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녀석들: 라이드 오어 다이-‘녀석’이라 부르기엔 어색한 ‘나쁜 중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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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연관계, 또는 세대교체의 적극적 활용은 유구한 보편적 가치 안에서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한 안전한 포석일 수도 있지만, 실상은 나이가 들면서 강렬한 액션 연기를 소화하는 데 한계가 있을 원조 멤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불가피한 자구책으로도 보인다.

/소니 픽처스

/소니 픽처스

<나쁜 녀석들> 시리즈의 첫 번째 영화인 <나쁜 녀석들>이 개봉한 해는 1995년이다. 외형적으로는 오랜 전통을 이어온 ‘버디 무비’(두 명의 동성 주인공이 반목과 협력을 반복하며 역경을 함께 헤쳐나가는 영화)의 전형에 머무는 작품이지만, 지금은 당시 득세하기 시작한 감각적 영상과 빠른 편집을 내세운 ‘뮤직비디오 스타일’ 액션영화의 대표로 대접받은 선구작 중의 하나다.

이 작품은 이후 할리우드 상업영화의 판도를 뒤흔든 연출자이자 제작자인 마이클 베이의 데뷔작이라는 의미도 갖게 된다. 이때만 해도 별스러운 뮤직비디오 감독 정도로 유명세를 얻고 있던 그가 할리우드에서 지금처럼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황금의 손’이 되리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당시 배우이자 가수로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던 윌 스미스와 코미디언으로 상한가를 올리고 있던 마틴 로렌스의 콤비 캐스팅도 흥행에 있어서는 중요한 포인트가 됐다. 한참 혈기 왕성한 두 젊은 연예인의 시너지는 마치 한 편의 장편 뮤직비디오처럼 화려하고 산만한 소동극 안에 멋스럽게 스며들었다.

속편 <나쁜 녀석들 II>는 8년이나 지난 2003년 발표됐다. 그리고 대부분 관객은 이것으로 더 이상의 시리즈는 없으리라 생각했다.

오랜 공백 속에 이어진 버디 액션 코미디

그런데 17년이 지난 2020년, 정말 난데없이 세번째 작품 <나쁜 녀석들: 포에버>가 공개됐다. 첫 등장 이후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다는 점에서 과연 과거의 영광을 이어갈 수 있을까 미심쩍었지만, 무엇보다 앞선 두 편의 연출을 맡았던 마이클 베이가 물러나고 그 빈자리를 벨기에 출신의 신예 감독 듀오인 아딜 엘 아르비, 빌랄 팔라가 대신하고 있다는 점이 더 큰 우려를 낳았다. 결과는 애매모호. 사실 전작들도 작품성으로 승부하는 영화는 아니었기에 명맥 잇기 정도에서는 무난하다는 평을 얻어냈다.

그리고 4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홍보사는 ‘시리즈 사상 최단기간 컴백’을 강조하며 그만큼 전략적으로 긴밀하게 준비된 속편임을 강조하고 있다.

거짓은 아니다. 전작들을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흔쾌히 즐길 수 있는 독립적 이야기지만 전편들, 특히 3편과의 연계가 뚜렷하다. 시리즈의 팬이거나 이번 영화를 배로 즐기고 싶다면 3편인 <나쁜 녀석들: 포에버>는 복습하면 좋겠다. 적어도 3편보다는 낫다는 것이 시사회를 함께한 주변 지인들의 중론이다.

여전히 티격태격 사나운 우정을 과시하는 강력계 형사 마이크(윌 스미스 분)와 마커스(마틴 로렌스 분). 죽은 상관 하워드(조 판토리아노 분) 반장이 마약 범죄에 연루됐다고 발표되자 그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수사에 나선다. 하지만 살인자 누명까지 쓰고 졸지에 도망자 신세가 되면서 경찰은 물론 현상금을 노린 마이애미 악당들에게도 표적이 되고 만다.

