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생, 어차피 다 개그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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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옥 뒤 ‘콜미’로 인기 얻은 ‘폴리테이너’ 허경영 민주공화당 총재

[인터뷰]“인생, 어차피 다 개그 아니겠나”

“내눈을 바라봐/너는 건강해지고/허경영을 불러봐/넌 웃을 수 있고….”
목소리는 조금 쉬어 있었다. 얼굴에서도 살짝 피곤기가 느껴졌다. 점심을 먹지 못했다고 했다. 경호원이 김밥을 사러 나갔다. 끝없이 걸려 오는 전화. 휴대전화 수화기에서 호기심 어린 앳된 목소리가 들린다. 청소년들의 전화이다. 그는 상대방의 요구에 일일이 응대하며 자신의 노래가사를 읊었다. 인터뷰 내내 그의 휴대전화 진동은 끝없이 울렸다. 싫진 않은 표정이다.

‘콜미(call me)’라고 했으니 자업자득인 셈이다. 허경영 민주공화당 총재는 “노래가사는 감옥에서 직접 지었다”고 말했다. 모던록 밴드 뷰렛의 기타리스트 이교원씨가 곡을 붙였다. 그는 자신의 노래가 ‘10차원 노래’라고 했다. 10차원?

그는 일반 노래의 장르는 ‘2차원’이라고 했다. 그가 주장하는 ‘차원’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1차원은 직립보행이고, 보통 사람이 2차원이야. 내 같은 경우가 10차원이지. 나는 차원 간에 이동하는 능력이 있어요. 일반인들은 전혀 달라.” 억양과 어투가 경상도식이다.

미 CIA 감시 때문에 공중부양 선 못 뵌다?
기자는 지난 7월26일 을왕리 해수욕장 인근의 한 음식점에서 우연히 그를 만났다. 당시 그는 곧 “한 케이블TV에 출연해 공중부양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선보인 공중부양은 한 다리를 높이 들고 그대로 서 있는 것이다. 두 다리 모두 떠 있는 ‘공중부양’은 아닌 셈이다. ‘콜미’가 히트하면서 그는 이 자세로 도는 것에 ‘무중력 춤’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다리를 들면 다른 사람은 점점 내려가는데 우리(?)는 그대로 있다. 중력을 조절하는 것이다.”

그때 말씀하신 공중부양은 어떻게 된 겁니까.
“미국 CIA 때문에 하지 않아요. 내가 지금도 할 수 있지만 조작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고…. 내가 대통령이 되면 그땐 진짜 공중부양을 보여 줄 수도 있어. 그 외에도 여러 가지 퍼포먼스를 보여 줄 거야. 눈빛으로 병을 고치는 것도 진짜야.” 미국 정보기관의 감시 때문에(!) 자신의 모든 능력을 보여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돌려 보았다.

방송 출연도 그렇지만 뷰렛 같은 그룹의 섭외는 누가 했습니까.
“박병기 보좌관이 하지. 민주공화당 사무총장이자 사실상 매니저야.”
박 보좌관이 분홍색 명함을 건넨다. ‘박병기 본좌 엔터테인먼트 대표’라고 적혀 있다.

본좌 엔터테인먼트는 진짜로 만든 겁니까.
“(박 보좌관) 8월24일에 만들었습니다. 총재님 나오고 바로 만든 것입니다.”
지난 9월18일 허경영씨는 홍대브이홀에서 단독콘서트를 열었다. ‘라잇나우(Right Now)’라는 제목의 콘서트였다. 콘서트는 성황리에 종료됐다. 이 공연의 기획은 탁현민 한양대 겸임교수가 대표를 맡고 있는 홍보기획사 P당이 맡았다. 탁 교수는 언론매체 기고에서 ‘허경영 신드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허경영 신드롬의 배경은 대중의 자기기만과 정치 및 현실에 대한 키치이거나 유머 또는 무질서를 통해 전통적 가치를 전복시키고 해방시키는 카니발레스크에 다름 아니다. 당사자인 대중과 허경영 모두 짐짓 모른 체하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허경영 측은 이날 공연수익 가운데 200만원을 용산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에 전달했다. 탁 교수는 “굳이 공연의 수익금을 용산 참사 유가족에게 기부하겠다고 한 것은 오늘 우리 시대의 아픔을 쳐다보지도 않는 저 고매한 정치인들에게 ‘허경영도 하는 위로를 끝내 못하느냐’고 따져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음악성은 고사하고 립싱크조차 제대로 못 맞추는 허 총재의 공연을 통해 그의 음악이나 요즘 쏟아지는 대중음악이 별반 차이가 없음도 꼬집고 싶었다”고 공연 기획의 변을 밝혔다.

