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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여름 지구촌 히든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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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내외 신문-방송이 전하는 국제뉴스를 뜯어보면 북핵이나 전후 이라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소식 등이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시의성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신문-방송으로선 어쩔 수 없는 것일 수도 있지만 국제 정세의 전체상을 궁금해하는 독자에겐 갈증을 느끼게 할 만도 하다.

미국 주요 싱크탱크 중 하나인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 연구원들이 미국 월간 〈애틀랜틱 먼슬리〉 최근호에 기고한 '지평선 너머의 10대 국제 안보 이슈'는 좀처럼 언론에 등장하진 않지만 중요성이나 잠재적 파급력에서 결코 작금의 현안에 처지지 않는 글로벌 이슈를 망라하고 있다. 쉽게 상상하기 힘든 '인공위성 핵공격'에서 '에이즈에 쓰러지는 아프리카 군대'까지 21세기 국제 정세를 가늠할 지구촌의 '히든 이슈'를 요약, 소개한다.

부족한 항공모함

[월드뉴스]2003년 여름 지구촌 히든 이슈

항모가 실전에 사용되는 것은 사용 연한의 3분의 1뿐이며 나머지 시간은 승무원 훈련, 유지, 보수에 소모된다. 이라크전 때 미군 항모 12대중 8대가 배치됐으며 이 중 5대만 전투에서 중요 임무를 담당했고 3대는 비상대기했다. 만약 북한과의 핵 대치가 전쟁으로 번졌거나 이스라엘-일본-대만이 미군 지원을 요청했거나 인도양이나 필리핀해에 병력을 파견해야 했다면 그 정도의 파견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미국이 항모 15척을 운용할 수 있을까. 비용은 엄청나다. 항모 한 척을 건조하는 데만 60억달러, 1년 유지비만 수억달러가 든다. 하지만 미국이 앞으로 직면할 군사 안보적 도전을 고려하면 12척만으로 충분하지 않을지 모른다.

중동판 만리장성

[월드뉴스]2003년 여름 지구촌 히든 이슈

이스라엘이 벽을 쌓고 있는 이유는 명료하다. 이 지역 외의 레바논-시리아-요르단-이집트-가자지구 등 이스라엘의 다른 국경은 철벽방어가 이뤄지고 있다.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의 주요 활동 거점이었지만 1994년 이런 벽을 쌓은 이후로 이곳에서 들어온 테러범은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서안에 사는 20만 명의 유대인 정착민은 이 벽의 건설에 반대한다. 벽이 세워지면 이스라엘군의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되는 정착민은 대부분 이스라엘로 되돌아갈 것이다. 팔레스타인인은 일부 유대인 정착촌까지 포괄하기 위해 일부에서 서안 안쪽 깊숙이 들어온 이 벽을 영토 약탈로 간주한다. 게다가 이 벽은 이스라엘 입국을 어렵게 만들어 이미 심각한 수준의 팔레스타인 경제를 단기간에 약화시킬 것이다. 가자지구에서 박격포-지대지 미사일 공격을 가하고 있는 하마스는 이제 서안에서 이런 공격을 시작할지 모른다. 지난해 케냐 몸바사 호텔 테러처럼 해외 이스라엘인에 대한 공격이 확대될 수도 있다.

줄어드는 러시아 인구

[월드뉴스]2003년 여름 지구촌 히든 이슈

이같은 인구 구성 변화의 안보상 함의는 군대-경찰-국경 수비대-보안군 등이 몇 년 뒤엔 정원을 채우지 못할 것이란 점을 생각해보면 명백해진다. 이는 그렇잖아도 세계에서 가장 긴 국경, 가장 큰 영토, 가장 많은 핵무기 기지, 가장 심각한 무기 확산 문제를 다루느라 안보 분야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 나라를 더욱 압박할 것이다.

게다가 군대나 경찰의 주요 인력 공급원인 러시아의 젊은 남자들은 알코올 중독-결핵-에이즈에 시달리고 있다. 15~34세 러시아 남성의 사망률과 자살률은 미국의 3배를 넘는다.

광활한 국경을 감시하고 안보 사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인력이 없다면 러시아는 밀수-테러-무기 확산과의 전쟁에서 쉽게 패할 것이며 이는 러시아 국경을 뛰어넘는 위협을 제기할 것이다.

인도 내 힌두-모슬렘 대립

[월드뉴스]2003년 여름 지구촌 히든 이슈

작년 구자라트주의 한 모슬렘 집단은 힌두 민족주의자가 탑승한 기차에 불을 질러 58명을 숨지게 했고 이에 대한 힌두교도의 보복으로 2,000여 명의 모슬렘이 목숨을 잃었다. 카슈미르 지역의 모슬렘 군벌은 구자라트 대학살에 대한 보복을 모색 중이며 힌두 군사단체는 인도 전역의 모슬렘 사원을 파괴하고 그곳에 힌두 사원을 짓겠다고 천명했다.

에이즈에 쓰러지는 아프리카 군대

[월드뉴스]2003년 여름 지구촌 히든 이슈

에이즈의 발호로 인해 아프리카군의 병력이 줄고 있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짐바브웨군 병사의 50% 가량이 에이즈 환자이며 앙골라, 콩고 민주공화국군은 40~60%, 탄자니아군은 15~30%선이다. 남아공의 일부 부대는 감염률이 90%에 이른다. 문란한 성생활과 마약이 흔한 아프리카군 내부의 에이즈 감염률은 민간의 2~5배에 이른다. 에이즈 감염률이 높은 아프리카 국가는 예외없이 한두 개의 분쟁에 휘말려 있다.

