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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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G3 오를 가능성…네루대 한국어과 경쟁률 3300 대 1

인도 아마다바드 나렌드라 모디 경기장에서 지난 11월 19일(현지시간) 열린 국제크리켓협회(ICC) 크리켓 월드컵 인도와 호주의 결승전에서 한 관중이 얼굴에 인도 국기와 국명을 칠한 채 응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인도 아마다바드 나렌드라 모디 경기장에서 지난 11월 19일(현지시간) 열린 국제크리켓협회(ICC) 크리켓 월드컵 인도와 호주의 결승전에서 한 관중이 얼굴에 인도 국기와 국명을 칠한 채 응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기회의 땅(Land of Opportunity).” 10월 24일부터 11월 4일까지 뉴델리, 뭄바이 등 인도 주요 도시 4곳을 취재하며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과거 오랜 기간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으며 웅크렸던 인도는 2014년 5월 나렌드라 모디 총리 집권 이후 환골탈태했다.

지난해 3조4000억달러(약 4425조1000억원)의 국내총생산(GDP)을 기록하며 영국을 제치고 이 부분 세계 5위로 올라섰고, 지난 9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며 미국과 중국으로 양분된 국제사회 질서를 흔들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다.

무엇보다 인도의 잠재력은 젊음에 있다. 유엔인구기금(UNFPA)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인도 인구는 14억2862만명으로 중국(14억2567만명)을 넘어섰다. 세계 1위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30대 미만이며, 평균 연령은 27세에 불과하다. 10월 30일(현지시간) 뉴델리에서 만난 기탄잘리 나타라이 인도경제인연합회(CII) 국제무역정책 부문장은 “중국은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 젊은 인도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한계도 명확하다. 고질적인 대기 오염과 극심한 빈부 격차, 이슬람교도에 대한 차별과 노골화하는 힌두 근본주의 등은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특히 올해 인도와의 수교 50주년을 맞는 한국에게 인도는 미지의 땅으로 남아 있다. 여전히 카레와 소, 바라나시(편집자 주: 갠지스강이 흐르는 힌두교의 성지)와 갠지스강으로 인도를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인도를 ‘기회의 땅’으로 만들기 위한 깊은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악재에도 6%대 성장률…빈부 격차의 명암

전문가들은 인도가 2030년 미국과 중국에 이어 주요 3개국(G3) 지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근거는 확실하다. 코로나19 후유증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으로 전 세계 경제가 흔들리는 가운데서도 인도는 올해 6% 중반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비결은 인프라 구축에 있다. 지난 10월 30일 뉴델리 주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서 만난 빈준화 서남아시아지역본부장은 “모디 총리 집권 이후 고속도로 정비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며 한계로 지적돼온 유통망이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가장 큰 논란이었던 세금 문제까지 해결했다. 과거 인도는 29개 주가 각각의 세금 체계를 두고 있어 일종의 ‘진입세’가 붙었다. 그 바람에 최종 소비자 가격이 치솟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모디 총리는 세금 체계를 일원화하며 비효율성을 없앴다. 빈 본부장은 “세금 시스템이 통합되면서 인도 경제가 한 단계 도약했다”고 진단했다.

인도 뭄바이 빨래터 도비가트에서 10월 27일 한 인도인이 빨래를 마친 뒤 주변 정리를 하고 있다. /손우성 기자

인도 뭄바이 빨래터 도비가트에서 10월 27일 한 인도인이 빨래를 마친 뒤 주변 정리를 하고 있다. /손우성 기자

인도에서 만난 현지 경제인들의 자신감도 대단했다. 지난 10월 25일 인도국립증권거래소(NSC)에서 만난 아쉬쉬 차우한 NSE 최고경영자(CEO)도 “글로벌 주식시장은 장기적인 고금리 환경에 중국 경제의 약세로 급격한 매도세를 보인다”면서도 “인도 주식시장은 여전히 신흥 시장과 선진 증권시장과 비교해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27일 찾은 뭄바이 빨래터 도비가트와 동양 최대 슬럼가 다라비에선 인도의 도전 과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극심한 빈부 격차다. 뉴델리에 사는 한 인도인은 “인도는 고교까지 의무 교육으로 국가에서 지원해준다”면서도 “극빈층은 학교에 갈 시간도 없이 돈을 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도 정부는 지난 9월 G20 정상회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노점을 강제로 철거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뉴델리 거리에서 팝콘 등을 팔았던 라지쿠마는 G20 정상회의 개막을 앞두고 인도 일간지 타임스오브인디아와 인터뷰하며 “대부분 노점상이 G20 정상회의 때문에 포장마차를 빼앗겼다”며 “코로나19 이후 월수입이 8000∼1만루피(12만5000∼16만2000원) 줄었다”고 호소했다.

■ 한국어 열풍…인재를 담을 그릇이 없다

인도는 2020년 최악의 코로나19 피해를 겪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이 급성장하게 된 계기가 됐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국 콘텐츠가 널리 퍼졌다. 2006년 드라마 <대장금>을 인도로 수입해 방영한 두르다샨TV의 깐짠 빠드사드 프로그램 책임자는 “인도와 한국은 정서가 비슷하다”며 “가족과 친구와의 관계를 중시한 콘텐츠가 많아 이질감이 없다”고 분석했다.

한류 인기는 한국어 공부 바람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수도 뉴델리에 있는 국립 자와할랄네루대(네루대) 한국어과엔 10만명 이상이 지원해 무려 3300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0월 31일 네루대 한국어과 사무실에서 만난 니자 사마즈달 학과장은 “개강한 지 한 달 정도 됐지만, 아직도 한국어과에 들어갈 수 있는지 묻는 학생이 많다”며 “10년 전엔 주로 학술 목적으로 한국어를 전공했다면, 지금은 한류 인기로 생긴 관심으로 한국어과를 지망하는 학생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인도 정부는 2020년 고교 제2외국어 선택 과목에서 중국어를 제외하고 한국어를 포함했다. 국경 분쟁을 겪는 중국 정부에 대한 항의 차원이었지만, 인도에서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늘어난 때문이기도 했다.

문제는 쏟아지는 인도의 한국어 능통자를 품을 그릇이 아직 작다는 점이다. 사마즈달 학과장은 “인도인은 기본적으로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면서 “인도에 진출한 한국 기업 관계자들 또한 대부분 영어로 소통할 수 있어서 인도 학생들은 한국어 이상의 기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뉴델리 현지에서 만난 한국 기업 관계자도 “한국어 실력보다는 컴퓨터공학 또는 기계공학을 전공한 인도 학생들을 채용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이는 올해 인도와의 수교 50주년을 맞은 한국 정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뉴델리 출신 한 인도 경제인은 “한국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며 “인도에서 부는 한국어와 한류 열풍을 어떻게 한국이 흡수할 수 있을지, 경제적으로 어떤 이득을 취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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