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표, 총선 교두보 얻었다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보궐선거 올인 ‘성공’ 자평… 당내 갈등 수그러들고 내부 결속

4·3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전망이 보고됐다. 경남 통영·고성은 생각했던 것보다 격차가 많이 나고, 창원 성산은 초박빙 우세라는 것이었다. ‘우세’보다 ‘초박빙’이라는 것에 놀랐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뒤집힐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단순히 2석에 불과한 보궐선거가 뜻밖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접전 끝에 ‘1대 1 무승부’를 기록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4월 2일 경남 창원 성산구 상남동 원이대로 일대에서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자유한국당 창원 성산 강기윤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4월 2일 경남 창원 성산구 상남동 원이대로 일대에서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자유한국당 창원 성산 강기윤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연합뉴스

시작은 단순했다.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보궐선거를 가볍게 생각했다. 기존에 거론되던 후보들이 당의 공천을 받았다. 19대 국회 이전 보궐선거라면 스타급 후보를 공천해 각 정당이 사활을 걸고 대결했다. 공천 후 내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조금씩 흘러나왔다. 한국당의 한 의원 측은 “창원 성산 쪽은 민주당과 정의당이 단일화될 것을 미리 생각하고 더 유력한 후보를 공천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통영·고성 출신 여권 인사의 이름까지 나오기도 했다. 이런 인사가 출마했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시작은 비슷했지만 선거운동은 달랐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지역에 원룸을 얻어 선거에 올인했다. 지도부도 총출동했다.

민주당은 이미 출발부터 김이 빠져버렸다. 창원 성산의 후보 단일화에서 권민호 민주당 후보가 여영국 의원에게 패했다. 통영·고성은 ‘PK 중 PK’라고 할 만큼 역대 선거에서 한국당이 강세를 보여온 지역이었다. 지도부가 그나마 기대했던 것은 ‘소지역주의’였다. 유권자가 많은 통영에서 민주당 후보가 공천됐고, 한국당 정점식 의원은 고성 출신이라는 것이었다. 지도부가 선거운동을 벌이고 의원들이 대거 지원유세로 내려갔지만 판도는 흔들리지 않았다.

친박 중진 4인방 자문설 솔솔

겉으로는 1대 1의 결과를 낳았다. 창원 성산은 초박빙의 경합 끝에 한국당이 패배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한국당의 황교안 대표 체제는 더욱 단단해졌다. 선거 전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 참패 이후 한국당 이름으로 출마하려는 유력 인사들이 없었다”며 “이런 점에서 이번 선거 결과가 한국당에서도 경쟁력 있는 후보들이 올 것이냐, 아니냐를 판가름하게 된다”고 말했다. 선거 결과, 한국당은 내년 총선에서 유리한 교두보를 얻게 됐다. 현장에서 지원유세 활동을 펼친 조경태 최고위원(부산 사하구을)은 “정의당이 민주당과 단일화한 것을 감안하면 창원 성산 선거도 한국당이 승리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조 최고위원은 “현장에서 한국당 내부에서 서로 싸우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많이 들었다”며 “이번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당내 갈등은 많이 수그러들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가 결속되면 한국당의 경쟁력이 커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한국당만큼이나 황 대표 역시 보궐선거에 올인한 만큼의 소득을 얻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지원유세에서 “창원 시민의 일꾼을 뽑는 자리에 ‘강찍황’(강기윤을 찍으면 황교안이 대통령 된다)이라는 이야기가 한국당에서 나온다”고 비판했다. 결과만 보면 황 대표가 나섰기 때문에 그나마 초박빙의 결과가 나왔다는 이야기가 된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뚜렷한 차기 대권주자들이 나선 선거에서 대부분 승리했다는 역대 선거 결과를 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차기 대권주자들이 지원유세에 나설 수 없는 속사정이 있지만, 황 대표는 일찌감치 보궐선거를 자신의 선거처럼 치렀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제 보수층에서 황 대표의 경쟁자가 보이지 않는다”며 “이번 보궐선거가 황 대표에게 내부 경쟁을 할 필요성을 없애준 셈”이라고 말했다. 홍 소장은 “흔히 대권 경쟁에서는 외부보다 내부 경쟁자에게서 상처를 입고 이미지를 흐리게 되는데, 민주당은 앞으로 그 과정이 남아있지만 황 대표는 이미 그 과정을 넘어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당 내부에서조차 황 대표의 치밀한 전략에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다. 여기에는 당내 사정은 물론 여러 총선·지방선거·대선을 경험한 전략가들이 자문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게 하고 있다. 이미 2월 전당대회부터 황 대표의 활동이 친박 중진 몇몇의 자문 아래 치밀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4인방 또는 6인방이라는 설도 제기됐다.

