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경제학자]헨리 조지와 엠마 나사로-인종혐오주의적 불평등 원인을 찾다

버지니아 샬러츠빌에서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대규모 폭력시위가 일어났다. 헬멧과 방패로 무장한 이들은 KKK 휘장을 들고 있었다. 거기에 나치 깃발도 등장했다. 충격적이다. 뉴욕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은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바다를 건넌 이민자들이 처음 만나는 미국이다. 여신상은 본래 노예제 폐지를 기념하여 프랑스에서 보낸 것인데, 이민자들의 미국을 상징하게 됐다. 시 <새로운 거상>이 여신상을 위해서 쓰여지면서부터다. “지치고 가난한 그대들,/ 혼란에 있는 그대들의 자유로이 숨쉬고픈 간절한 바람을 내게 보내주오”라는 구절은 이민자의 고단함을 어루만지고 다독인다.

이 시는 유태계 여류시인 엠마 나사로(1849∼1887)가 1883년에 썼다. 자유의 여신상을 세우는 비용을 마련코자 경매에 나왔었고, 1903년 다시 발견돼 비로소 여신상의 주춧돌에 새겨졌다. 설탕공장을 운영한 아버지 아래에서 유복하게 자란 나사로는 시와 문학에 매료됐고 이른 나이에 시집도 냈다. 당대 문학가인 랠프 왈도 에머슨은 그녀의 시를 좋아해, 평생 길잡이로 지냈다. 제정 러시아에서 있었던 유태인 집단학살을 접한 이후, 그녀의 시선은 폭력에 당한 유태인들, 지친 이민자들, 가난한 민중들로 향했다. 시인은 특히 인종혐오주의와 민족주의의 원인을 찾고자 했다. 지금 샬러츠빌에서 일어난 그런 폭력사태의 근본 말이다.

엠마 나사로(왼쪽), 헨리 조지(오른쪽) / 위키백과

고민 속의 나사로는 미술가이자 편집인 친구인 길더 부부의 집에서 한 경제학자와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의 저술과 만남을 통해 그 원인과 해법에 눈을 뜬다. 그는 <진보와 빈곤>이라는 저술로 유명한 헨리 조지(1839∼1897)였다. 조지는 남북전쟁 이후 도금시대의 엄청난 자본주의 성장 뒤에 있는 부의 편중과 불평등을 여러 사회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부를 편향시키는 동력으로 토지가 개인에게 소유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땅을 개인이 소유하고 독점하는 데에서 문제가 비롯된다고 했다.

조지는 경쟁을 긍정하여, 토지 위 구조물인 건물·인프라와 임금에 세금을 매기는 대신 토지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자고 주장했다. 인구가 늘어서 땅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토지를 가진 사람의 노력과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인데도 그에게만 이익이 돌아간다는 점 때문이었다(우리말에서 보듯 밥·옷·집은 ‘짓는’ 것이지만, 땅은 ‘짓는’ 게 아닌 것처럼). 땅, 나아가 환경과 자연을 공공재산으로 보았고, 이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라고 보았다. 그의 ‘지공(地公)주의’를 따르는 문인과 학자, 지식인이 아주 많았다. 톨스토이와 버나드 쇼는 대표적 문인이었고, ‘자유주의자’ 밀턴 프리드먼도 그의 해법을 긍정한 경제학자였다.

시인과 경제학자

그의 이상과 해법에 큰 영향을 받은 나사로는 유태인 이민자를 지원하는 운동에 적극적으로 투신하고, 사회 발전을 저해하는 양극화를 해결하려고 했다. 나사로는 토지세를 도입하는 운동에 열을 올렸다. 또 ‘헨리 조지의 책을 읽고’란 부제를 붙여, 시 <진보와 빈곤>을 썼다. “과학이 등을 비추는 화려한 시대/ 짧은 번개 찰나의 불꽃”에서 “인류는 자유로이 항해하”지만 “깊고 냄새나는 지옥에서/ 그들은 어떤 노예인가/ 누가 굶주린 괴물, 바지, 땀에게 먹을 것을 주는가”라며, 물질적 진보와 빈곤이 동전의 앞뒤처럼 붙어 있는 아이러니를 잡아냈다. 두 사람은 자주 편지를 나눴다. 그 중에는 유태계 난민을 위해 운동하는 시인을 꼬집으며, 오히려 민중 전체를 위해 노래하길 바란 편지도 있었다. 거기에 답하며 둘의 생각은 깊어 갔다. 이들의 삶은 그 이상향은 다를지라도 불평등을 넘으려는 명백한 노력이었음에는 틀림이 없다.

<김연 (시인·경제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