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영화계의 코로나 대응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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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유행은 예술을 향유하고 생산하는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3월 9일(현지시간)부터 전국으로 봉쇄령이 확대된 이탈리아에서는 각 주택의 발코니가 공연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음악을 틀어놓고 발코니에 나와 춤을 추는가 하면, 큰소리로 밤중에 디제잉을 하는 이들도 있다. 발코니에 나온 사람들은 반주에 맞춰 ‘따로 또 같이’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영국 출신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보컬 크리스 마틴이 인스타그램 채팅창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면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 인스타그램 화면캡처

영국 출신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보컬 크리스 마틴이 인스타그램 채팅창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면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 인스타그램 화면캡처

이렇게 함께 노래하고 춤추는 영상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시 널리 공유된다. 토스카나 지역 도시인 시에나 주민들이 각자 집에서 ‘나를 안아 달라’는 뜻을 가진 곡 <아브라치아미(Abbracciami)>를 합창하는 모습은 특히 많이 공유됐다. 소셜미디어는 고립감을 해소하고 연대를 확인하는 장으로서 역할을 해주고 있다. 시칠리아에서 한 남성의 아코디언 연주에 따라 이웃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영상도 많이 공유됐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시칠리아에서는 ‘따로 또 모두 함께’인 이 형식을 고안해냈다”라고 칭찬했다.

세계적인 팝스타들도 나섰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보컬 크리스 마틴은 3월 16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즉석 ‘방구석’ 공연을 선보였다. 대형 공연장에서 많은 관객과 소통할 수 없는 아쉬움을 채팅창에서의 실시간 소통으로 달랬다. 마틴은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 한 대로 팬들의 신청곡을 다 소화해냈다. 같은 날 뉴질랜드 출신 컨트리 가수 키스 어반도 아내인 할리우드 배우 니콜 키드먼을 유일한 관객으로 세워놓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방구석 콘서트를 선보였다. 미국의 글로벌 팝스타 존 레전드도 이튿날 인스타그램 라이브 콘서트 행렬에 동참했다.

3월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 영화관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폐쇄 안내문이 붙어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3월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 영화관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폐쇄 안내문이 붙어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은 할리우드 극장가 풍경까지 바꿨다. 미국 NBC유니버설의 배급사인 유니버설픽처스가 오는 4월 10일 개봉하는 <트롤: 월드 투어>를 극장 상영과 함께 주문형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도 동시에 시작하기로 했다고 벌처 등 연예 매체들이 3월 16일 보도했다. 그동안 할리우드 영화 제작·배급사들은 최소 90일은 스크린 상영을 한 다음에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도시 극장 폐쇄조치가 내려지자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스트리밍 전략’을 바꾼 것이다. NBC유니버설은 이날 성명에서 “영화 개봉을 미루거나 배급을 하지 않기보다는 소비자들이 집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 이용자들은 48시간 동안 19.99달러(약 2만5600원)에 영화를 시청할 수 있게 됐다.

음악·영화계 모두 아직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대응해 상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생존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미국 영화업계는 넷플릭스 등 대형 스트리밍 플랫폼이 등장한 이후부터 극장 관람 문화의 위축을 고민해왔다. 공연을 통한 수익창출이 여의치 않게 된 음악계도 고민스러운 건 마찬가지다. 대형 스타 뮤지션들을 제외하면 음반제작 수익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이들은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박효재 국제부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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