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어쨌든 여가부는 없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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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사회의 주요 쟁점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이다. 그는 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신을 밝힌다. 과거부터 쌓여온 쟁점에 대한 그의 명확한 입장은 평소 성향을 가늠해보기 충분할 정도다. 이러한 하 의원이 지난 6월 15일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경선 참여를 선언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어쨌든 여가부는 없앨 것“

그가 주목받는 것은 기존 대권주자와 다른 정치 문법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대권에 도전하는 후보들은 찬반이 엇갈리는 쟁점에 가급적 말을 아낀다. 국민 다수를 만족시켜야 하는 선거에서 ‘소신’은 패배의 지름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 의원은 거침이 없다. 최근 논란이 된 ‘여성가족부 폐지’, ‘도쿄올림픽 보이콧’ 등에 대해서도 입장이 명확하다. 사람마다 정답이 다른 논쟁에서 답을 외치는 것은 적어도 그가 ‘미움받을 각오가 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 의원을 지난 7월 9일 국회에서 만났다. 스스로 평가하는 강점, 야권 주요 후보에 대한 생각, 여가부 폐지 등에 대한 논리를 들어봤다. 여성정책에 관한 질문이 이어지자 그는 “하태경 여혐 아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어쨌든 내가 대통령이 되면 여가부는 없앨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의 소신이 득이 될지, 독이 될지 그 결과에 따라 한국 정치의 새로운 문법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출마 이유가 청년세대를 위한 정치다. 청년세대가 누구를 의미하나.

“미래다. 대한민국의 미래. 2030세대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닌 미래 대한민국에 살아갈 모든 세대를 지칭한다. 이들을 위해 나서야겠다고 결심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문제는 ‘미래 체념론’이다. 희망이 사라졌다. ‘우리 자식 세대는 부모 세대보다 못 사는 최초의 세대가 될 것’이라는 말을 공공연히 한다. 이걸 불가피한 숙명처럼 당연시한다. 정말 위험한 상황이다.”

-‘미래 체념론’이 퍼진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지난 몇년간 온통 ‘어떻게 분배할 것이냐’, ‘어떻게 있는 돈을 나눠 쓸 것이냐’로만 논쟁했다. 기본소득이니 안심소득이니 하는 것들이 다 같은 맥락이다. 굉장히 건강하지 못한 논쟁이다. 여기에 과감하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미래에도 충분히 고성장이 가능하고 완전고용도 가능하다. 100만명 출생아 시대도 아니고 30만명 출생아 시대다. 국가지도자들이 이를 감당하지 못해 ‘성장은 더 이상 안 된다. 분배밖에 답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창피한 일이다.”

-‘성장’을 이끌 구체적 방법이 있나.

“첫 번째 과제는 인식 전환이다. 이 정부가 제일 잘못한 것이 기업을 적폐로 만든 것이다. ‘부’나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다. 정부가 기업을 적폐로 보니까 공무원 일자리만 나온다. 공무원들이 주로 하는 일은 기업 규제다. 창의성을 가두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기업이 적폐가 아니고 미래라는 인식 전환을 이끄는 것이 시급하다.”

-인식 전환이 어떻게 성장으로 이어지나.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면 이를 통해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중국과 한국을 비교해보면 중국은 창업 붐이다. 그런데 우리는 젊은 사람들 대부분이 공시족이다. 중국은 하루에 300명씩 기업인이 생기고, 한국은 하루에 300명씩 공시족이 늘어난다. 이런 추세를 뒤집어야 한다.”

-그럼에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국민의힘 외부 대권주자들이 더 주목받는데.

“현재 지지율 같은 사소한 것에 집착할 필요 없다고 본다. 자기 갈 길을 가다 보면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아직 대선까지는 시간이 남았다. 누가 더 국가지도자로서 준비가 돼 있느냐가 점차 주목받을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동등한 경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언론이나 대중의 관심은 뉴페이스에 쏠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 아닌가. 선의의 경쟁을 하면 된다고 본다.”

-윤 전 총장이나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은 다방면에서 능력을 보여준 것은 아닌데.

“심판 리더십은 미래 리더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분들이 관심을 많이 받는 것은 국민의 정권심판 의지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를 봐도 이전 정권에 대한 분노만으로 미래권력이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이번 대선도 심판 열기에 의존해서만 정권을 가져올 수 없다고 본다. 고달픈 국민의 삶을 누가 더 잘 개선하고 누가 더 미래 리더십을 갖추고 있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다. 이러한 부분이 준비되지 않으면 정권을 가져오기 어렵다.”

-윤 전 총장 측에서 전화가 왔다고 공개했는데 만남 일정은 잡혔나.

