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헌의 눈

4대강이 되살아나는 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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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의 눈]4대강이 되살아나는 새해

새해가 되었어도 여전히 경제문제가 최대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한국 경제는 최저임금이 올라서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라 불균형하고 불공정한 재벌 중심의 경제시스템이 가진 비효율성과 적폐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해서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 특히 자산소득 양극화와 부의 편중은 심해질 것으로 보이며, 사회안전망의 붕괴와 인구구조의 급변(저출산·노령화)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

하지만 사회구조를 개혁하기보다는 관성처럼 개발정책이 추진되는 탓에 환경문제는 뒷전으로 밀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300일 이상의 초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되었는데, 올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전면적인 산업구조 조정이나 중국 쪽의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정책으로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 대한 수정안(국외 감축 비율을 줄이고 국내 감축 비율을 올리는 방향)을 제시하기는 했다.

그러나 네덜란드 환경평가청과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소가 발행한 보고서에 의하면 현재 수립된 정책만으로는 한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지역 차원에서도 비슷하다. 원상복원을 약속하고 잠정 개발되었던 가리왕산은 지역발전을 이유로 복원이 늦춰지고 있다. 흑산도 공항은 아직 결정이 나지 않았는데도 이미 공항이 만들어진 사진이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다. 제주도 제2공항은 반대 목소리를 무시하고 그대로 밀어붙일 모양새다.

4대강은 더 안쓰럽다. 이명박 정부에서 모든 부처는 힘을 합쳐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추진했다. 홍보에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만들어줄 것처럼 선전했다. 그 결과 16개의 댐을 설치한 강은 생명력을 잃었다. 녹조는 상록수도 아니면서 사시사철 푸르게 하천을 뒤덮고 큰빗이끼벌레가 창궐하기도 했다. 유속이 느려져 강바닥에는 시궁창 냄새가 나는 뻘이 쌓이게 되었고, 생물이 살아갈 수 있는 용존산소가 사라진 무산소층이 형성되었다.

정부가 바뀌고, 환경부 주도로 보를 일부 혹은 전면 개방해 강이 다시 살아나는지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전문가들과 활동가들이 참여하는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을 구성해 자연성 회복을 위해 보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객관적인 조사와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아쉬운 것은 많은 국민들이 이 과정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추진할 때는 온 국민이 알 수 있게 홍보하면서 정작 자연성을 회복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리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지속가능한 사회로 전환하는 첫 발을 4대강의 자연성을 회복하는 것에서 시작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모든 부처들이 이 문제에 힘을 합쳐서 분명한 의지를 보여주고, 또 국민들을 상대로 이를 적극 홍보해주기를 바란다. 올해에는 4대강이 정말로 살아나고 있다는 기쁜 소식이 들려오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이상헌 한신대학교 교수·녹색전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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