[인터뷰]“인생, 어차피 다 개그 아니겠나”

이날 공연에는 시사문화평론가 진중권씨도 참석했다. 그의 콘서트 소감은 이렇다. “개그맨이 ‘바보연기’를 하면 사람들은 그것이 연출된 것임을 안다. 하지만 허경영이 재미있는 것은 그것이 구분이 안되기 때문이다.” 진씨는 최근 쓰고 있는 책의 한 꼭지를 허경영씨를 소재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언론 인터뷰 말미에 “허경영은 21세기에 등장한 르네상스 시절의 광우((狂愚, 미친 바보)”라고 덧붙였다. 진씨의 언급은 프랑스 사상가 미셸 푸코가 저서 ‘광인의 역사’에서 편 논리에 바탕한 것으로 보인다. 푸코는 르네상스 시절에 광인은 조롱과 경멸의 대상이긴 했지만 사회적으로 완전히 배제돼 격리·감금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그들의 기이한 말과 행동이 현자쯤으로 인식되는 경향까지 있었다. 그러나 ‘근대’는 정신병이라는 이름으로 이들을 집단수용하고 체계적으로 배제했다. 허씨는 명예훼손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1년6개월 동안 옥살이를 하고 나왔다.

‘허경영 신드롬’은 많은 사람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검증되지 않은 그의 발언과 행동이 흥밋거리와 재미를 추구하는 황색 저널리즘을 통해 확대재생산된다는 시각이다. 최근 2, 3년 동안 그의 삶 자체가 ‘광기와 비이성의 배제’라는 근대 프로젝트 성립 과정의 축약판이다. 탁 교수는 그에게 ‘폴리테이너’라는 별명을 부여했다. 다시 허 총재의 말로 돌아가 보자.

‘폴리테이너’라는 별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로널드 레이건이 대통령 되는 것은 아트테이너라고 할 수 있지. 그런데 대통령 후보가 연예인이 되는 것은 지구상에서 내가 처음이야. 폴리테이너라는 말이 나 때문에 나온 거야. 허경영 때문에 만든 말이라고 할 수 있지. 무중력 춤. 내가 만든 것이야. 그것도 10차원적 발상이고. 일반 차원에서는 나올 수 없는 것이지. ‘콜미’ 노래 가사를 보면요, 허경영, 내 이름이 가사의 절반입니다. 이것도 보통 노래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

탁현민씨나 진중권씨 평에 대해서는요.
“두 분 말씀이 다 진실성이 있는 이야기이지. 사람이 산다는 건 말이에요, 한 평생 자체가 개그입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인생은 무상한 것인데, 제 말을 잘 들으세요. 절대 무한이 아니고 상대 유한입니다. 뭐든지 없어지는 것 아닙니까. 진실이다 아니다 하고 가리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탁자를 가리키며) 여기 책상이 있습니다. 그런데 10차원에서는 책상이 아닐 수도 있어요. 차원 간 이동은 자유로워야 합니다. 보통 인간은 그 틀에 갇혀 있습니다. 상대적인 유한의 세계는 절대적인 무한의 세계와 비교할 수 없는 것인데 절대적인 무한을 이야기하는 사람에게 유한의 세계에서는 그것을 ‘거짓’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차원이 높은 사람에게 ‘진실게임’은 의미가 없어요. 제가 말하면 그대로 되는 겁니다. 내가 뜹니다, 물 위를 걷는다, 눈빛으로 병을 고친다고 하면 뜨고 걷고 고쳐지는 거예요. 안 믿는 사람이 안 고쳐진다고 믿는다면 어쩔 수 없는 거고.”
요컨대 그의 말은 믿는 사람들에게만 실현된다는 것이다.

“촛불시위 원인은 공중파 포퓰리즘 선동”


지난 9월 18일, 허경영 민주공화당 총재가 서울 홍익대 앞 브이홀에서 연 ‘라잇나우’ 공연 안내 포스터. | p당

지난 9월 18일, 허경영 민주공화당 총재가 서울 홍익대 앞 브이홀에서 연 ‘라잇나우’ 공연 안내 포스터. | p당

지난해 촛불시위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합니까. 그때 교도소에 있었는데.
“공중파에서 나를 잡았어요. 나는 우리나라 공중파가 아직까지 일종의 나르시시즘에 젖어 있다고 봐요. 발암물질이 4000가지가 들어 있는 담배를 국가가 팝니다. 그런데 100만명 가운데 한 사람이 죽을까 말까하는 쇠고기 광우병은 담배보다 위험하지 않아요. 차라리 쇠고기 먹다가 체해서 죽은 사람이 많지.”

