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 안착한 이청용 “우승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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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가 오랜만에 활짝 미소를 짓는다. 한국을 대표하는 축구선수 이청용(32)이 울산 현대의 푸른 유니폼을 입고 11년 만에 K리그로 돌아왔다.

이청용이 3월 5일 서울 축구협회에서 K리그 울산 현대 입단 기자회견을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석우 기자

이청용이 3월 5일 서울 축구협회에서 K리그 울산 현대 입단 기자회견을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석우 기자

울산은 지난 3월 3일 독일의 VfL 보훔(분데스리가 2부)에서 이청용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양측의 합의에 따라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계약 기간 3년에 연봉은 구단 최고 대우인 10억원을 훌쩍 넘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K리그의 빅네임이 돌아왔다

이청용의 귀환은 코로나19 확산에 개막까지 잠정 연기한 K리그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그가 어느덧 서른을 훌쩍 넘기면서 축구선수로 은퇴를 고민할 시기인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유럽에서 통하는 빅네임이기 때문이다. 이웃인 일본과 중국이 유럽 스타들을 끌어모으며 인기몰이에 나선 것과 비교해 한숨만 짓던 한국 축구팬들로선 반갑기만 하다.

김대길 <경향신문> 해설위원은 “K리그의 경제적인 여건을 감안할 때 일본이나 중국처럼 한 선수 연봉에 300억원씩 지불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이청용은 국내 여건에서 흥행을 이끌 수 있는 현실적인 빅네임”이라고 설명했다.

이청용을 둘러싼 기대는 그의 이력만 살펴봐도 수긍이 간다. 만 16세 때인 2004년 FC서울에 입단한 그는 2007년 K리그에서 단짝인 기성용(31·레알 마요르카)과 함께 ‘쌍용’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만 20세를 앞둔 2008년 태극마크를 달고 첫 A매치(요르단 2-2 무)를 치렀다. 2010년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2골을 터뜨리면서 16강 진출을 견인해 한국 축구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청용이 유럽 무대를 타진한 것은 자연스러운 행보였다. 이청용은 2009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볼턴 원더러스로 이적해 재기발랄한 플레이로 각광받았다. 이적 첫해 5골 8도움을 쏟아내 웨인 루니와 카를로스 테베스 같은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잉글랜드 북서부 올해의 선수로 뽑혔다. 2011년 여름 톰 밀러라는 하부리그 선수의 태클로 정강이뼈가 부러지는 부상만 입지 않았다면 빅클럽에서 뛰는 것도 꿈은 아니었다.

9개월이라는 긴 재활을 잘 견뎌낸 이청용은 예전의 폭발력은 잃었지만 볼턴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았고, 크리스털 팰리스를 거쳐 보훔까지 유럽 무대를 누볐다. 특히 보훔에 입단한 2018년 첫해 23경기를 뛰면서 1골 7도움으로 예전 기량을 되찾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훔이 계약이 만료되는 오는 6월까지 이청용의 이적을 가로막았던 배경이다.

김광국 울산 단장은 “보훔에선 남은 계약 기간(3개월)만이라도 더 뛰어주길 바랐다”며 “보훔에 우리도 꼭 필요한 선수라고 설득하면서 이적료까지 준비해 데려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적료는 1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이청용은 “더 나이가 들어 선수 생활이 얼마남지 않은 시점이 아니라 최고 수준에서 축구를 할 수 있을 때 돌아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울산에 안착한 이청용 “우승이 목표다”

이청용은 울산 입단의 마지막 걸림돌이었던 친정팀 서울과의 우선 협상권은 위약금을 지불하는 것으로 풀어낼 전망이다. 이청용은 과거 볼턴 이적 당시 ‘서울로 돌아온다’는 조건 아래 이적료(44억원)의 일부(약 3억원)를 받았다. 단짝인 기성용은 이 조항에 발목이 잡히면서 K리그 복귀를 포기한 채 스페인행을 선택했다. 이청용은 서울에 지불해야 하는 위약금이 기성용(약 26억원)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약 6억원)이라 큰 걸림돌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청용은 “앞으로 서울과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라며 “울산에 입단할 땐 팬들 앞에서 뛰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그 마음을 한국 최고의 구단 중 하나인 서울도 이해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울산의 용, 우승컵을 노린다

이청용이 울산에 입단하면서 올해 K리그의 우승 향방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1부리그인 K리그1 최종전에서 단 1골이 부족해 땅을 친 울산은 우승컵을 앗아간 전북 현대로 최우수선수(MVP) 김보경(31)을 떠나보내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 김보경은 측면에 힘을 주는 울산 축구의 상징과 같은 선수로 도우미라던 인식을 깨고 해결사 본능까지 발휘하며 지난해 13골 9도움을 기록했다.

그러나 울산은 국가대표 골키퍼 조현우(29)의 영입을 시작으로 미드필더 고명진(32), 수비수 김기희(31)와 정승현(26), 플레이메이커 윤빛가람(30)에 이어 이청용까지 가세해 2005년 이후 15년 만의 우승 도전에 자신감을 얻었다. 지난해보다 탄탄한 수비에 오밀조밀한 중원 조합까지 가능한 전력이다. 이청용은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인 창의적인 플레이로 울산 공격의 마지막 퍼즐이 될 수 있다. 이청용 역시 화려한 경력에서 우승컵은 2006년 서울 시절 리그컵이 전부라 우승만 바라보고 있다. 이청용은 “울산을 선택한 이유가 우승이었다”고 말했다.

김도훈 울산 감독은 이청용의 기용법을 놓고 행복한 고민을 시작했다. 발 빠른 측면 날개로 공격형 미드필더까지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선수라 팀 컬러에 영향도 미칠 수 있다. 일단 김 감독은 본업인 측면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 감독은 “공격을 풀어가는 역할도 뛰어나지만 아무래도 측면에서 뛰는 게 더 파괴력이 강할 것 같다”며 “다른 선수들의 컨디션과 상대에 따라 다양하게 기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청용이 어느 자리에서 뛰는지에 따라 포지션이 겹치는 선수들이 모두 긴장할 것이라 생각한다. 경쟁을 유도한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청용이 울산이라는 새로운 팀과 11년 만에 돌아온 K리그에 적응하는 게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다른 선수들과 달리 시즌 중에 합류했기에 몸 상태는 살아 있지만, 거꾸로 휴식이 부족해 연말까지 쉼 없이 내달려야 하는 일정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김 감독은 “이청용은 아직 기량이 떨어질 나이가 아니기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만 하면 된다”며 “앞으로 K리그 리턴의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전했다.

<황민국 스포츠부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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