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송불능 우편물은 어떻게 처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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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서 작업자들이 택배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제공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서 작업자들이 택배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제공

수취인도, 발송인도 누군지 모르는 ‘반송불능 우편물’, 매년 우체국에는 이런 우편물이 쏟아진다. 2023년 배달 우편물은 총 28억9575만6000통이었는데, 이중 4777만9000통(1.65%)이 반송불능 우편물이었다고 한다.

우체국 직원들은 이런 우편물을 받으면 처리하기 곤란할 수밖에 없는데, 우정사업본부는 이런 때를 위해 적용할 수 있는 일종의 처리 규정을 두고 있다. 개별 우체국은 수취인도, 발송인도 찾기 어려운 우편물이 오면 일단 개봉한 뒤 일정 기간 보관한다. 1년이 지나서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공매 등 매각 공고를 해서 처분한다. 여기서 발생한 수익은 국고로 환급된다. 물건이 매각되지 않으면 즉시 폐기 절차에 들어간다.

지난 5월 13일 경기도 화성 동탄우체국에는 반송불능우편물 보관 사실을 알리는 공고가 떴다. 수취인 주소가 ‘중국’으로만 기재된 목걸이가 그중 하나였다. 경남 창원시 의창구라고 수취인 주소가 적힌 화장품 3개도 반송불능으로 접수됐다. 이 목걸이와 화장품은 화성 동탄우체국이 1년 동안 보관하다가, 아무도 찾지 않으면 매각 후 국고로 귀속한다.

1년을 기다렸는데 아무도 찾지 않는 물건들은 공매 절차를 거쳐 처리한다. 지난 4월 충북 청주우체국에서는 반송불능 우편물을 놓고 일종의 ‘장마당’이 열린다는 공지가 떴다. 총 22개 반송불능 우편물이 나왔는데, 물건도 다양했다. 작은 치수의 여성용 나일론 바지, 멀티 충전기, 나침반, 솜 패딩, 블루투스 스피커 등 꽤 그럴싸한 물건이 나왔다고 한다. 유통기한이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에센셜 오일도 있었다.

청주우체국 직원들이 파악한 22개 항목의 시장가는 총 32만원이다. 당연히 경매 시작가는 시장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책정됐다. 시중에서 7000원에 파는 셀카봉이 3500원에 나왔다.

북새통을 이뤘을까? 현실은 반대다. 청주우체국 관계자에 따르면 외부인 중 공매에 참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낙찰받기 전 물건을 잘 살펴봐야 할 필요도 있다. 지난해 광주 광산우체국에선 이색 물건이 공매에 올라 새 주인을 찾아갔다. 가로 33㎝, 세로 23㎝인 핸드백이다. 인조가죽으로 된 가방 겉에는 프랑스 유명한 브랜드 ‘샤넬’처럼 보이는 로고가 박혀 있었다. 비닐도 뜯지 않은 상태였다. 우체국은 경매 안내에서 ‘새 상품’, ‘진품증명서 없음’, ‘재질: 인조가죽’ 등의 정보를 제시했다. 하지만 낙찰자가 물건을 뜯어보니 이 가방에는 샤넬(CHANEL)이 아니라 ‘샤헬’(CHAHEL)이란 브랜드명이 적혀 있었다. ‘짝퉁’이었다.

반송불능우편물 중 매각 처리하는 유가물은 공식통계를 내지는 않는데 대략 1% 이내로 추정된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반송불능 우편물 중에는 쓸모있는 물건이 많지 않아 공매가 진행돼도 외부의 관심이 높지 않다”며 “대부분이 종이류와 같은 무가물이고, 유가물인 경우에도 사용이 불가능한 식품 같은 물품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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