장교가 줄어들면서 군의 지휘 능력이 약화되고, 전례없는 수준의 에이즈 치료비가 국방 예산을 좀먹고 있다. 아프리카 군대는 종종 문젯거리로 여겨지지만 국가-지역 안정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군대의 에이즈 감염으로 인해 많은 아프리카 국가가 안보, 공공 질서에 대한 통제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새로 뜨는 '이란-인도'축

[월드뉴스]2003년 여름 지구촌 히든 이슈

1979년 이슬람 혁명 이전 이란과 서방과의 연대는 비동맹 운동을 지지해온 인도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혁명 이후에는 이란의 카슈미르 분쟁 지원과 이슬람 혁명 전파 노력이 인도와 갈등을 빚었다. 하지만 냉전 이후 이란과 인도는 미국의 슈퍼파워를 견제하고, 아프간의 탈레반에 반대하며, 아시아의 마약밀매와 싸우고, 상호호혜적 에너지 대안을 찾는 데서 이해를 공유하게 됐다. 

이란에 있어 인도는 첨단기술, 산업 생산품, 외국 자본의 원천이며 인도에 이란은 에너지 원천이면서 중앙아시아의 관문이자 파키스탄에 맞서는 새로운 동맹군이다. 양국 정상은 지난 1월 경제-과학-기술-국방 분야 연대를 강화하는 협약에 서명했다.

가공할 인공위성 핵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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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고도에서의 핵폭발은 훨씬 광범위한 효과를 낳는다. 폭발지점 근처의 위성도 파괴되지만 '반알렌 복사대'의 힘이 더 커지고 확장된다. 핵폭발 후 이곳을 지나는 위성들은 훨씬 높은 복사열을 받게 될 것이고 대부분의 민간-상용 위성은 속수무책이다. 이 복사열은 위성의 태양열판과 전자 시스템을 망쳐 몇 달 또는 몇 주 뒤면 주변 궤도를 도는 모든 위성이 고철덩어리가 된다.

위성 핵공격은 250여 개의 위성을 갖고 있는 미국에 가장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이 공격은 위성 대체 비용 수백억달러를 강요함으로써 미국 및 세계 경제에 치명타를 입히고 미군의 정보 능력에 타격을 가한다. 어떤 나라도 단기 군사 전략으로 이런 공격을 하지 않겠지만, 강압적 위협 차원이나 미국 본토를 공격하는 위험 없이 미국과 동맹국에 일격을 가하기 위한 공격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골리앗 방산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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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장갑차량-헬기 등 모든 주요 무기가 합병으로 위협받고 있으며 전술 항공 시스템이 가장 심각하다. 1950년대에는 11개 기업이 해군 및 공군용 군용기를 제작하는 노하우와 경험을 축적했다. 40여 개의 설계안이 전투 시험단계까지 올랐으니 한 회사당 4대씩 만든 셈이다. 하지만 지금은 보잉-록히드마틴-노스롭 그루먼 등 불과 3개 기업이 유인 군용기 설계를 도맡고 있으며 이들이 서로 경쟁하는 대규모 수주는 20년에 한 번씩 있다. 미군은 10개 이상의 기업이 합병한 록히드 마틴이란 한 회사에 새 전술 전투기 F22와 F35의 설계 및 제작을 의뢰한 상태다. 한 계획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해결책은 없다.

인도-파키스탄의 물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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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은 인도에서 파키스탄을 분할한 194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파키스탄이 차지한 펀잡 서부 지역은 인더스 강물을 이용한 운하로 관개가 이뤄진다. 분할 당시 시크 및 힌두 농부들은 인도가 다스리는 펀잡 동부 지역으로 이주했으나 이 지역은 메마른 데다 운하도 없었다. 인도는 1950년 파키스탄에서 나오는 지류를 끌어다 운하를 짓기 시작했다. 1960년 세계은행과 미국의 중재로 인더스 수자원 협정이 체결돼 인도는 인더스강 동쪽 지류를 통제하고 나머지는 파키스탄에 귀속됐다. 당시엔 둘 다 협정에 만족했으나 대수층이 고갈되고 지하수면이 낮아지고 수로가 오염되면서 긴장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2001년 12월 인도 의회에 대한 테러 공격 이후 인도는 파키스탄에 협정의 무효화를 경고했고 인도 내각은 물 공급 중단을 위협했다. 파키스탄은 인도가 이때부터 이 협약 이행을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인더스 수자원 협정 논란은 카슈미르 분쟁이 전면전으로 비화하는 화약고가 될 수도 있다.

미래의 시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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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전략가들은 시가전이 벌어지는 전장을 한눈에 꿰뚫어볼 수 있는 새로운 기술과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리모콘으로 조종하는 6인치 크기의 소형 비행기가 한 예다. 병사의 배낭 속에도 들어갈 수 있는 이 비행기는 실시간 화면 정보를 제공하면서 목표물을 밀착감시한다. 값싼 마이크로 정찰 로봇도 개발 중이다. 시각-청각-화학 센서를 갖추고 하루 종일 이 건물 저 건물을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한다. 먼지처럼 적 진영에 퍼뜨려져 동작-소리-열-자기장 등의 기초정보를 수집하는 값싼 전기 센서 '스마트 더스트(먼지)'도 개발되고 있다. 날개를 퍼덕이며 적진 깊숙이 들어가 샘플까지 채집해오는 곤충 로봇도 연구 중이다.

이런 기기의 개발을 완료하기까지 수년, 수십 년이 걸리겠지만 이미 상당한 진척을 보고 있다.

/문영두〈국제부 기자〉ydmo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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