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연비왕’들에겐 특별한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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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운전하며 회생제동 활용… 도심 주행 많을 경우 전기차가 유리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행정복지센터. 국내 최북단 전기차 충전소가 있는 곳이다. 최남단 전기차 충전소가 있는 전남 해남군 땅끝마을 공영주차장까지 600㎞ 넘게 떨어져 있다. 국내에 출시된 전기차 중 인증된 1회 충전 주행거리가 600㎞를 넘는 차는 아직 없다. 인증거리로만 볼 땐 1회 충전으로 두 지점을 잇기란 불가능하다.

기아차는 지난 8월 25일 서울시 성수동에 전기차 특화 복합문화공간 ‘EV6 언플러그드 그라운드 성수’를 개장한다고 밝혔다. / 기아 제공

기아차는 지난 8월 25일 서울시 성수동에 전기차 특화 복합문화공간 ‘EV6 언플러그드 그라운드 성수’를 개장한다고 밝혔다. / 기아 제공

하지만 특정 시점과 조건에서는 가능하다. 7월 말 현대차그룹이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을 보면, 아이오닉5로 두 지점(616.9㎞)을 1회 충전으로 완주하면서도 잔여주행 가능거리가 101㎞나 남았다. 제원상 주행거리보다 300㎞ 정도 더 갈 수 있는 셈이다. 전기차 이용자들이 많이 찾는 포털 카페에는 아이오닉5만이 아니라 테슬라의 모델3, 벤츠 EQA 등으로 인증거리를 훌쩍 넘겨 주행했다는 후기가 심심찮게 올라온다.

인증거리를 훌쩍 넘는 실주행거리를 보여준 이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비결은 경제운전과 회생제동(모터를 발전기로 사용해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회수하면서 제동력을 내는 기술)이다. 1회 충전으로 고성~해남 일주에 성공하고 이 과정을 영상 콘텐츠로 만든 조우람 현대차그룹 운전자 제품 PR팀 매니저는 50~70㎞의 최적 운행 속도를 유지하고, 회생제동을 적절히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조 매니저는 “기본적으로 공력성능을 고려했을 때 시속 80㎞가 넘어가면서부터 연비가 낮아지는 것 같아 다소 여유 있게 운전하는 편이 좋다. 일반적인 국도 제한속도를 준수하면서 하위차선으로 여유 있게 주행했다”고 말했다.

전방에 빨간불이 켜졌거나 정체구간 등 멈춰야 할 때도 가급적 회생제동을 썼다고 설명했다. 그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당연히 필요시에는 브레이크를 밟지만 브레이크를 밟는 경우에도 회생제동 효율이 높아질 수 있도록 ‘팍’ 밟는 게 아니라 서서히 조금씩 답력을 줘 브레이크 캘리퍼 동작이 아닌 회생제동으로 제동력을 발휘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회생제동으로 주행거리 늘려

전문가의 견해 역시 조 매니저의 설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기차 인증 업무를 담당하는 정택호 교통환경연구소 연구사는 “내연기관차는 시속 80~100㎞의 중고속 구간에서 연비가 좋다면, 전기차는 시속 50~60㎞의 저중속에서 높은 연비를 보인다”면서 “감속 구간에서 전기차의 회생제동을 활용하면 연비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생제동을 쓸 경우 10% 정도 주행거리가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연비는 도심과 고속도로에서 정반대의 결과를 보인다. 현대차의 아이오닉5(롱레인지·2WD·프레스티지)의 연비를 보면, 도심에서 5.5㎞/㎾h, 고속도로에서 4.2㎞/㎾h인 반면, 그랜저(가솔린3.3)의 경우 도심 8.3㎞/ℓ, 고속도로 12.0㎞/ℓ이다. 노경원 한국에너지공단 자동차연비센터장은 “전기차와 내연차의 가장 큰 차이점은 내연차는 고속도로에서 연비가 더 좋다는 점”이라면서 “전기차는 회생제동 기술이 적용돼 버려지는 에너지를 회수해 쓸 수 있어 도심에서 훨씬 더 연비가 좋다”고 말했다. 도심 주행이 많을 경우 전기차가, 고속도로를 많이 타는 경우 내연차가 연비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더 유리하는 뜻이다.

노 센터장은 “내연차는 기존에 갖고 있는 에너지로 관성주행을 하기 용이하지만 전기차는 배터리에서 모터로 계속 에너지를 넣어야 주행하기 때문에 부하가 끊임없이 걸린다. 그래서 고속도로에서 연비가 더 안 좋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비의 차이는 1회 충전 주행거리의 차이로 나타난다. 아이오닉5의 경우 도심에서 446㎞, 고속도로에서 345㎞이다.