공중파 방송의 포퓰리즘 선동 때문에 촛불시위가 일어났다는 건데, 이건 정부쪽 시각 아닌가요.
“정치하면서 언론을 깨달았습니다. IQ 100짜리 시각에서는 언론으로 보이겠지만 IQ 430으로 보면 그 사람들은 포퓰리즘을 하고 있어요. 자동차를 팔아 먹으려면 쇠고기를 가져와야 해요. 외국에서는 3만원인데 우리만 15만원 주고 사먹는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파동의 본질은 검역주권의 문제 아니었나요.
“어느 정도의 선에서 물러나야지. 중국 것은 조금 강화해야 합니다. 농산물 오염이 많이 되어 있어요. 미국 것을 문제 삼는 거, 이것은 언론과 권력의 싸움이었습니다. 여기에 젊은 사람들이 이용당한 것이지. 정권을 무조건 타도한다고 잘되는 건 아닙니다.”

을왕리에서 만났을 때 이명박 대통령이 며칠 후에 은밀히 보자고 하셨다고 했는데요.
“아, 대통령 측근들이, 한나라당 사람들이, 이상현인가…(명함을 뒤적이다 꺼내 보여 주며) 윤상현 대변인이, 요새 그런 모임도 자주 나갑니다. 내가 박근혜보다 인기가 열 몇 배, 정몽준보다는 백배 많아요. 인터넷 상으로는요. 이 사람들 하는 말이 선거 때 내가 나가면 당선된다는 거야. 호남지역에도 경상도 지역에도 한나라당에는 그런 전국적인 지도자가 없다, 그 사람들은 차기 선거에 자신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허경영이를 찾는 것이지.”

그러니까 한나라당 사람을 만났고, 청와대 쪽은 만나지 않은 거네요.
“그쪽에서 만나자고 하면 언제든지 만날 겁니다.”

‘허본좌 쇼’는 어떻게 됐습니까.
“협찬사, 아직 협찬을 해 줄 방송사를 찾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기본 포맷이나 내용은 다 준비됐습니다.”

4권짜리 ‘동방의 등불’ 책도 곧 낸다고 했는데요, 아직 안 나왔습니다.
“다음달 정도에 나옵니다. 이미 다 만들었어요. 저기 가방 속에 다 있습니다. 허본좌 쇼와 함께 공개할 예정입니다.”

“국민에게 희망 주기 위해 대선 나간다”

재판에 대해 이야기해 보지요. 아직도 억울해 하시는 것 같은데…. 2001년의 조지 W 부시 대통령 초청행사에는 참석했지만 함께 찍은 사진은 합성으로 결론이 나는 것 같습니다. 참여한 행사가 캔들라이트 디너 행사가 맞죠?
“전 세계에서 250명이 초청됐는데, 이미 신원조회를 끝낸 사람들이지. 아무나 함부로 못 들어가는 행사였어요. 세 군데라는 것도 그래요. A급과 B급, C급이 있는데 내가 간 곳이 A급이야. 정치인으로는 내가 유일하게 A급 행사장에 들어갔어요. 박근혜, 김덕룡은 상원의원이 주최한 C급 행사장에 갔지.”(서울고등법원 재판부은 항소심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참석한 행사는 취임식 사흘 전에 열린 ‘캔들라이트’ 행사로 워싱턴DC의 세 곳에서 개최됐으며, 이 행사 입장권은 2500달러에 판매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합성이라는 것이 결론인데.
“캐나다 교포가 내 책을 읽었어요. 축하파티에 내가 참석했다는 화면을 보고 자기가 만들어 온 거예요.”(재판부는 “피고인의 집에서 합성된 사진의 원본이 발견된 점에 비추어 피고인의 주장은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다음 대선에 나갈 겁니까.
“18대 땐 당선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미 인터넷에서는 60%가 내 지지자로 바뀌었습니다. 거짓말 아니에요. 어제 코엑스에 갔는데 모든 사람이 창문을 열고 ‘다음에 꼭 대통령으로 나와라’는 말을 밥먹듯 해요. 전화를 걸어온 청소년들은 ‘다음엔 내가 투표권이 있으니 그때 꼭 찍겠다’고 말합니다. 누가 나 보고 왜 대통령에 나오냐고 묻습디다. 나는 대통령이 목적이 아니라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에펠탑에 올라가는 거, 에펠탑이 목적이 아니라 파리 시내 경치를 보기 위해서죠.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겁니다. 지금은 일단 노래지만요.”

<글·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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