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미일정상회담 무엇이 달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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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공동 담화문은 추상적·포괄적… 한미는 세부사항 다양하고 내용도 깊어

지난 5월 21일(현지시간) 종료된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대북·대중국 문제 등 외교뿐 아니라 기술, 과학, 국제정치, 환경, 젠더 등 수많은 의제가 논의됐습니다. 주간경향은 한미정상회담 발표 내용을 미국에 거주하는 전문가와 함께 분야별로 분석합니다. 다만 기고자의 요청으로 가명으로 게재합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 21일(현지시간) 한미 단독 정상회담과 소인수회담, 확대회담 등을 연속으로 가진 뒤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워싱턴 강윤중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 21일(현지시간) 한미 단독 정상회담과 소인수회담, 확대회담 등을 연속으로 가진 뒤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워싱턴 강윤중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 후 첫 번째와 두 번째 정상회담 상대가 동아시아의 일본과 한국이란 점은 외부의 시각에서 볼 때, 대중국 포위망 구축이 미국의 최우선 과제라는 점을 상기하게 만든다. 지난 4월 있었던 미일정상회담과 5월 한미정상회담의 공동 담화문을 비교해보면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관심사와 한국과 일본에 거는 기대와 관심 분야를 알 수 있다.

먼저 담화문의 길이를 보자. 영문 기준으로 한미는 2642단어이고, 미일은 2113단어다. 한미 정상의 담화문이 529단어 더 많다. 추상적이고 포괄적 표현이 많은 미일과 달리 한미는 실무적인 세부사항이 좀더 다양하고 내용의 깊이도 깊었던 까닭으로 보인다.

한미·미일 회담에 공통적으로 담긴 것들 약간은 의례적인 민주주의, 인권, 법치주의, 양국의 상호 동맹 등 외교적 언급과 한반도 비핵화 그리고 한·미·일 삼각 협력 문제가 공통으로 다뤄졌다. 한일 사이의 온도차가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대중국 압박 수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문제가 미국과 한일 간의 공동 담화문에 공통적으로 언급이 된다. 그만큼 미국에는 사활이 걸린 주요 사안이란 뜻이다. 그 외에도 중국을 의식한 공통 주제를 꼽으라면 세계무역기구(WTO)와 세계보건기구(WHO)의 개혁을 들 수 있다. 이 두 국제기구에 대한 미국의 불만은 상당하다. 먼저 WTO가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고, WHO는 이번 코로나19와 중국과의 연관성 조사를 미국이 원하는 만큼 공정하고 투명하게 실시하지 않고 있다고 미국은 생각하고 있다. 한가지 더 중국 압박 내용이 있다. 5G 서비스에서 중국 업체를 제외하는 문제다. 이와 관련해 조금 더 넓게 해석하면 직접적으로 중국이라고 언급은 안 했지만, 기술·안보 문제에서 기술 절도 방지 문제 등이 언급된 점이다.

이 밖에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국정 의제인 기후변화 문제와 현재 전 세계인의 공분을 자아내는 미얀마 군사정부 비판이 한일 공통적으로 다뤄진 의제다. 더불어 코로나19로 야기된 국제 의료보건 문제에 대한 다양한 내용도 양국과의 정상회담에서 공통적으로 담겨 있다.

한미정상회담에만 담긴 것들 첫 번째 다뤄진 현안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다. 이 사안이 왜 가장 먼저 등장했는지를 이해하려면 올해 3월 17일 방한한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 장관과 한국의 국방부와 외무부 장관과의 회담을 좀 살펴봐야 한다. 이 회담에서 ‘조건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conditions-based transition of wartime operational control)’에 합의한다. 즉 기간을 정해놓고 전작권 전환을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한국과 동맹의 핵심·필수 군사역량이 확보되고 한반도와 주변 안보정세가 개선되면” 전작권 전환을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지난 3월 주요 장관들 사이의 합의를 이번 정상회담에서 다시 한 번 더 확인한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코로나19와 중국 문제가 가장 관심을 끈 건 사실이지만, 아직도 한미 사이의 주요 현안은 안보 문제일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미일정상회담에서는 거의 대중국 포위망 구축이라는 한가지 사안에만 초점을 맞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북아 안보, 즉 대북·대중 안보에 한미 간의 동맹의 실제적 의미는 미일동맹과 비교할 바가 아닐 정도로 중요한 내용이다. 그런데 전시작전통제권이라는 것이 민감한 ‘주권’이란 개념과 연결돼 한반도 안보상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사전 장관급 협상에 이어 국가 정상 간의 회담에도 상위권 주제가 되는 것이다.