급가속은 연비의 적

실주행거리가 인증 주행거리를 훌쩍 뛰어넘을 수 있는 건 국내 공인연비 산정 방식의 특성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국내 공인연비 인증은 미국의 방식을 택해 도심(FTP 75)과 고속도로(HWFET)를 통한 연비를 분석한 후 겨울철 저온(Cold FTP 75)과 여름철 고온(SC03), 고속도로 급가속(US06) 등 다섯가지 주요 조건을 고려해 결정된다. 이 경우 냉난방을 할 필요가 없는 봄·가을철 실주행거리가 인증 주행거리에 비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환경에서 주행거리를 시험하기 때문에 1년 평균을 놓고 보면 실제 주행거리, 연비와 최대한 유사한 결과를 보여준다.

◆전기차 연비 높이는 방법
1 적정 주행속도(50~70km) 유지
전기차는 내연차와 달리 고속도로보다 도심주행 시 연비가 더 높음
2 급가속, 감속 금지
관성주행이 용이한 내연차보다 모터 특성상 부하에 더 취약. 에코모드 활용으로 급가속 회피
3 회생제동 사용
안전에 필요한 경우 외엔 가급적 브레이크를 밟기보다 회생제동 활성화
4 에어컨 22~23℃ 자동 1단 유지
가능하면 에어컨을 끄는 것이 더 좋고, 특히 저속에선 자연풍 사용
5 적정 공기압 설정 및 공차중량 줄임
타이어 공기압이 적정 공기압 대비 낮아진다면 마찰범위가 늘어나 연비에 부정적
6 지하주차장이나 서늘한 곳에 주차
공조에 드는 에너지 절약



특히 겨울철 전기차의 주행거리 저하를 반영하는 게 장점이다. 김자륭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기차의 경우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상온과 저온에서 차이를 보이는데 그 차이가 30%를 넘지 않아야 보조금을 지원받는다”면서 “내연차도 온도가 낮아지면 유체의 점성이 증가하고, 기계적 저항이 증가해 연비가 낮아지는데 전기차의 경우 비슷하게 전하의 이동에서 저항이 커지면서 배터리 효율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유럽의 인증방식은 도심 운전에서의 효율을 중시한다. 속도를 높이기 어렵고, 정체로 감속이 잦은 도심에선 고속도로에 비해 전기차의 연비가 높기 때문에 당연히 주행거리도 늘어난다.

회생제동과 연비 효율이 높은 속도 구간에서 차이를 보일 뿐 그외 연비를 높이는 방법은 전기차도 내연차와 다르지 않다. 내연차가 급가속을 하면서 엔진회전수(RPM)를 급격히 높이면 좋지 않듯, 전기차도 급가속을 피하는 게 좋다. 이를 위해 차량 주행 모드 중 ‘에코’ 모드를 쓰는 것이 좋다. 노 센터장은 “연료 매핑이라고 하는데 자동차회사마다 최적 연비를 이룰 수 있도록 고유의 알고리즘을 만들어 인위적으로 RPM 부하가 크게 걸리지 않게 만든다”면서 “순간 반응속도가 느려 답답할 수 있지만 급가속을 방지해 연비에 큰 차이를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에어컨 대신 자연풍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조 매니저는 “에어컨 작동에 드는 전력에 비해 창문을 열어 생기는 공기저항적인 손실이 적어 연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연풍은 고속 상황에선 불리하다. 김자륭 연구위원은 “고속에서 창문을 열면 오히려 공기저항이 커져 안 좋다”고 설명했다.

타이어 공기압은 적정 공기압을 유지해야 한다. 적정 수준보다 낮아지면 마찰범위가 늘어나 그만큼 연비에 좋지 않다. 다른 조건이 동일할 경우 타이어의 크기가 커지면 연비도 줄어들지만, 그보다는 타이어의 회전저항(RR)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2WD에 비해 네바퀴 모두 구동하는 AWD의 연비가 낮다. 노 센터장은 “기동력과 순간가속은 훨씬 좋아지지만 아무래도 모터를 2개 쓰다 보니 중량이 늘고, 부하도 많이 가기 때문에 연비 측면에선 악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불필요한 짐을 싣고 다니는 것도 피해야 한다. 차량을 주차할 땐 기온의 영향을 덜 받는 지하주차장을 택하는 게 좋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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