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2018 프로야구 이 점을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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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KBO리그는 ‘돌아온’ 이들의 시즌이다. 바다를 건너서, 부상이라는 늪에서, 또는 새 팀의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돌아온 이들이 리그를 풍성하게 만든다.

야구라는 종목의 묘한 특징 중 하나. ‘돌아와야 점수가 난다.’ 야구를 뺀 다른 단체 구기종목들은 대부분 ‘공’으로 점수를 따낸다. 목표(goal)는 항상 우리편 아닌 저 멀리 상대편 맨 끝에 존재한다. 축구는 상대편 골문 안에 공을 집어넣음으로써 점수를 낸다. 농구는 상대 코트 맨 끝에 있는 림에 공을 넣음으로써 1점, 2점, 3점을 얻을 수 있다. 미국프로풋볼 역시 공을 들고 상대의 엔드라인을 넘어가야 점수가 기록된다. 야구는 공이 아니라 사람으로 점수를 기록한다. 공을 멀리 보낸 뒤 사람이 1루, 2루, 3루를 돌아 홈베이스를 터치해야 점수가 난다. 더 많은 선수가 ‘돌아와야’ 많은 점수를 내고 이길 수 있다.

kt 위즈 로하스가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범경기에서 2루타를 치고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이석우 기자

kt 위즈 로하스가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범경기에서 2루타를 치고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이석우 기자

2018 KBO리그는 ‘돌아온’ 이들의 시즌이다. 바다를 건너서, 부상이라는 늪에서, 또는 새 팀의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돌아온 이들이 리그를 풍성하게 만든다. 고교야구, 대학야구에서 처음 KBO리그에 들어온 이들도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바다 건너에서 돌아왔다

박병호는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뛰었다. 커다란 홈런을 여러 차례 때리기도 했지만 녹록지 않은 리그였다. 손바닥을 다쳤고, 이듬해 허벅지를 또 다쳤다. 두 번째 시즌은 마이너리그에서만 보냈고, 귀환을 택했다. 박병호는 친정팀 넥센의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돌아오자마자 시범경기 첫 두 경기에서 연거푸 홈런을 터뜨리면서 ‘홈런왕’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박병호의 복귀는 그가 없던 두 시즌의 홈런왕 판도를 다시 한 번 흔들 수 있다. 김현수는 볼티모어와 필라델피아에서 뛰었다. 기회가 많지 않았고, 적응할 시간이 부족했다. 맞히는 기술은 탁월했지만 메이저리그 성공을 위해서는 맞히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했다. 보다 많은 장타를 노렸지만, 그 장타가 나오기까지의 시간을 두 구단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친정팀 두산이 아니라 이웃팀 LG 유니폼을 입게 됐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뛰었던 황재균도 돌아왔다. 김현수와 마찬가지로 친정팀 LG가 아닌 막내구단 kt 유니폼을 입었다. 미국에서의 생활은 자신감과 더 잘해야 한다는 각오를 함께 다지게 만들었다. 창단 뒤 3년 연속 꼴찌에 머문 kt의 순위를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황재균에게 주어진 숙제다.

부상에서 돌아왔다

SK 좌완 에이스 김광현은 2017시즌을 앞두고 수술대에 올랐다. 왼쪽 팔꿈치 인대 접합수술을 받았다. 성공적인 복귀 가능성이 높은 수술이지만, 그렇다고 항상 100%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1년 동안의 차분한 재활을 마쳤고, 올 시즌 에이스로 돌아온다.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에이스의 위엄을 제대로 보여줬다. 김광현의 복귀는 리그 에이스 ‘맞대결’의 기대감을 후끈하게 만든다. 지난 시즌 MVP KIA 양현종과의 승부는 근래 수년간 보기 드문 명승부를 기대하게 만든다. 두산 장원준, LG 차우찬 등과의 대결도 흥미진진하다. KIA 팬들의 오랜 기대를 받았던 한기주는 지난겨울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IA에서 삼성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촉망 받는 유망주였지만 2008년 26세이브 이후 잦은 부상 등으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삼성 오키나와 캠프에서 건강함을 되찾았다. 구속은 덜 올라왔지만 투심 패스트볼 비중을 늘렸고 불펜 활약이 기대된다. 삼성 김상수는 지난 시즌 허벅지 부상 등으로 44경기 출전에 그치면서 FA 자격도 한 해 늦춰졌다. 김상수의 복귀는 삼성 내야진의 무게감을 다르게 만든다. 닛폰햄과의 연습경기에서 홈런을 터뜨리면서 부활을 알렸다.

