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걸작 비디오

'헨리:연쇄살인범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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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걸작 비디오]'헨리:연쇄살인범의 초상'

감독:존 맥노튼

주연:마이클 루커-트레이시 아놀드

제작:1986년 미국(투데이 배급)

호러영화에서 공포는 크게 세 가지 범주로 구성된다. 흡혈귀나 유령, 악마론 같은 비자연적인 것과 히치콕 감독이 즐겨 그린 심리적 공포 그리고 신체의 절단과 훼손이다. 신체를 난도질하는 영화는 '진한 선지피'라는 의미대로 자극성이 강한 하드고어(Hardgore)와 이상 성격의 주인공을 앞세운 슬래셔(Slasher) 무비, 코믹 요소를 첨가한 스플레터(Splatter) 무비로 나뉜다.

땅이 넓고 다양한 종족이 사는 미국에는 온갖 흉포한 범죄가 판을 친다. 한국의 지존파와 막가파는 명함도 못 내밀 소재를 할리우드가 놓칠 리 없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텍사스 살인마](1974)의 주인공은 전기톱으로 사람을 썰어 바비큐와 소시지를 만든다. [헨리:연쇄살인범의 초상]의 헨리도 텍사스법원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실존 인물이다.

헨리(마이클 루커)는 감방 동료였던 마약판매상 오티스(톰 타울리스)와 한 아파트를 쓴다. 이곳에 오티스의 여동생 베키(트레이시 아놀드)가 남편을 피해 도망쳐 온다. 헨리와 베키는 서로 피멍든 유년기를 보낸 처지여서 금방 가까워진다. 14세 때 헨리는 불구자인 아버지를 학대하는 어머니와 그녀의 정부를 죽였다. 베키는 아버지의 성폭행 위협에 시달렸으며 어머니는 이를 방관했다.

[숨은 걸작 비디오]'헨리:연쇄살인범의 초상'

중반부는 스너프 필름(강간과 살인 장면을 실제로 찍은 영화)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섬뜩하다. 가정집에 침입한 헨리와 오티스는 남편이 보는 앞에서 아내를 농락하고 자식의 목을 꺾더니 일가족을 몰살한다. 그 광경을 담은 캠코더를 돌려보며 희열을 느낀 오티스는 동생에게 욕정을 품는다. 이쯤 되면 야수라는 표현조차 아까운 존재들이다.

이제 브라운관이 사람들 눈의 망막을 대체하는지도 모른다. 희대의 살인극을 재연한 이 영화는 미디어의 폭력성도 에둘러 비판한다. 가게 주인의 머리를 부숴버린 것은 브라운관이었고 살인 현장을 중계하고 재생한 건 캠코더였다. 오티스가 피투성이 여자를 겁탈하는 장면은 네크로필리아, 즉 시체애호증 행위로 캠코더 화면과 스크린에 잡힌다.

우리에게 에로틱 스릴러 [와일드 씽](19 98)으로 알려진 존 맥노튼 감독의 할리우드 입성은 험난했다. 겨우 12만달러의 예산으로 완성한 이 데뷔작은 등장인물들의 잔혹성과 성도착 때문에 X등급(21세 이상 성인만 관람) 딱지를 붙인 채 3년 동안 창고에 처박혀 있어야 했다. 제작사가 영화협회를 고소하는 소동까지 일어났지만 영화는 개봉되자마자 평단과 저널의 갈채를 받았다.

박평식〈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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