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업

‘부의 세습’ 사상 최대의 대가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신세계 주식 증여세 3500억 원 예상… 합법적 경영권 승계 신호탄 될까

사상 최대 증여세를 부과할 것으로 알려져 세간의 관심을 끈 신세계 오너 일가의 지분 증여작업이 본격화됐다.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은 9월 7일 보유지분 147만4571주 전량을 아들 정용진 부사장과 딸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에게 증여했다.

정 부사장은 정 명예회장으로부터 지분 84만 주를 증여받아 지분 수가 175만7100주로 늘어나면서 지분율이 4.86%에서 9.32%로 높아져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정 상무는 나머지 지분 63만4571주를 취득해 지분율이 0.66%에서 4.03%(총 75만9천983주)로 높아졌다. 그러나 정 부사장의 모친인 이명희 회장은 지분 289만890주를 그대로 보유해 지분율 15.33%로 여전히 개인 최대주주로 남아 있다.

지난 5월 지분 증여계획 미리 발표

이번 주식 증여로 정 부사장과 정 상무는 시가로 7000억 원 가량의 지분을 증여받기 때문에 증여세 세율 50%를 감안하면 대략 3500억 원의 세금을 납부할 것으로 보인다고 신세계 구학성 사장은 전했다. 이는 오너 일가의 지분 증여 세금액수 중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장녀 정유경씨(오른쪽)와 남편 문성욱씨.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장녀 정유경씨(오른쪽)와 남편 문성욱씨.

그러나 신세계는 이명희 회장의 지분 증여 일정과 관련해서 아직까지 정해진 바 없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는 또 정 부사장 남매가 이번 지분 증여에 대한 세금을 6개월 뒤인 내년 2월에 현금이 부족할 경우에는 주식으로 납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세계의 이같은 발표는 이미 지난 5월 구학서 사장의 언급으로 이미 예상됐다. 실제로 구 사장은 지난 5월 중국 상하이 이마트 산린점 개점 기자간담회에서 오너 일가의 지분 증여 계획을 발표하면서 증여세 액수 및 향후 경영구도와 관련해 재계로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당시 구 사장은 정 명예회장(7.82%)과 이 회장(15.33%)이 자녀에게 주식을 모두 물려줄 경우 누적합산한 증여 및 상속세율 50%를 적용하면 1조 원대의 세금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신세계는 오너 일가가 주식으로 지분 증여 세금을 납부하겠다고 밝혀 대물림 작업이 본격화할 것을 내비쳤으나, 경영권 편법 대물림 논란을 둘러싸고 참여연대와 공방을 벌이면서 지분 증여 시기를 저울질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구 사장은 “이번 증여를 통해 정 부사장이 상징적인 대주주가 됐을 뿐 경영권 승계와는 별개”라며 “적법한 절차를 밟고 있기 때문에 윤리경영의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 오너 일가의 세금 납부를 통한 지분 증여 작업이 시작됨에 따라 그동안 편법 논란이 끊이지 않던 재계의 지분 및 경영권 승계 관행에 적법한 절차에 의거한 새로운 흐름이 정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국 증권사 ‘신뢰 제고’ 긍정 평가

재계 일각에서 경영활동 위축을 이유로 상속세 폐지론 등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번 지분 증여가 재벌의 적법 절차를 통한 지분 승계의 시작을 알리는 첫 신호탄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 명예회장에 이어 이명희 회장까지 2세로의 지분 증여를 마무리하면 대략 1조 원대의 세금을 내게 되는데 이는 증여 및 상속세를 통틀어 사상 최고 액수가 된다. 따라서 앞으로 신세계보다 덩치가 크거나 비슷한 규모의 재벌기업이 경영권이나 지분을 승계할 경우 이번 증여를 선례로 삼아 ‘정공법’을 구사할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한편 외국계 증권사들은 정 명예회장의 지분 상속이 신세계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없으며 회사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정 명예회장이 신세계의 경영에 관여하지 않은데다 현재의 전문경영진 체제를 계속해서 유지할 것이란 점을 감안할 때 지분 상속이 신세계의 경영구도에 미치는 단기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분 상속 후에도 정용진 부사장은 여전히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을 것이며 경영 참가는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관측했다. 특히 골드만삭스는 “신세계가 지난 5월 공언한 대로 지분 상속 절차를 투명하게 진행함으로써 회사에 대한 신뢰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명희 회장의 지분 상속도 마찬가지로 투명하게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메릴린치도 보고서를 통해 “지분 상속이 신세계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정 부사장의 지분율이 높아진다 하더라도 구학서 사장이 이끄는 현재의 경영구도에 의미있는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메릴린치는 “이번 지분 상속은 신세계의 현 주가와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 전망에 대한 경영주의 신뢰를 반영한 것이란 점에서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낼 것”며 “현재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28.7%로 높지 않은 편인 점을 감안할 때 세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물량은 많지 않고 만약 지분율이 25% 밑으로 하락하면 지분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조완제 기자 jwj@kyunghyang.com>

바로가기

주간경향 댓글 정책에 따라
이 기사에서는 댓글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