유니폼을 갈아입고 돌아왔다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포수 강민호는 FA 자격을 얻었고 삼성과 계약해 ‘삼민호’가 됐다. 파란 유니폼이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적응하는 것도 금방이다. 삼성의 오랜 약점인 포수 포지션을 채웠다. 시범경기부터 그라운드 안팎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데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두산 외야진의 한 축이었던 민병헌은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롯데의 오랜 약점이었던 외야수비와 테이블 세터진의 빈 자리를 채우는 데 적격이다. 손아섭·이대호와 함께 롯데의 가을야구 높은 곳을 향해 달린다. 외국인 투수들도 유니폼을 갈아입고 돌아왔다. 두산의 사실상 프랜차이즈 스타급이었던 더스틴 니퍼트는 두산과의 계약에 실패했고 kt의 에이스가 됐다. kt 탈꼴찌 소원을 풀어줄 새로운 ‘니느님’(니퍼트 하느님의 줄임말, 두산 시절 별명)이다. 롯데의 에이스로 린동원(린드블럼+최동원)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조쉬 린드블럼은 두산과 계약했다. 두산 팬들은 ‘린철순’(린드블럼+박철순)이 돼주길 기대하고 있다. 2015시즌 한화에서 강속구와 커브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에스밀 로저스는 팔꿈치 부상에서 돌아와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그때 그 공을 다시 던진다면 리그 에이스 판도가 바뀔 수 있다. 가장 화제를 모은 ‘유니폼 변경’은 LG 류중일 감독이다. 1987년 삼성 입단 이후 다른 팀을 한 번도 가지 않았던 ‘푸른 피의 사나이’ 류중일 감독이 LG 감독으로 돌아왔다. 이제 ‘줄무늬의 사나이’가 됐다. LG의 오랜 우승꿈을 풀어줄 수 있을까. 팬들의 목마름이 크다.

군대에서 돌아왔다

지난 시즌 KIA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는 군에서 제대한 키스톤 콤비 2루수 안치홍-유격수 김선빈의 힘이었다. 군 입대 전보다 더 나은 성적으로 KIA의 팀 전력을 단번에 크게 끌어올렸다. 올 시즌 각 팀들 역시 제대선수들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LG는 입단 때부터 기대를 모았던 대형 좌완투수 임지섭이 복귀한다. 1m90의 큰 키에서 150㎞ 가까운 강속구를 뿌린다.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맹활약하며 홈런왕, 타점왕에 오른 1루수 윤대영도 기대를 모은다. 이종범 해설위원의 조카로 ‘바람의 조카’라는 별명을 가졌다. 지난해 신인왕 이정후와의 ‘사촌대결’도 관심거리다. 지난해 ‘예비역 효과’를 톡톡히 봤던 KIA도 사이드암 투수 박정수에 대한 기대가 크다. 입대 전 2015년 깜짝 선발 호투로 큰 화제를 모았다. 경찰청에서 뛰면서 지난해 11승으로 다승왕에 올랐다. 넥센의 김동준·조덕길·문성현 등 투수 3인방도 불펜 무게감을 더해 줄 전망이다. kt 송민섭은 창단 테스트에서 지금까지 유일하게 살아남은 선수다. kt에 부족한 스피드를 채우는 데 도움이 된다.

새 얼굴이 들어왔다

서울고 강백호는 드래프트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투수와 타자 모두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kt는 주저없이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1순위로 강백호를 선택했다. 외야수비는 아직 다듬을 부분이 있지만 타격 재능만큼은 누구나 인정하는 선수다. 덕수고를 졸업한 오른손 투수 양창섭은 단숨에 삼성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될 정도로 좋은 공을 던진다. 최고구속은 140㎞ 중반 정도지만 커브와 슬라이더의 제구가 무척 뛰어나다. 포수가 원하는 곳에 던질 줄 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배명고를 졸업해 두산에 1차지명으로 입단한 곽빈은 150㎞가 넘는 강속구를 던지는 우완 투수다. 올해 신인 중 가장 뛰어난 구위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판타스틱 4라고 불릴 정도로 치열한 두산 선발진이지만 틈만 생기면 곽빈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 롯데가 1차지명으로 선택한 3루수 한동희는 주전 3루수감으로 평가 받는다. 황재균이 롯데 대신 kt를 택했지만 한동희가 그 자리를 충분히 메울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리그를 풍성하게 만드는 것은 새로운 예비 스타들의 존재다.

<이용균 스포츠경향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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