중치료를 받으면 하루 병원비만 수천만 원이 깨진다. 죽으면 3억~5억원 정도에 합의할 수 있는데 식물인간 상태로 살아남으면 수십억 원이 깨지기 때문에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유령수술이 심각한 범죄가 아닐까.”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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