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86기득권? 혁신 안 하면 교체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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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86세대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용빈 의원(56)은 초선이다. 광주광역시 광산구가 지역구다. 의사로 오랜 지역시민사회단체 활동 경력을 갖고 있다. 지난 2016년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로부터 제안을 받아 민주당 호남영입인재 1호 인사로 영입됐다. 그러나 당시 총선에선 호남에 분 국민의당 바람에 밀려 낙선했다. 1987년 당시 그는 전남대 총학생회 부학생회장으로 6월항쟁에 참여한 85학번이다. 대표적인 86세대 의원이다. ‘호남 86기득권’ 논란을 물을 적임자이기도 했다. 7월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이 의원을 만났다. 그는 송영길 대표체제에서 당 대변인도 맡고 있다.

“호남 86기득권? 혁신 안 하면 교체되겠죠”

-민주당 대선 경선추진단에서 김경율 회계사를 국민면접관으로 뽑았다가 철회하는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비판적으로 보는 분들은 더불어민주당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말합니다.

“글쎄요. 처음 아이디어만 놓고 보면 좋았어요. 토론배틀이지 않습니까.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나 김경율 회계사 같은 분을 호명한 이유는 ‘우리 후보들이 우리에게 적대적인 생각을 가진 발제자들과 토론배틀을 벌여보라’는 콘셉트였어요. 상당히 창의적인 콘셉트였습니다. 예비경선으로선 아주 좋은 그림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뭐 저런 사람으로부터 우리 후보를 평가받냐’는 반발이 나왔고요. 당 지도부가 ‘김경율 초대는 오버한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를 받고 즉각 수정 반영할 수 있었는데, 혼선을 보였던 것은 미흡했던 것 같습니다. 공교롭게도 그날 조국 전 장관과 부인이 사모펀드와 관련해선 무죄판결이 나왔는데, 김경율씨가 <조국 흑서>에서 여러가지 억측에 근거해 문제 제기한 것이 문제된 것이잖아요. 어떻게 보면 허위사실로 조 전 장관을 음해한 사람인데, 그런 사람을 우리가 용납할 수 있느냐 이런 시각인데….”

-그런데 음해라고 하기엔 김 회계사가 참여연대 상임운영위원회를 나간 시점이나 이유도 조국 사건에 대한 시각차였고, 그걸로 진보진영 내에서 입장차가 생긴 것은 사실이지 않습니까.

“그렇죠.”

-그러니까 이걸 김경율씨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진보 분열의 문제로 접근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이쪽(민주당 및 민주당 강성지지자)에서는 그쪽이 주장하는 걸 도저히 수용할 수 없고, ‘그 사람은 이미 극우적 포지션으로 입장을 바꾼 사람’이라고 말하는데 반대편 시각에서는 다르게 보겠죠.

“하여튼 그런 식의 해프닝으로 마무리됐지만, 새로 영입된 국민면접관들과 하는 것도 보니까 좋았어요. 그 자리에 진중권이 있었다면 더 재미있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우리 후보들이 상당히 잘 대응하더라고요. 만약 그런 공격적 질문을 안 던졌다면 다 비슷비슷하게 보였을 사람들이 자기 색깔을 뚜렷하게 드러나게 했잖습니까. 흥행효과는 있었다고 봐요.”

-호남민심에 대한 질문을 드릴게요. 1987년 이후 지난 35년간 현재의 국민의힘 쪽에서 당선된 사람은 전주의 정운천, 순천의 이정현이 유일해요.

“네.”

-지금은 민주당 자체가 보수화되고 기득권화된 정당이 된 것이 아니냐, 이런 시각도 있어요.

“난 정치집단의 속성상 그렇다고 보고요. 정치는 혁신과 기득권 지키기의 대립에 의해 발전한다고 봅니다. 늘상 그런 것이죠. 지난 2012년 대선 때 좌절을 맛보면서 가장 많이 제기된 평가가 시민사회의 부재였어요. 진보혁신을 이끌고 정권교체 동력이 돼야 할 시민사회가 약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입니다. 그 이후 난 2014년, 2016년, 2018년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과정에 참여했는데, 그런 정치적 역동성을 86기득권으로 퉁칠 수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기득권이 돼 있다면 86세력은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겁니다. 사회에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면 꼭 86이라기보다 현재의 기득권을 대체할 혁신세력이 필요하다는 거겠죠. 우리 당내에 대체할 어떤 대안이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봅니다. 86이어도 21대 국회의원이 된 초선도 있을 것이고, 2040세대 초선의 목소리도 있을 겁니다.”

-정치권 86도 보면 사석에서 ‘그때 뭐했냐’며 족보 맞춰보고 서열 정리하는 그런 문화가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그리고 그걸 비판적이고 냉소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수십년 전 경력과 인연을 앞세워 의원회관에 와서 그분들이 하는 사업과 관련한 청탁을 하는데, 그걸 두고 비판하는 분들은 86그룹의 인적 네트워크가 이권 카르텔로 전락했다고 합니다.

“그런 측면이 있죠. 그건 86세대에만 주어지는 비판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정치세력이 다 그런 식일 거라고 봐요. 그러니 내로남불 이야기가 자꾸 나오는 거죠. 우리 세대에 주어진 혁신의 열망, 공정이나 정의 그런 것들이 다 혁신의 목표인데 그런 걸 잘 못 하니 그런 말을 듣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민중의 편에서, 또 시민의 편에서 시민의 눈높이로 시민이 주인 되는 세상을 만들겠다, 그렇게 말해놓고 자기들끼리 짬짜미를 추구하면 또 안 되잖아요.”

-그렇죠. 그러면 어떻게….

“정의로운 세상을 만든다면 우리 안의 정치세력 중 그런 것을 혁파하고 미래로 나갈 비전을 제시하는 혁신그룹이 만들어져야겠죠. 이게 자성의 목소리고 그래서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쓴소리를 듣는 겁니다.”

-특히 호남에서 86기득권이 두드러진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실 이제 호남에서 86그룹이 정치일선에 등장한 것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 열린우리당이 만들어지면서 강기정 전 수석 정도가 다입니다. 나머지 영역에서는 기득권 그룹이 정치적 생명을 이어간 것이고…. 그렇다고 하면 지난 21대 총선에서 86그룹은 겨우 등단한 것 같은데요. 송갑석 의원은 전남대 후배이고, 나 같은 경우는 시민사회에 있다가 정치에 들어왔습니다. 조오섭, 윤영덕 의원 정도가 86그룹이라고 보는데, 내가 볼 때는 그분들은 정치신인이에요. 이 사람들이 과거에 머물러 과거의 생각으로 기득권에 안주한다면 문제가 되겠죠. 광주가 늘 그랬듯이 혁신을 요구하거든요. 그런 혁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주체가 돼야겠죠. 그런 소명이 없다면 우리는 쓸모없어져 벌써 교체대상이 됐을 겁니다.”

<글·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사진·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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