한미정상회담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5월 21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한국전 참전기념비 공원에서 열린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착공식에서 참전용사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 워싱턴 강윤중 기자

한미정상회담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5월 21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한국전 참전기념비 공원에서 열린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착공식에서 참전용사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 워싱턴 강윤중 기자

다음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Special Measures Agreement) 체결이다. 이전 트럼프 행정부 때와 달리 6년짜리 협정을 체결한 건데, 이 문제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마찬가지로 민감한 사안이자 실제적 한미동맹의 주요한 요소여서 두 번째로 언급된 것 같다. 이후 핵확산방지조약이 간단히 언급된다.

이어 이번 정상회담의 주인공 중 하나인 한미 미사일 지침 폐지 선언이 나온다. 한국이 개발하는 미사일의 사거리와 탄두 중량의 제한이 없어지는 것이다. 이 사안 역시 기존에 한국의 주권과 연관된 예민한 문제가 하나 해결됐다는 점과 더불어 미국에는 대중국 압박에 결정적 카드가 하나 생긴 것이라고 보면 된다. 한국 정부가 현재 대놓고 반중 스탠스를 취하지는 않고 있지만 만에 하나 중국 정부가 대만에 상륙전을 포함한 무력사용을 고려할 때 중국, 특히 수도 북경을 사정권 안에 두고 있는 미사일이 잠재적으로 수백발이 넘을 수 있다는 점은 중국 정부에 어마어마한 부담이 될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 북경과 가장 가까운 대규모 외국군 기지는 평택의 캠프 험프리다. 북경에서 980㎞밖에 안 떨어져 있다. 아무리 일본이 대중 전선의 주요한 미국 우방이라고 해도 한국이 북경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라는 전략적 위치를 상쇄할 정도는 아니다. 이런 국가가 북경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수백발을 항상 발사대기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는 건 현재 미국이 현실적으로 중국을 군사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최상의 카드일 것이다. 더군다나 지금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군사적 옵션과 달리 중국이 한국 정부에 뭐라고 불만을 제기할 명분이 없다는 점이 더 큰 장점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다음 내용은 북한과 관련된 내용이다.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문제를 언급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데 한가지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문장이 아주 정교하게 다듬어진 것으로 봐서 한국 정부의 입김이 상당히 들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즉 미국이 북한에 외교적 접근을 추진하되 잘 조절되고 실제적일 것이고, 한미의 안보 증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도록 진행될 것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군사적 옵션보다 외교와 대화를 강조한 것이다. 추가로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 발표까지 언급하면서 대북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점을 못 박는다.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최대한 담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 역할, 한반도를 넘어선다 이번 공동 담화문은 이전과 완전히 다른 차원의 내용을 담은 것이 몇가지 있다. 이전까지 한반도와 동북아에 제한돼 있던 한국의 역할이 훨씬 넓은 무대로 전환됐다. 즉 메콩강 지역 개발에 한국의 역할을 강조한 부분과 중남미에서 미국으로 몰려오는 난민 유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미 3국(엘살바도르·과테말라·온두라스)에 한국 정부가 2억2000달러를 투자하는 내용은 미국이 한국에 기대하는 수준이 지역 국가 수준이 아니라 글로벌 사회의 주요 멤버 수준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한국의 글로벌 역할을 강조하는 문단에 미국, 인도, 호주, 일본으로 구성된 쿼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지지 확인 문장을 삽입한 것이다. 즉 한국의 쿼드 지지를 군사안보 문단이 아닌 다자주의에 입각한 국제 역할을 강조하는 문단에 넣은 점이 인상적이다.

미일정상회담에만 있는 것들미일 상호방위조약 확약이 있다. 미국의 모든 가용능력을 동원해 일본의 방위를 지원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특이하게 핵무기까지 동원할 의향을 표명했다. 대중 전선의 최고 우방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에 만에 하나 있을 중국과의 무력충돌 시 미국의 최대 지원선을 밝힌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외에 올여름 일본 도쿄올림픽 개최 지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대중 압박 내용이다. 즉 센카쿠열도 영유권 확인,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일방적 행동 견제, 인도, 호주와 함께 쿼드 참여 등을 적시해 놨다.

한국,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동맹 한미정상회담 내용 중에는 코로나19 백신 공동개발 생산, 우주항공산업, 원자력 국제시장 공동진출, 미래기술산업의 안정적 공급체인 구축 등 실무적인 내용이 많다. 미일정상회담이 대중국 견제라는 주제에 집중돼 있다면 한미정상회담은 생각보다 광범위하고 특히 미래지향적인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상호협력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인상적인 점을 나누자면 이 두 발표문 안에는 소제목이 있다. 한미의 경우 ‘새로운 챕터를 연다’거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포괄적 동반자’ 같은 표현이 사용된 점을 볼 때 미국이 한국을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상대로 대접한다는 느낌이 든다. 반면 일본의 경우 이미 강대국으로 인정된 바탕에서 인도·태평양의 안정을 함께 도모하는 동맹의 느낌을 주는 소제목들로 채워져 있다.

<정현(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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