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미국의 선택은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미국 의회 권력구도를 결정지을 중간선거에 미국인들은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오는 11월 8일(현지시간) 치러지는 중간선거는 조 바이든 정부에 대한 ‘신임평가’인 동시에 2024년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띤다. 이번 선거에서 미국 유권자들은 미국 50개주의 연방 하원의원 전원(435명)과 상원의원 3분의 1인 35명, 주지사 36명을 새로 뽑는다.

미국 조지아주 콜럼버스의 한 투표소에서 지난 10월 17일(현지시간) 치러진 중간선거 사전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주 콜럼버스의 한 투표소에서 지난 10월 17일(현지시간) 치러진 중간선거 사전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선거결과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의 하반기 국정운영 동력이 좌우되는 것은 물론, 차기 대선에서 바이든-트럼프의 재대결 가능성이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세계가 미국의 선택을 숨죽여 지켜보는 까닭이다.

공화-민주, 누가 웃을까

중간선거(Midterm Election)라는 명칭은 4년 주기의 미국 대통령선거 사이에 치러진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통령과 여당이 대체로 고배를 마셨다.

1862년 이후 지금까지 40차례의 중간선거에서 대통령 소속 정당이 의석을 늘린 것은 단 3차례(1934·1998·2002)에 그쳤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1기인 2010년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공화당에 무려 63석이나 내주기도 했다.

올해도 판세는 민주당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하원에서는 공화당이 무난하게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하원은 민주당 220석-공화당 212석(공석 3석)으로 민주당이 근소하게 우위를 점하고 있다. 공화당이 6석만 추가로 확보하면 내년 1월 118대 의회에서 다수당 지위를 탈환하게 된다. 선거예측 사이트 파이브서티에잇에 따르면 10월 20일 기준 공화당이 하원에서 이길 확률은 75%로 민주당 승리 확률(25%)을 압도했다.

2020년 인구조사에 따른 선거구 재조정이 공화당에 유리하게 작용하리라는 전망도 있다.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뉴욕, 캘리포니아 등은 인구 감소로 선거구가 줄어든 반면, 텍사스·몬태나 등 공화당 지지 지역에선 선거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50석씩 나눠갖고 있는 상원에서는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상원은 양당의 의석수는 동석이지만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상원의장으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어 민주당 우위로 분류된다. 선거 대상인 35석 중 공화당이 21석, 민주당이 14석을 차지하고 있는데 경합지역 3~4개주의 표심이 선거 승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조지아와 네바다(현재 민주당), 펜실베이니아(현재 공화당) 등에서 양당 후보들이 피말리는 접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의 한 주유소에서 지난 10월 19일(현지시간) 한 시민이 주유를 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의 한 주유소에서 지난 10월 19일(현지시간) 한 시민이 주유를 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경제 우선’이냐 ‘임신중단권 보장’이냐

정부 심판 성격이 두드러지는 중간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은 단연 경제 문제다. 특히 40여년 만의 최악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본격화되면서 경제 이슈의 파급력이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최근 뉴욕타임스가 시에나대와 유권자 79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4%는 경제를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았다. 이는 지난 7월 같은 조사에서의 36%보다 크게 높아진 수치다.

민주당은 ‘경제 책임론’의 전면 부상을 경계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틈날 때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대규모 지출 계획과 학자금 대출 탕감, 미국 내 일자리 창출 등을 성과로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이 실제 체감 가능한 경제적 효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의 호소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지난달부터 미국 유권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문제인 휘발유 가격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부동층 유권자들이 공화당 지지로 기우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좀처럼 40% 초반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례 폐기 이후 불거진 임신중단권 보장 문제나 총기규제 등 사회 이슈가 선거에서 얼마만큼 큰 영향력을 발휘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은 연방대법원의 임신중단권 폐기 판결로 여성 등이 민주당 지지로 결집할 것을 기대해 왔다. 바이든 대통령도 10월 18일(현지시간)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면 가장 먼저 임신중단권을 법률로 보장하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는 등 선거 쟁점화에 앞장서고 있다. 대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지지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장으로 향한다면 일부 민주당 후보들이 선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여론조사를 보면 임신중단 이슈를 중시한다는 응답은 경제나 인플레이션 문제를 중시한다는 응답보다 낮게 나오는 상황이다.

올해 중간선거가 유독 관심을 모으는 건 사실상 2024년 대선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바이든 대통령에 패배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경선 과정 초기부터 관여하면서 바이든 대 트럼프 구도가 만들어졌다.

바이든 대 트럼프 리턴매치 가능성은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장을 지지하는 이들이 대거 공화당 후보로 뽑혔다. 이들이 의회를 장악하면 공화당 차기 대선주자로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지는 더욱 굳건해질 전망이다. 선거 관리 책임이 각 주정부에 있는 미국에서 트럼프 측의 2020년 대선 부정선거 주장에 동조하는 이들이 당선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재선 의지를 밝힌 바이든 대통령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맞대결을 피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4년 만에 두 사람이 대통령 자리를 놓고 다시 맞붙을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중간선거 결과는 남은 2년간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공화당은 벌써부터 하원을 장악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인 ‘헌터 바이든’ 탈세 의혹 등에 대한 수사는 물론 바이든 대통령 탄핵까지 추진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김유진 워싱턴특파원 yjkim@kyunghyang.com>

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