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추진선, 조선업계 돌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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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LNG 추진선 수주 세계 1위…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도 활기

국내 주요 조선사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위축된 선박건조시장에 액화천연가스(LNG)를 추진 연료로 하는 선박을 수주하며 활로를 찾고 있다. 올해부터 선박 배출가스에 대한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선사들은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LNG 추진선을 선호하고 있다. 경쟁국인 중국이 추격하고 있지만 대형사고, 잦은 납기 지연 등 한계를 드러내면서 국내 조선사들의 기술력이 더욱 돋보이는 모양새다.

현대삼호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건조한 LNG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시운전 모습/현대중공업 제공

현대삼호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건조한 LNG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시운전 모습/현대중공업 제공

한국 조선사들은 LNG 추진선 부문에서 높은 실적을 보이고 있다. 8월 말 기준 현대중공업그룹은 원유운반선부터 건화물선에 이르기까지 총 44척의 LNG 추진선을 수주했다. 전 세계 조선사 중 가장 많은 수주 실적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세계 최초로 LNG 추진 컨테이너선 건조에도 성공했다. 그룹 내 조선부문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은 싱가포르 선사 EPS가 발주한 1만4800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단위)급 컨테이너선 시운전을 마무리했다고 8월 24일 밝혔다. 현대삼호중공업은 2018년 4월 EPS로부터 총 6척의 동형 선박을 수주해 건조하고 있다. 이들 선박은 모두 2022년 3분기까지 인도될 예정이다.

환경규제 강화로 LNG 추진선 선호

삼성중공업도 지난해 8월 오세아니아지역 선사로부터 10척을 수주한 것을 포함해 현재까지 총 22척의 LNG 추진선을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월 LNG 추진 셔틀탱커로 올해 첫 수주를 한 것을 비롯해 총 8척의 LNG 추진선을 수주했다.

국내 조선사들의 LNG 추진선 기술력이 다른 나라 기업에 비해 많이 앞서는 만큼 LNG 추진선 수주는 코로나19에 따른 수주난을 극복하고 수익성을 개선할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지난 8월 17일 낸 ‘친환경 선박분야 경쟁 현황과 향후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이 대표적인 고부가가치선인 LNG 운반선에 이어 LNG 추진선에서 경쟁국인 중국, 일본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정기대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한국 조선사는 연료와 엔진의 변화를 선박에 적용하는 설계능력에서 강점을 보이고, 특히 멤브레인형(LNG의 압력과 중량을 탱크뿐만 아니라 선체 전체가 흡수할 수 있도록 한 설계 방식) 연료탱크는 LNG 운반선의 화물창과 동일한 기술로 이 타입에 대한 국내 설계 및 건조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건화물선 시장에서는 입지가 좁았지만 LNG 추진 방식 선박으로 시장개척의 호기를 맞게 됐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보면 LNG 추진선 시장규모는 올해 20조원에서 2025년에는 130조원대로 6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9년까지 향후 10년간 최소 2500척에서 많게는 3000척까지 발주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전망이 나오는 배경에는 갈수록 강화되는 환경규제가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올해부터 선박에서 배출하는 가스 중 황산화물 함유량을 3.5%에서 0.5%까지 낮추는 규제 ‘IMO2020’을 실시했다. 이에 앞서 주요 선사들은 스크러버로 불리는 탈황장치를 선박에 장착하든지, 황산화물을 적게 배출하는 저유황유를 연료로 써야만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둘 다 궁극적인 대안이 아니라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LNG 추진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스크러버 장착 선박은 해양오염 우려로 입항이 금지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중동의 오만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잇따라 개방형 스크러버 장착 선박의 입항을 금지했다. 앞서 미국, 프랑스, 싱가포르에 이어 개방형 스크러버 가동 금지 국가는 26개국으로 늘었다. 스크러버는 배기가스 내 황산화물을 알칼리성인 바닷물로 씻어내는 저감장치인데, 폐수가 된 바닷물을 그대로 선체 밖으로 흘려보내는 개방형이 80%다. 그렇지 않은 폐쇄형의 비율은 18%에 불과하다. 노르웨이는 이마저도 금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건조해 2019년 7월 러시아 소브콤플로트사에 인도한 LNG 추진 원유운반선/현대중공업 제공

현대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건조해 2019년 7월 러시아 소브콤플로트사에 인도한 LNG 추진 원유운반선/현대중공업 제공

중국 뿌리치기, 관건은 기술 격차

여기에 IMO의 온실가스 배출규제까지 2025년 시행을 앞두고 있는 만큼 결국에는 LNG 추진선이 장기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NG를 연료로 사용하면 유황유, 벙커C유 등 중유를 사용할 때보다 최소 5%에서 많게는 30%까지 이산화탄소가 줄어드는 것으로 집계된다. LNG 추진선은 건조 비용이 일반 선박보다 30% 정도 비싸지만, IMO의 새 규제로부터 자유롭고, LNG 가격도 낮아지는 추세여서 선호도는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클락슨, 로이드 등 주요 글로벌 선급들은 2025년 세계 신규발주 선박 중 60% 이상을 LNG 추진선이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의 LNG 추진선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3사 모두 독자적인 연료공급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며, 자체 개발 엔진을 적용한 사례도 있다. 현대중공업은 2012년 세계 최초로 디젤과 가스 모두 쓸 수 있는 이중연료 엔진 ‘힘센’을 개발했다. 지난해에는 기존보다 출력을 약 3배 높인 신모델을 선보였다.

경쟁국 중국은 자국 발주 물량을 바탕으로 LNG 추진선 건조 경험을 쌓으면서 격차를 좁히려 하지만, 대형사고와 잦은 납기 지연으로 해외 선사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후동중화조선이 건조한 글래드스톤호는 선사에 인도된 지 채 2년도 안 된 2018년 6월 호주 인근 해역에서 고장으로 멈춰섰다.

중국 조선사들은 LNG 추진 컨테이너선을 세계 최초로 수주하고도 예정된 납기일을 지키지 못해 세계 최초 건조 타이틀은 현대중공업에 넘겨줘야만 했다. 후동중화조선은 2017년 세계 최초로 프랑스 선사 CMA-CGM으로부터 2만3000TEU급 초대형 LNG 추진 컨테이너선을 수주했다. 하지만 이후 기술력 부족으로 건조를 포기하면서 건조업체가 SCS조선으로 변경됐는데, 여기서도 지난해 11월로 예정됐던 인도 시기를 9개월 이상 넘겼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선사들에 금융지원을 해주며 자국 조선소 수주를 이끌고 있고,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만큼 방심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특히 탄소제로 시대에 대비해 암모니아, 수소, 전기 등 다양한 추진에너지 기술을 선점해야만 중국의 추격을 확실히 뿌리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박효재 산업부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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