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명 주소 정착에 기여한 우체국 쇼핑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초등학교 6학년 때의 일이다. 중간고사가 끝난 뒤였다. 사회시간이었을 것이다. 선생님이 시험문제 풀이를 했다. 그 중 한 문제의 ‘정답’은 지도를 그리고 그 위에 도시(블라디보스토크)를 표시하는 것이었다. 선생님이 “어떤 학생이 블라디보스토크라는 지명을 썼는데 오답처리했다”고 말씀하셨다. 그 학생이 필자다. 당시에는 선생님이 야박하다고 생각했다. 지금이야 문제의 핵심이 지명보다는 이미지(지도)로 개념을 파악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답처리가 당연한 것이라고 여기지만.

지명의 핵심은 위치정보(장소)다. 위치정보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기억은 장소로부터 떠올린다. 그런 곳은 애정이 서린 장소다. 정을 느끼는 ‘장소애’를 토포필리아라고 한다. 이어령 선생은 토포필리아를 “죽어가면서도 생각나는 곳”이라고 말했다. 장소는 정서적 감흥 이외에도 너무나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지형, 풍경, 날씨, 역사 등을 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지리·역사에 밝지 않은 사람도 ‘블라디보스토크’ 하면 부동항, 동방정복, 눈과 같은 이미지를 연상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국우편사업진흥원(원장 임정수·왼쪽에서 두 번째)은 지난 1월 31일 경북 경주 대명리조트에서 ‘도로명 주소 활용’에 적극적으로 기여한 공로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한국우편사업진흥원(원장 임정수·왼쪽에서 두 번째)은 지난 1월 31일 경북 경주 대명리조트에서 ‘도로명 주소 활용’에 적극적으로 기여한 공로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지금은 지형지물이 지명을 대신하는 시대다. 이를테면 이순신 장군의 생가가 있던 충무로의 역사·문화적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곳이 정확히 어디인지 지리적 위치는 모를 수도 있다. 대강 충무로역 근처로 여긴다. 하지만 누구나 한때 이곳에 모여 있던 영화관을 연상한다.

지번 주소를 대신한 도로명 주소 제도가 도입된 지 5년이 됐다. 도로명 주소는 도로에 이름을 붙이고 주택·건물에는 도로를 따라 순차적으로 번호를 붙여 도로명과 건물번호에 의해 표기한다. 도로명 주소가 지형지물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지형지물이 기억의 고리가 되고 있다. 고리가 체인처럼 연결될 때 정체성도 갖춰갈 것이다. 경향신문, 프란시스코 수도원, 캐나다 대사관, 정동극장, 정동교회, 이화여고 등이 늘어선 정동길은 역사와 문화의 향기을 느낄 수 있다. 충무로를 영화관 거리로 기억하듯이.

기억이 쌓이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개편된 제도에 적용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활용에 앞장서서 선도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 그런 사람을 찾아서 칭찬하고 격려하는 것 또한 개편의 주체인 정부의 할 일이다. 행정안전부가 그런 취지에서 지난 1월 31일 ‘도로명주소 활용 공로자’를 선정, 포상했다. 한국우편사업진흥원(원장 임정수)도 수상기관 중 하나다.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한국우편사업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우체국쇼핑은 176만여건의 회원 주소를 도로명 주소로 전환했고, 고객들이 도로명 주소를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주문시스템을 개선한 게 호평을 받았다. 도로명 주소 기반의 새 우편번호를 조기에 반영하여 배송 주소 검색 등에 활용하게 하는 등 도로명 주소 이용 확산에도 크게 기여했다.

임정수 한국우편사업진흥원장은 “전국 산지의 농·수·축산물을 고객이 더욱 편리하게 주문하고 배송 받을 수 있도록 우체국쇼핑 서비스 품질 개선에 노력하고 있으며, 국민들의 실생활 속에서 도로명 주소 이용 확산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우체국쇼핑몰은 지역 생산자에게는 판로 확대를 지원하고 소비자에게는 안심 먹거리를 제공하여 국민에게 편리한 생활서비스를 실현하는 공공 쇼핑몰이다. 우리 민족의 명절인 설날을 맞이하여 전국 660여개 업체 6000여개 특산물을 최대 30%까지 큰 폭으로 할인 운영하고 있으며, 다양한 경품 이벤트도 함께 진행 중이다. 할인 행사기간은 2월 9일까지이다.

<김경은 편집위원 jjj@kyunghyang.com>

우정이야기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