“만날 날짜를 잡자는 문자 정도 교환했다. 아직 구체적 일정은 잡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을 만나면 조언하고 싶은 부분이 있나.

“내가 정치를 먼저 시작했기 때문에 윤 전 총장에게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크게 하나가 돼야 한다. 미래 대안에서 생각이 같은 부분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한 부분에서 공감대를 넓혀 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대선까지 개인이 아닌 함께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아직 깊은 소통을 한 적이 없지만 앞으로 더 자주 대화하고 의견을 나누는 그런 관계가 될 것이라고 본다.”

-국민의힘 경선을 100% 국민경선제로 하자고 제안했다. 입당 가능성이 높은 후보들을 배려한 것인가.

“보수는 선공후사(공적인 일을 먼저 하고 사사로운 일은 나중에 한다)하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 얄팍한 계산 정치를 하면 국민이 다 안다. 누가 더 정권교체에 헌신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서느냐가 중요하다. 그리고 사실, 대선은 당심과 크게 관계가 없다. 당 내부 선거하는 것도 아니고 국민이 결정하는 대선 아닌가. 나는 한발 더 나아가 더 큰 민심 경선을 주장한다. 1000만 모바일 경선을 하자는 것이다. 우리 당 경선에 관심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1000만명 정도 국민이 참여하는 경선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7월 9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7월 9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화합은 과거 선거 방식과는 다른데.

“내리깎는 정치는 20세기 정치다. 구태정치는 문재인 대통령이 잘한 부분도 잘못했다고 한다. 어떻게든 깎아내리려고만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정치가 ‘공멸의 정치’였다. 내가 잘해 이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못해 이기는 식이다. 21세기 정치는 통합·상생의 정치로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내리깎는 정치부터 하지 말아야 한다. 입당도 안 한 윤 전 총장, 최 전 감사원장의 지지율이 높다고 흑색선전이나 하면 국민이 다 안다. 부메랑이 돼서 돌아갈 거라고 본다.”

-2030 ‘남성’들 사이에서 지지를 받는다. 기존 정치 문법과의 차별화가 주요하다고 보나.

“청년세대 문제에 목소리를 많이 내고 있다. 특히 채용 비리, 취업 문제에 집중했다. 채용 비리는 우리 시대에 가장 심각한 적폐라고 생각한다. 이걸 뿌리 뽑아야 한다. 그래서 관련 법을 발의하고, 고용세습 문제에 대해서도 물증을 찾아 발표하기도 했다.”

-반면 ‘젠더갈등’ 목소리를 많이 낸다는 인식도 있다.

“일자리 문제는 남녀 문제가 아니지 않나. 정확히 말해 나는 ‘젠더 문제’가 아닌 ‘세대 문제’와 관련해 목소리를 높여왔다. 여성들에게 인기 많았던 적도 있었다. 프로듀스101의 투표 조작 실태를 밝히고 했을 때는 인지도가 높았다(웃음). 하태경은 여혐 아니다. 우리 딸이 있는데 내가 여혐을 한다는 것이 말이 되나. 그런 프레임에 가두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

-본인도 586세대이지 않나. 세대 문제와 관련해 차별점이 있나.

“청년세대와 소통이 잘되는 유일한 586세대라는 자신감이 있다. 권력에 가까운 586세대는 친북좌파 성향이 강하다. 거기에 대해 나는 20대 중반 때부터 싸워왔다. ‘너희와는 같이 일 못 하겠다’고 했다. 그게 내 인생의 첫 번째 큰 전향이었다. 나는 20대 때부터 586이라는 동세대와의 불화를 지금까지 겪고 있다.”

-인구 구조상 청년세대에 집중하는 것이 선거에는 유리하지 않을 수 있다.

“꼰대 정치인에서 노력하는 꼰대 정치인, 일명 ‘노꼰’이 돼서 청년 문제에 관심을 가지겠다고 선언했다. 이게 나의 두 번째 전향이다. 앞으로도 내 정치는 미래세대와 함께할 것이다. 그리고 사실, 어르신들도 나를 좋아하신다(웃음). 미래세대 문제는 부모 세대 문제이기도 하다. 부모님들 제일 큰 걱정이 자식 걱정이다. 결혼, 취직, 출산 문제는 청년세대뿐만 아니라 기성세대의 문제이고, 국가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자식 걱정 외에 기성세대가 직면한 문제는 뭐라고 보나.