액션영화의 종착지는 결국 ‘가족주의’?

이번 작품에서 흥미롭게 포착되는 지점 하나는 앞선 대표 액션영화 시리즈의 상당수가 그런 것처럼 속편을 이어가며 결국 ‘가족’이라는 대명제 위에 안착을 시도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인디아나 존스>, <리썰 웨폰>, <다이 하드>, <분노의 질주> 등 시작할 때는 바위처럼 강인했던 액션영화의 상당수가 속편이 거듭되고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가족을 깊이 끌어들여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쁜 녀석들> 역시 3편부터 어느 정도 기미가 보였는데, 이번 네 번째 영화에서는 가족의 관계와 의미가 더욱 견고하게 부각됐다. 3편에 악당으로 등장했던 마이크의 아들 아르만도(제이콥 시피오 분)는 이번엔 아예 두 주인공과 함께 역경을 헤쳐나가는 제3의 주인공으로 승격된다. 또 마커스의 사위인 레지(데니스 그린 분) 역시 기존의 단역 이미지를 깨고, 짧지만 강렬하고 인상적인 액션 장면을 분담함으로써 의외의 몫을 해낸다.

이 같은 혈연관계, 또는 세대교체의 적극적 활용은 유구한 보편적 가치 안에서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한 안전한 포석일 수도 있지만, 실상은 나이가 들면서 강렬한 액션 연기를 소화하는 데 무리가 있을 원조 멤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불가피한 자구책으로도 보인다.

제목: 나쁜 녀석들: 라이드 오어 다이(Bad Boys: Ride or Die)

제작연도: 2024

제작국: 미국

상영시간: 115분

장르: 액션, 범죄, 코미디

감독: 아딜 엘 아르비, 빌랄 팔라

출연: 윌 스미스, 마틴 로렌스, 제이콥 시피오, 바네사 허진스

개봉: 2024년 6월 6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인물의 심상을 구현하는 카메라 ‘스노리캠’

www.snorricam.com

www.snorricam.com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며 문명 전반에 큰 변혁이 일어났지만, 영상산업에서의 영향은 가히 상전벽해와도 같다. 비싸고 무거운 ‘필름’ 장비들을 벗어낸 현장에는 다양한 시도와 기교가 실행됐고 지미집(Jimmy Jib), 스테디캠(Steadicam), 짐벌(Gimbal), 폴캠(Pole Cam), 고프로(GoPro), 드론 캠(Drone Cam) 등 다양한 특수장비가 적재적소에 사용돼 시각적 효과를 높인다.

<나쁜 녀석들: 라이드 오어 다이> 보도자료에서 홍보담당자들은 작품의 역동성과 화려한 액션의 차별화를 설명하며 ‘스노리캠(Snorricam)’의 활용을 반복해 언급한다.

스노리캠이란 주로 영화에서 배우의 몸에 카메라를 부착시키기 위해 고안된 촬영 보조장비다. 피사체인 인물은 고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주변 배경과 사물이 활기차고 불안정하게 움직여 배우의 관점에서 역동성을 부각시키기 때문에 인물의 감정적 공황 상태나 현기증을 묘사할 때 자주 쓰인다.

스노리캠은 1990년대 중반 스노리 형제가 한 펑크밴드의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과정에서 고안해 냈다. 이들의 촬영장을 방문한 친구이자 영화 제작자인 에릭 왓슨은 이 독특한 장비가 영화에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자신이 제작 중이던 작품의 감독에게 소개한다. 이렇게 스노리캠이 처음 사용된 영화가 1998년 공개된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자 독립영화인 <파이>(Pi)였다.

이후 대런 애러노프스키는 두 번째 장편영화인 <레퀴엠>(Requiem for a Dream·2000)에서도 스노리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전작과 달리 대규모 자본으로 만들어진 작품의 성공은 이전까지 낯선 촬영 장비였던 스노리캠의 인지와 가치까지 급상승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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