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오픈=나달’ 이번에도 불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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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코트의 제왕을 가리는 테니스 메이저대회인 프랑스오픈이 오는 9월 27일 프랑스 파리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개막한다. 원래대로라면 프랑스오픈은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대회가 9월로 연기됐다. 그 사이 윔블던이 취소됐고, 1월 호주오픈에 이어 얼마 전 US오픈까지 끝나면서 프랑스오픈은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가 됐다. 1891년 제1회 대회가 시작된 이래 올해로 124회째를 맞는 프랑스오픈은 벌써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낳으며 전 세계 테니스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라파엘 나달 / EPA·로이터·AP연합뉴스

라파엘 나달 / EPA·로이터·AP연합뉴스

이번에도 나달?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정말 존재한다면,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은 가이아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음이 틀림없다. 프랑스오픈 역사에서 나달만큼 큰 족적을 남긴 선수도 없다.

나달은 지난해에도, 지지난해에도 프랑스오픈 우승을 차지했다. 통산 프랑스오픈 우승 횟수만 12번이다. 오픈 시대(프로선수들의 참가가 허용된 1968년 이후) 이전과 이후를 합쳐 유일한 두 자릿수 우승자다. 프랑스오픈이 아닌 호주오픈, 윔블던, US오픈을 통틀어서도 단일 메이저대회에서 두 자릿수 우승은 나달만 달성했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4연패를 달성한 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다시 5연패를 이룬 나달은 2017~2019년 다시 3연패에 성공, 올해 4연패에 도전한다. 나달의 프랑스오픈 전적은 93승 2패, 승률 97.9%. 그 2패도 2009년 16강 로빈 소더링(스웨덴)과 2015년 8강 노바크 조코비치(1위·세르비아)에 당한 것으로, 결승에서 패배는 아직 없다. 11번의 결승에서 풀세트 접전은 한 번도 없고, 내준 세트도 고작 7세트에 불과하다. 프랑스오픈이 곧 나달이다.

매년 나달에게 도전하는 선수들은 있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나달의 벽을 넘지 못했다. 흙 위에서 그는 천둥을 펑펑 날리는 제우스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올해는 나달이 역대 가장 강력한 도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뉴 제너레이션’으로 불리는 신진 세력들의 도전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도미니크 팀의 도전

도미니크 팀(3위·오스트리아)은 나달의 13번째 우승을 저지할 가장 강력한 도전자로 꼽힌다. 팀은 2018~2019년 2년 연속으로 프랑스오픈 결승에서 나달을 만났다. 그러나 각각 0-3, 1-3으로 완패했다.

팀은 데뷔 후 줄곧 클레이코트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온 강자다. 통산 17번의 우승 중 10번을 클레이코트에서 만들어냈다. 나달과의 통산 상대전적은 5승 9패로 밀리는데, 그 5승 중 4승을 나달이 강세를 보이는 클레이코트에서 거둔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

랭킹 1위 조코비치는?

코로나19로 모든 테니스대회가 중단됐다 재개된 지 얼마 되지 않지만, 팀의 올해 기세는 남다르다. 1월 호주오픈에서는 노바크 조코비치(1위·세르비아)를 만나 풀세트 접전 끝에 분패했다. 이후 눈에 띄는 성적을 올리지 못했지만, 이달 초 막을 내린 US오픈에서는 알렉산더 즈베레프(7위·독일)에게 두 세트를 먼저 내주고도 내리 세 세트를 가져오는 저력을 발휘하며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현역으로 뛰는 20대 남자 선수 중 메이저대회 우승 경력은 팀밖에 없다.

사실 나달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를 꼽는다면 현 세계 랭킹 1위 조코비치를 빼놓을 수 없다. 현재 17번의 메이저대회 우승으로 로저 페더러(20회)와 나달(19회)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조코비치는 지난 6월 자신이 기획한 이벤트대회 아드리아 투어 도중 거리 두기를 무시하다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큰 논란에 시달렸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29연승을 달리는 등 여전히 최강자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US오픈 16강에서 떨어져 연승이 중단되긴 했지만, 이는 자기 성질을 제어하지 못해 실격패 당한 것이었다. 가장 최근 열린 클레이코트 대회인 BNL 이탈리아 인터내셔널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조금도 기량이 떨어지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이 대회는 메이저대회 다음 등급인 마스터스 1000시리즈에 들어가는데, 이번 우승으로 조코비치는 통산 36회 마스터스 1000시리즈 우승을 기록, 35회의 나달을 제치고 단독 1위로 나섰다.

나달과 조코비치의 통산 상대전적은 29승 26패로 조코비치가 우세하다. 다만 클레이코트에서는 나달이 17승 7패로 조코비치를 압도하고 있다.

프랑스오픈 첫 본선 도전에 나선 권순우

한국 톱 랭커인 권순우(79위·CJ제일제당 후원)는 개인 첫 프랑스오픈 본선 무대에 오른다. 권순우는 지난해 윔블던을 통해 메이저대회 본선을 밟은 뒤 호주오픈과 US오픈에서 세계의 벽을 실감했다. 하지만 US오픈 1회전 승리로 개인 첫 메이저대회 본선 승리를 따낸 만큼 자신감은 크다.

정현(148위·제네시스 후원)은 프랑스오픈을 예선부터 시작한다. 정현은 코로나19로 시즌이 중단되기 전부터 오른손 부상으로 제대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시즌 재개 후 출전한 3개 대회에서는 부전승을 빼면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심지어 이 3개 대회 모두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대회보다 한 등급 낮은 챌린저급 대회였다. 이번 예선을 통과하고 본선에 올라야 부활을 타진할 수 있다.

한편 프랑스 테니스협회(FFT)는 이번 대회에 하루 5000명 관중 입장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원래는 하루 1만1500명의 관중을 받을 계획이었지만 최근 유럽에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면서 입장 관중 수를 원래 계획의 절반이 되지 않는 하루 5000명으로 줄였다. 프랑스오픈 메인 코트 세 곳은 각각 1만5500명과 1만100명,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그래도 바로 앞서 열린 US오픈이 무관중으로 진행됐던 것을 감안하면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대신 모든 관중은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선수들도 정기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등 철저한 방역 조치가 이루어진다. 장-프랑수아 빌로트 FFT 사무총장은 “우리는 사람들이 엄격한 방역지침만 준수하면 스포츠를 즐기고, 사회생활을 하고, 사람들 간 상호작용할 수 있단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 우리는 이번 대회를 완벽하게 개최해 하나의 예시로 만들고 싶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지장을 받고 있는 경제 상황을 정상으로 돌릴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은용 스포츠부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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