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에서 원팀 전략은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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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정국’ 영향 민주당·한국당 모두 계파 없이 하나 되는 모양새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왼쪽 두 번째)가 10월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왼쪽 두 번째)가 10월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론이 매주 출렁거리고 있다. 9월 23일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자택을 11시간 압수수색한 뒤에도, 9월 28일 검찰개혁을 외치며 수많은 인원이 서초동 대검청사 앞에 모인 후에도 출렁거렸다. 이 과정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하나가 돼 검찰개혁을 외쳤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역시 ‘조국 사퇴’라는 구호 아래 친박과 비박 등 모든 계파가 겉으로는 하나가 됐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9월 20일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강조한 ‘원팀’이 민주당뿐만 아니라 한국당에서도 구현되는 모양새다. 양 원장은 이 메시지에서 “옳다는 확신과 신념이 있다면 무소의 뿔처럼 밀고 갈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른바 ‘조국 정국’은 진영 간의 대결로 ‘판’이 커졌다. 민주당의 한 의원 측은 “양쪽이 조국 정국에 승부를 걸면서 (총선을 앞두고) 판돈이 엄청나게 올라갔다”고 말했다. 내년 4월 총선이 아직 6개월이나 남았지만 진영 간 대결이 격화돼 어떤 식으로든 ‘조국 정국’이 총선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됐다는 것이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두 달 동안 엄청난 혼돈의 도가니 속에 있었다”면서 “검찰의 수사결과가 발표되고 나면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벗어나 유권자들이 이성적인 판단을 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민주당, 친문·비문 없이 하나의 목소리
‘조국 정국’ 과정에서 민주당은 ‘원팀’의 면모를 보여줬다. 불과 4년 전과 크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체제는 극심한 분란에 휩싸였다. 친문 그룹과 비문 그룹이 공천 시스템을 놓고 격렬하게 대립했으며, 결국 대다수 비문 인사들이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남은 비문 인사들도 친문 인사들과 다퉈가며 20대 총선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최근 ‘조국 정국’에서 조국 장관 임명을 놓고 논란이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비문의 목소리는 사라졌다. 민주당은 겉으로는 하나의 목소리만 표출했다. 이른바 ‘원팀’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친문으로 분류되는 한 전직 중진 의원은 “‘조국 정국’에서 의원들마다 제각각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원팀이 된 것은 지난 총선에서 학습효과를 얻었기 때문”이라면서 “위기의식을 느끼고 여당이 하나로 뭉치게 되면서 이번 정국을 잘 헤쳐왔다”고 말했다. 안일원 대표는 “두 달 동안 거의 모든 언론이 조국 장관 의혹을 제기하고 검찰이 조국 장관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이었다면서 “그나마 민주당이 정당지지율 40%를 유지한 것은 한국당이 탄핵 후 새로운 정당으로 탈바꿈하지 못한 상대적인 측면도 있지만 4년 전과는 달리 내부 분란이 없었던 점도 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와 의원, 시민들이 10월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와 의원, 시민들이 10월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9월 28일 대규모 인원이 서초동에 집결한 후 민주당의 ‘원팀’은 더욱 공고해졌다. 한 의원 측은 “이제는 민주당이 원팀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후보들이 총선 공천을 앞두고 있는 만큼 지지세력의 뜻에 따라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민주당은 후보 공천을 국민 경선제에서 50% 당원 경선제로 바꾸면서 시스템적으로 이미 원팀이 됐다”고 말했다. 당원들의 뜻이 50% 반영되는 공천제에서는 의원들이 원팀 정신에 어긋나는 발언을 할 수 없게 돼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내년 총선에서 출마할 후보를 뽑기 위해 전략공천 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구에서 50% 당원 경선을 실시한다. 일반 여론조사 50%에 권리당원 투표 50%가 반영된다. 권리당원들의 뜻이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만큼 문재인 정부나 당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이야기다.

민주당 ‘원팀’은 향후 검찰 수사결과에 최종적인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조국 장관의 부인이 구속되지 않는다면 다행이지만, 만에 하나 구속될 경우 다른 목소리도 나올 것 같다”고 내다보았다. 홍형식 소장은 “민주당의 일치단결은 외부 상황에 의해 결정된다”면서 “중요한 것은 일치단결의 내용이지 일치단결 자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 소장은 “일치단결이 개혁을 위한 일치단결이 되어야지, 자기 권력을 위한 일치단결로 가서는 안 된다”면서 “만약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일치단결을 한다면 내년 선거에서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민주당 ‘원팀’에 대해 “지금은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일정 수준 유지되면서 원팀인 듯 보이지만, 상황이 달라지면 당 지도부와 다른 발언이 돌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 친박·비박 갈등 수면 아래로
한국당이 ‘조국 정국’에서 공세적으로 나서면서 친박과 비박의 갈등은 일시적으로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친박 세력과 비박 세력이 갈등하고, 2016년 말 탄핵국면에서도 찬반을 놓고 대립했지만, 조국 장관 사퇴에는 친박 의원과 비박 의원이 모두 한목소리로 나섰다. 하지만 9월 28일 서초동에서 검찰개혁을 외치는 대규모 인원이 집결한 이후 한국당 내부는 아연 긴장했다. 검찰이 자체 개혁에 나서겠다고 하자, 한 의원 측은 9월 28일 집회에 대해 “민주당에게는 9·28 수복과 같은 상황이 됐다”면서 “민주당이 원팀이라면 한국당은 잘못하면 각자가 목소리를 내는 n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패스트트랙 수사에 나서고, 문재인 정부가 전면적으로 검찰개혁에 나서게 되면 한국당이 그때는 수세에 몰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과는 달리 한국당은 아직 공천 시스템을 확정짓지 못했다. 안일원 대표는 “‘조국 정국’이 끝나게 되면 한국당은 공천을 놓고 친박과 비박 간 내적 모순이 다시 밖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 ‘원팀’이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한국당은 10월 3일 장외투쟁에 전력을 쏟았다. ‘힘’에는 ‘힘’으로, ‘원팀’에는 ‘원팀’으로 맞선 것이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조국 정국’을 계기로 계파갈등이 사라지고, 보수세력 간 ‘반조국연대’가 결성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반조국연대’의 기반이 너무 허약하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야권의 한 의원은 “지금과 같은 프레임·인물·당으로는 보수연대가 이뤄질 수 없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오는 12월 17일이 되면 내년 총선의 예비후보가 등록하게 된다. 지난 8월 말 국회 정치개혁특위를 통과한 ‘패스트트랙’ 선거제 개혁안은 법사위 심사 최장 90일을 거쳐 이르면 11월 27일 국회 본회의에 오를 수 있게 됐다. 이때가 되면 여야는 바로 총선체제에 돌입하게 되는 것이다. 안일원 대표는 “총선 시계가 돌아가면 조국 장관의 거취문제는 일단락되고 검찰개혁이 화두로 떠오르게 된다”면서 “조국 장관 거취는 찬반이 나뉘지만 검찰개혁은 7할이 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에 유리한 이슈가 앞으로 대두된다고 본 것이다. 홍형식 소장은 “총선에서 민주당 ‘원팀’의 성패는 실물경제 이슈와 남북 간의 평화 이슈에서 판가름난다”고 말했다. 그때가 되면 경제 및 남북 이슈가 총선의 승부를 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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