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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기 국회 재벌 저격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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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이해관계 걸린 상임위에 누가 오나 촉각…

정무위 김기식·강기정·김기준·민병두·이종걸 등 강경파 포진,

환노위 ‘재벌 저승사자’ 심상정 복귀 최대 관심

국회 원구성이 완료되면 대기업의 시선은 몇몇 재벌 저격수 의원들의 상임위에 꽂힌다. 기업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해당 상임위에 이들 의원이 배정됐는지가 주목 대상이다. 특히 재벌의 저격수로 불리던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아 원내 전략을 진두지휘하는 만큼 기업들로서는 이번 19대 국회 후반기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게 됐다.

예상했던 대로 해당 상임위에는 재벌 저격수들이 집중 배치됐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정무위 간사를 초선인 김기식 의원이 맡은 것이다. 참여연대 출신인 김 의원은 전반기 국회에서도 정무위에서 활약했는데, 금산분리 같은 민감한 재벌 현안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전반기 국회 막바지에 통과시킨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은 김 의원의 단독 작품이었다.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심장 시술을 받은 후 이 법은 일약 언론의 관심을 끌게 됐다. 비은행 금융지주회사의 산업자본 소유를 금지시킨 이 개정안으로 삼성은 지주회사를 세울 경우 삼성생명이 지주회사로서는 더 이상 삼성전자 주식을 가질 수 없게 됐다.

심상정 원내대표(가운데) 등 정의당 의원들이 6월 24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환경노동위원회 교섭단체 배제에 항의해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 김기남 기자

심상정 원내대표(가운데) 등 정의당 의원들이 6월 24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환경노동위원회 교섭단체 배제에 항의해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 김기남 기자

초선인 김기식 의원 간사 맡아 긴장
김 의원은 다시 정무위에 속하게 된 것에 대해 “주위에서 정무위에서 계속 활동하라고 하기도 하고, 나 역시 정무위에서 활동하고 싶었다”며 “후반기 국회에서는 금융감독체계 재편 문제를 주로 다루고 싶다”고 말했다. “재벌기업에서 (김 의원의 활동에) 신경을 쓰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김 의원은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짧게 답했다.

후반기 원구성 협상 기간 중 정무위 간사로는 재선인 민병두 의원의 이름이 줄곧 거론됐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자 간사를 맡은 건 민 의원이 아닌 초선의 김 의원이었다. 새정치연합의 한 의원은 “야당 간사는 강경한 성향이 아니라 협상의 기술이 중요한데 (김기식 의원이) 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간사인 김기식 의원을 필두로 야당의 정무위 의원진에는 전반기 정무위에서 활약했던 강경파 의원들이 그대로 포진했다. 강기정·김기준·민병두·이종걸 의원이다. 이종걸 의원은 일명 삼성생명보험법이라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전반기에 발의해 놓은 상태다. 보험사가 자사의 대주주나 계열사의 유가증권을 보유하는 한도인 총자산의 3% 기준을 취득가액 대신 시가로 바꾸는 법안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6% 중 상당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이 의원 측은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전반기에 벌여놓은 일들을 마무리할 계획”이라면서 “특히 일명 남양유업법인 대리점거래공정화법을 통과시키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정 의원은 “카드사 정보유출 대란 이후 내놓은 관련법을 통과시키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환경노동위는 최근 재벌기업과 관련해 갑자기 주목을 받게 됐다. 상임위 정수 조정 논란으로 환노위에서 배제됐던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정의당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서 농성을 벌이면서 환노위는 뜨거운 감자가 됐다. 19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 협상을 앞두고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환노위는 반드시 정수 조정을 해야 한다”고 예고했다. 여당과 야당이 7대 8이었던 비율을 8대 7로 바꿔놓겠다는 것이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순)김기식·이종걸·심상정·우원식·장하나·은수미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순)김기식·이종걸·심상정·우원식·장하나·은수미

전반기 국회 환노위에서 여당은 숫자에서 밀렸다. 게다가 환노위 위원장은 야당 몫이었다. 전반기 동안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청문회와 MBC 파업 청문회가 야당의 요구로 관철되었고, 기업이 민감하게 여기는 법률이 환노위에서 통과됐다. 화평법(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 대표적이다.

야당에서는 여당이 기업 관련 단체로부터 모종의 압력을 받았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 의혹은 재벌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심 의원이 환노위에서 배제되면서 증폭됐다. 정의당 김제남 의원은 “확실한 물증은 없지만 심증이 간다”고 말했다. 심 의원을 일부러 환노위에 넣지 않으려는 여당의 전략에는 재벌기업들의 입김이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심 의원이 전반기 국회에서 화평법을 발의해 통과시킴으로써 기업 입장에선 심 의원이 무척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의원들의 농성 끝에 심 의원은 여야 합의로 다시 환노위에 남게 됐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환노위에 복귀할지는 6월 26일 현재 확정되지 않았다. 심 의원 측은 “후반기 국회에는 환노위에서 산업안전 문제와 근로시간 단축 문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새누리, 환노위 열세 만회하려 안간힘
19대 전반기 환노위에서는 심 의원 외에 은수미·장하나 의원(새정치연합)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두 의원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문제와 삼성반도체 백혈병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 삼성과 전반기 내내 각을 세워 왔다. 야당의 한 관계자는 “장하나 의원은 노조의 이슈가 있는 현장이면 달려가는 실천가 스타일이라면, 은수미 의원은 대안을 고민하고 정책을 내는 이론가 스타일로, 두 의원의 활약이 전반기에 빼어났다”고 설명했다. 두 의원은 후반기 국회에서도 환노위에서 재벌 저격수로 활약하게 된다.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인 우원식 의원은 새롭게 환노위에 가세했다. 우 의원은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으로 불공정거래 문제와 비정규직 문제를 후반기 국회에서 다루고 싶었다”며 “불공정거래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상임위에 인원이 다 찼다고 해서 환노위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려고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새누리당은 재벌기업과 관련된 정무위와 환노위에서 여당 간사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정무위에서는 김용태 의원이, 환노위에서는 권성동 의원이 크게 활약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반기에 법사위 간사였던 권성동 의원은 환노위를 통과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 내용을 법사위에서 고치려 해 환노위 의원들과 한 차례 충돌한 악연을 갖고 있다. 야당의 한 관계자는 “권 의원이 환노위 여당 간사로 들어오면서 환노위의 분위기가 전반기와 달리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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