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윤 정부 덕에 다시 보는 ‘문 정부 조세재정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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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7월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저성장 양극화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재정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7월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저성장 양극화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재정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조세재정정책을 끊임없이 소환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 국가부채가 400조원 증가했고, 국가재정이 방만하게 운영됐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당시의 경제사회 상황에 비춰볼 때 보다 나은 다른 결정이 가능했느냐 하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윤석열 정부의 논점은 성립될 수 없지만, 문재인 정부의 조세재정정책이 다른 방향의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시기와 상황이 요구하는 정부 역할에 충실했는지, 예산과 조세라는 재정의 양면적 수단이 제공하는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는지 말이다. 재정정책은 통화정책과 함께 경제운영의 가장 중요한 정책수단으로 꼽힌다. 중앙은행이 주관하는 통화정책과 달리 재정정책은 정치과정의 가운데에 위치한다. 선출된 정부의 정치적 지향을 실현하는 수단이라는 측면에서 재정정책은 통화정책에 비해 한결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도 이 점을 잘 인지하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의 조세재정정책을 상·하에 걸쳐 짚어본다.

재정, 위기 대응과 사회안전망 강화에 집중

문재인 정부의 재정정책은 사회안전망 확충에 충실했다. 코로나19 위기에 대한 대응도 임기 후반 중요한 업적에 속한다. 한국판 뉴딜을 시작했다. 모두 아우르면 정부 역할의 강화라고 설명할 수 있다. 중앙정부의 총지출 규모는 본예산 기준으로 2016년 386조4000억원에서 2021년 558조원으로 171조6000억원 증가했다. 연평균 7.6% 증가한 것이다.

정부 총지출 규모 증가가 반드시 국가채무비율의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추경을 통한 재정지출까지 포괄해 결산자료를 중심으로 살펴봤다. 정부 결산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첫 2년, 2018년과 2019년에 정부의 총지출은 각각 전년 대비 6.8%포인트, 11.7%포인트 확대됐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5% 수준의 명목경제성장을 염두에 두고 이 총지출 증가율 수준의 적정성을 판단해야 한다.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과 같은 비율로 증가해 국가채무비율이 제자리 수준에 머물렀다. 2017년 국가채무비율 36.6%는 2018년에도 같은 수치였으며 2019년에는 0.1%포인트 줄어 36.5%였다.

다음 2년은 코로나19로 인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전개된다. 모든 것을 제쳐두고 방역을 위해 필요한 조치와 민생안정이 요구되던 시기였다.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전년 대비 13.4%포인트, 9.3%포인트의 지출 확대가 이뤄졌으나, 통합재정수지 적자의 크기는 같은 기간 GDP 대비 3.7%와 1.5%에 그쳤다. 미국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재정지출이 GDP 대비 15%에 달했다. 지출 확대는 주요 7개국(G7)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었으며, 방역의 효과나 경제에 미친 영향에 있어서 한국은 세계적인 모범이 됐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2022년은 코로나19 마무리와 경기침체 대비를 위해 확장재정을 유지했고, 총지출은 13.6%포인트 늘렸다. 2회 추경 중 1차는 문재인 정부 기간(17조원 규모)에, 2차는 윤석열 정부 기간(62조원 규모)에 이뤄졌다.

국가채무가 2016년 627조원에서 2021년 956조원으로 329조원 증가했다. 금융성 채무를 제외한 적자성 채무는 같은 기간 360조원에서 604조원으로 244조원 증가했다. 연평균으로 10.9%의 증가율을 보였다. 공공복지 지출 규모는 2016년 GDP 대비 9.9%에서 2019년 12.2%로 증가했다. 하지만 OECD 국가 평균(20.0%)에 비해 여전히 격차가 컸다. 본예산 기준 총지출 증가액(2017~2021년) 171조6000억원의 구성에서 보건·복지·고용이 76조3000억원(44.5%)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노동 18조2000억원(24.1%), 공적연금 17조8000억원(23.6%), 주택 14조2000억원(18.8%) 등에서도 증가 폭이 컸다(소득주도성장위원회의 ‘소득주도성장, 끝나지 않은 여정’·2022).

지난 2021년 3월 23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서울 종로구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021년 3월 23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서울 종로구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 연합뉴스

조세, 분배구조 개선과 경제 회복에 중점

문재인 정부 전반기(2017~2019년) 조세재정정책이 분배구조의 개선과 과세형평성 제고에 중점을 두었다면, 후반기(2020년 이후)는 코로나19 위기 대응 경제활력 회복과 포용기반 확충에 집중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7월 임기를 시작하면서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100대 국정과제를 선정했고, 이를 위한 세입확충계획으로 재원조달 규모를 5년 동안 82조6000억원을 제시했다. 이는 정부의 늘어나는 역할 측면에서 불충분한 수준이었다. 세입확충 내용은 초과세수 증대(60조5000억원)와 비과세정비 등(17조1000억원)으로 적극적인 증세를 고려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때 이뤄진 세법개정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과세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소득세 및 법인세의 최고세율을 인상했다. 최고세율 인상은 그러나 적용되는 소득구간을 높게 설정해 경제적 효과가 크지 않았고 상징 수준에 그쳤다. 그 외에 대주주에 대한 주식양도소득세 강화, 대기업 연구개발(R&D) 비용 세액공제 축소, 상속·증여세 신고세액공제 축소 및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 강화, 주택임대소득 과세강화가 이뤄졌으나 역시 파급효과는 미약했다. 기업에 대한 조세 지원은 임기 후반에 통합투자세액공제의 도입으로 더 확대됐다. 종합부동산세 강화는 임기 초반 재정개혁특위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아 적기를 놓쳤고, 임기 후반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가격 상승 이후 이뤄진 탓에 정책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지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된 것이기는 하나, 문재인 정부에서 계속 활용하는 바람에 다주택 소유자들의 투기적 행위 통로가 되는 결과를 야기했다.

문재인 정부는 다른 한편 근로자, 중소상공인 등 소득취약계층을 위해 다양한 지원 세제를 신설하거나 확대했다. 고용증대세제의 신설 및 대상 확대, 중소·중견기업 육아휴직 복귀자 인건비 세액공제 신설, 근로시간 단축 기업과 비정규직의 정규직전환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 확대, 중소기업 고용증가 인원에 대한 사회보험료 세액공제 확대, 고용유지 중소기업에 대한 과세특례 적용대상 확대 등이다. 중소기업 취업자에 대한 소득세 감면, 근로소득을 증대시킨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 생산직 근로자 야간근로수당 등에 대한 비과세 확대, 일용근로자의 근로소득공제금액 인상 등도 단행했다. 경제적 의미가 가장 큰 내용은 무엇보다 취약계층에 대한 근로·자녀장려금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근로장려금 지급액을 상향 조정한 것이었다.

<김유찬 포용재정포럼 회장·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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