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경제학자]프랜시스 이시드로 에지워스와 토머스 로벨 베도스-사람들의 생각을 효용의 관점에서 보다

경제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면, 정말 많은 수식을 만난다. 경제신문에서 보는 것과 같은 이야기보다는 대개 수식들이다. 사회현상을 분석하기 위해서 수학이라는 언어가 반드시 필요하다. 근현대 경제학의 이런 전통(?)은 지금은 미시경제학으로 불리는 분야에서 시작됐다.

경제학과 학생들 혹은 행정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라면 ‘에지워스 상자’를 피해갈 수 없다. 에지워스 상자는 두 사람이 있는데 이 둘은 서로의 효용을 줄이지 않으면서 상품을 교환한다. 교환이 일어나는 점들을 이은 선을 계약곡선이라고 하는데, 이는 누군가의 효용을 증가시키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효용을 줄이면 안되는 상태(그러니까 모두의 효용이 최대로 만족된 상태)를 말한다. 경제학자 프랜시스 이시드로 에지워스(1845∼1926)는 수리물리학처럼 ‘수리윤리학’ 혹은 ‘수리경제학’도 가능하다고 처음 주장했다. 물리학의 최대(최소) 에너지 원리처럼, 자신의 만족을 최대화하는 각 개인들이 구성하는 사회도 그 총합효용을 최대로 만들 수 있다고 보았다. 거기에 기초해 개인들이 어떻게 선택하는지를 연구했다. 수학(특히 미분적분학)을 이용하여 사람들 사이의 교환과 계약을 중재하는 원리로서 ‘수리윤리학’을 창안했다.

프랜시스 에지워스(왼쪽), 토머스 베도스 / 위키백과

그의 고향은 에지워스타운이라는 아일랜드의 마을이다. 영국에서 건너온 에지워스라는 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살던 집성촌이다. 에지워스의 할머니는 그의 할아버지의 넷째 부인이었다. 그럼에도 첫째부터 셋째 할머니의 가족들까지 비교적 화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첫째 할머니 쪽 사람들과 가까웠고, 에지워스의 아버지는 그 쪽의 외손주인 시인 토머스 로벨 베도스(1803∼1849)와 무척 친하게 지냈다. 베도스는 에지워스의 아버지에게는 여섯 살이 많은 조카이자, 에지워스에게는 마흔 살이 많은 사촌형이었다. 에지워스의 아버지는 많은 시를 썼다. 윌리엄 워즈워스를 비롯하여 그에게 가장 많은 격려를 해준 사람은 조카인 베도스였다. 아버지는 에지워스에게 시를 자꾸만 접하게 했고, 그도 시를 좋아했다.

베도스는 낭만파 시인으로 분류되지만, 사람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공리주의를 믿었던 시인이었다. 베도스의 시는 사유의 폭이 넓고 표현이 풍부하다는 평을 받는다. 무엇보다 사람의 생각에 관심이 많아서 왜 정신이 생겨나는지를 분석하고자 의학을 공부했다. 그는 생각과 정신의 힘을 믿었다. ‘제비는 그녀의 둥지를 떠난다/ 지친 내 영혼이 가슴에’ 있다지만, ‘그러나 바로 그래서 비를 내려라/ 나의 무덤에’라고 떨쳐낸다. ‘바람과 죽은 잎, 눈/ 서둘러’서 ‘한 번은 깨울 것’이라고 했다. 바로 ‘유령의 폭풍이 흔들어 댈 때에/ 이들이 깨울 때 죽은 자들’을.

시인의 이런 태도는 에지워스에게 전해졌다. 본래 시와 문학을 좋아했던 그는 아버지로부터 사촌형의 이야기를 듣고 그의 편지를 받으면서 비슷한 주제에 관심을 둔다. 베도스의 시를 읽으면서 정신을 분석하려고 했고, 만족 혹은 효용의 관점에서 정신을 ‘수량’으로 바꾸어 ‘수학’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매혹됐다. 그의 주저 제목은 바로 <수리정신학>이다.

시인과 경제학자

아이러니하게도 시인 사촌형과 경제학자는 그들의 사회관과는 반대되는 삶을 살았다. 베도스는 약간 음울한 성격에 떠돌이였으며,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인간을 ‘최대의 만족을 추구하는 물리적 기계’로 본 에지워스도 베도스와 비슷했다. 은둔하여 살았으며 무언가를 소유하는 기쁨도 누리지 못했다. 이해하고 분석하는 삶은 무언가를 만드는 일과는 분명히 달라 보인다.

<김연(시인·경제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