“결국 성장 문제다. 인간의 수명이 과거보다 늘었다. 기성세대도 미래 체념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기성세대의 미래 체념론에는 두가지 원인이 있다. 하나는 부동산이고, 또 하나는 소득주도 성장이다. 은퇴 이후 자영업 등으로 계속 소득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힘들다. 내 지역구인 부산을 보면 자영업 민생이 박살이 나 있다. 깊게 들어가면 이는 최저임금을 너무 과도하게 인상하는 것 등이 원인이다. 앞으로 공약을 내겠지만 현재 최저임금 결정 제도를 바꿔야 한다. 매번 협상하는데 갑자기 확 뛰어오른다.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가야 한다. 물가상승률과 GDP 성장률 등을 반영해 매년 최저임금 인상폭이 얼마가 될지 미리 계산할 수 있게 하겠다. 예측이 가능해지면 미리 운영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청년 중 절반은 여성이다. 이들을 사로잡을 공약이 있나.

“일자리다. 이 정부가 제일 잘못한 것이 젠더갈등을 키워왔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586세대는 이렇게 심각한 젠더갈등을 겪지 않았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일자리가 풍부했다는 것이다. 성장으로 나눌 수 있는 파이가 작아지면 경쟁이 커지게 된다. 여기서 불거지는 것이 군대 문제다. 일자리 경쟁에서 누군가 출발선이 늦어지는 것이다. 결국 젠더갈등 문제도 일자리를 통해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여가부 폐지를 공약했다. 여성층에게 지지받기 어려운 공약이라고 보지 않나.

“잘못된 인식이다. 여론조사를 보면 여성들도 여가부를 별로 안 좋아한다. 여가부에 대한 불만이 높은 것은 여가부가 여성 기득권만 보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가부는 정치 기득권이 전리품으로 가져가는 부서 아닌가. 활동도 보라. 여성단체 대표들이 여가부 장관을 한다. 그러면서 보호하는 것이 윤미향, 윤지오 같은 사람들이다. 그러면서 실제 여성 약자들은 외면했다. 대표적인 것이 박원순, 오거돈 전 시장의 피해자들이다. 또 이번 공군 여중사 사건도 여가부가 감독하는 양성평등센터에서 외면해 발생한 문제 아닌가. 일반 여성들에게 여가부는 도움이 안 된다.”

-여가부 폐지가 구조적·계층적 차별 때문이라면 대안은 있나.

“젠더갈등해소위원회를 만들고 여가부가 맡았던 일들은 원래 담당 부서로 돌리면 된다. 여가부 폐지의 가장 큰 근거는 여가부의 역사적 역할이 끝났기 때문이다. 여가부는 원래 시한부 부서다. 과거 20년 전만 해도 사회적으로 남녀 차별이 심했다. 그래서 기능적으로 분류돼 있는 정부부처 내에 유일하게 보호대상을 명시한 여가부를 만들었다. 남녀평등 가치를 내재화하라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러한 역할이 줄었다. 경단녀 문제는 노동부가 하고 여성인권은 국가인권위원회가 담당한다. 역할은 줄었는데 계속 존속하다 보니 청년도 붙이고, 가족도 붙이고 해서 좀비 부서가 된 것이다.”

-여가부가 여권신장이라는 상징성은 있지 않나.

“그럼에도 할 일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예산도 계속 줄고 있다. 자기들 할 일을 억지로 만들고 있다. 여가부가 젠더갈등을 조장한다는 것은 이러한 상황에서 출발한다. 심지어 요즘은 자기들 영역을 넘어서는 셧다운제에까지 개입한다. 정부부처 평가도 꼴등이다.”

-‘젠더갈등을 정치에 이용한다’는 비판도 있다.

“욕을 들어도 소신을 굽히지 않는 정치를 해왔다. 10년 동안 많은 욕을 들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환경에 굴복하는 것이면 정치를 안 했을 것이다. 두렵지 않다. 이번에도 그런 프레임으로 공격할 텐데 결국 시간이 지나면 다 이해하고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

-여가부 폐지가 당론으로까지 갈 것이라고 보나.

“소통을 통해 오해가 있는 부분을 풀면 결국, 당론이 될 것이라고 본다. 다만 시간은 좀 걸릴 것이다. 이 부분은 논쟁이 필요한 부분이다. 공격이 두려워 논쟁을 피하지는 않겠다. 여가부 폐지가 이번에 처음 나오는 이야기도 아니고, 더 건강한 논쟁이 되도록 이끌어갈 생각이다.”

-젠더갈등은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나.

“일단 젠더갈등이 심각하다는 걸 인정하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집중해야 한다. 해결하기 위한 과정이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는 식으로 가면 안 된다. 여가부 폐지는 우리 사회의 젠더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내가 대통령이 되면 여가부는 없앨 것이다.”

<글·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사진·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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