때문에 한선교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앉히고 측근 의원들을 몇몇 보직에 임명하자, 당 안팎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위의 비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가장 핵심적인 자리에 친박 의원을 앉힌 것이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4월 3일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에서 4·3 보궐선거 개표방송을 끝까지 지켜본 후 경남 통영·고성에 당선된 정점식 후보 사진에 꽃을 붙이며 축하하고 있다./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4월 3일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에서 4·3 보궐선거 개표방송을 끝까지 지켜본 후 경남 통영·고성에 당선된 정점식 후보 사진에 꽃을 붙이며 축하하고 있다./연합뉴스

보수세력 통합과 중도층 확장이 과제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부원장 논란도 마찬가지로 평가된다. 김세연 연구원장이 임명하려 했던 조대원 경기 고양정 당협위원장 대신 이태용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이 내정됐다. 이 전 실장은 황 대표의 국무총리 시절 황 대표 밑에서 일했다. 한 의원 측은 “여의도연구원은 여론조사를 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곳이기 때문에 지도부에게는 어느 곳보다 중요한 자리”라고 말했다.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 공천혁신소위원장으로 임명된 김선동 의원 역시 대표적인 친박 인사다. 당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대표라면 계파 간 소통이라고 하든 말든 절대로 양보하지 말아야 할 자리가 있는데, 이 자리의 맥을 다 알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홍형식 소장은 “이번 선거를 보면 한국당이 혁신적이거나 전략기획적인 마인드는 없을지라도 민주당의 수를 읽어내고 자신의 논리로 제대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보궐선거는 황 대표에게 성과만 남긴 것은 아니다. 과제도 남겼다. 보수세력의 통합과 중도층의 확장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창원 성산 선거를 보면 보수층의 결집 효과를 읽을 수 있다”면서 “내년 총선이 60%대의 투표율을 보인다면 확장성의 한계가 있는 황 대표의 약점이 드러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형식 소장은 “지금까지 황 대표가 핵심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강경발언을 하며 방어전략을 썼다”면서 “이번 선거 결과로 중도층을 공략하는 발언으로 전환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정계개편 역시 황 대표의 리더십이 드러날 수 있는 부분이다. 보궐선거 결과는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과 한국당, 양대 정당 체제를 예상케 하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의 국민의당과 같은 제3당의 존재가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제3당인 바른미래당은 내분의 위기에 처했다. 보궐선거에서 전북 전주시의원 라선거구에서 민주평화당이 승리하면서 호남 출신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마음이 착잡해졌다. 한국당을 탈당한 바른미래당 의원들 역시 창원 성산 선거를 보고 착잡하기는 마찬가지다. 황 대표가 바른미래당·대한애국당과의 통합에 나설지가 주목된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보수 표가 갈라져서는 내년 총선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엄경영 소장은 “내년 총선에서 창원 성산처럼 초박빙 승부 지역이 많다고 보면, 결국 바른미래당과 대한애국당이 한국당의 승부에 캐스팅 보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보수 통합을 놓고 황 대표가 어떤 리더십을 발휘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