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新 인맥]이명박 대통령 외곽조직 ‘선진국민연대’

‘물 만난 고기’가 되어 요소요소 배치

박영준, 김대식, 이영희, 권영건(위 왼쪽부터)<br> 엄홍우, 조영래, 신방웅, 박인제(아래 왼쪽부터)

박영준, 김대식, 이영희, 권영건(위 왼쪽부터)
엄홍우, 조영래, 신방웅, 박인제(아래 왼쪽부터)

장영철, 정인철, 구인호, 조진래, 박재순(왼쪽부터)

제2의 노사모라고 할 수 있는 선진국민연대는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하기 전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이 대통령의 외곽조직으로 460만 명이라는 회원을 거느린 만큼 이 단체의 핵심 인물이 당선 직후 부각할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흘러나왔다. 특히 이 단체는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이던 박영준 전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이 네트워크 팀장으로 실제적으로 지휘한 만큼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 - 이상득 의원 - 박영준 전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선진국민연대의 바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연결고리의 견고함이 이 대통령의 당선 이후 그대로 드러났다.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의 요직 진출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선진국민연대를 이끌던 두 축인 박영준 전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과 김대식 동서대 교수(일본어학과)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박영준 전 비서관은 인수위의 당선자 비서실에서 총괄팀장을 맡았다.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두언 의원이 지난해 6월 박 전 비서관을 ‘왕비서관’으로 호칭할 정도로 박 전 비서관은 인수위에서 이명박 정부로 이양하는 시기에 인사에 관한 한 실세로 통했다. 정 의원은 ‘고소영’ 인사의 주역으로 박 전 비서관을 지명했다.

박영준·김대식씨 두 사람이 이끌어
김대식 교수는 교수 시절 지방대 학생처장으로는 드물게 전국대학학생처장협의회 회장을 맡을 정도로 발이 넓다는 정평을 얻었다. 선진국민연대에서 ‘물 만난 고기’가 되어 선진국민연대의 전국 조직을 강화했다. 인수위가 출범하자마자 그는 사회교육문화위 인수위원으로 활동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후인 지난해 6월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 사무처장에 임명됐다.

박영준 전 비서관과 김대식 사무처장이 선진국민연대를 이끌었지만, 선진국민연대는 이영희 인하대 법대 교수와 권영건 한양대 석좌교수가 상임의장이었다. 이영희 상임의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이 됐다. 이 의장은 노동법을 전공한 학자로, 1993년에는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을 맡았고 1995년 김영삼 대통령 당시 신한국당의 여의도연구소 초대소장을 맡았다.

이 상임의장은 장관으로 임명되기 전 몇 가지 부적격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됐다. 특히 1990년대 초반 한국노총 자문위원과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자문위원을 동시에 맡았던 것으로 드러나 문제가 됐다. 이 의장은 노동부 장관이 된 후에도 ‘친재벌 반노동자’ 발언으로 여러 차례 물의를 빚었다.

공동 상임의장이던 권영건 한양대 석좌교수는 2008년 외교통상부 산하의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에 임명됐다. 전 안동대 총장인 권 의장은 정치학을 전공했다. 이런 이유로 재외동포재단에 임명될 당시 재외동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비전문성으로 논란이 일었다. 여당 내에서조차 그의 임명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여기에다 재외동포재단의 요직에 또 다른 비전문가가 임명돼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비껴가지 못했다.

이 조직의 공동의장 출신인 엄홍우 전 한국농어민신문 대표는 지난해 8월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에 임명됐다. 엄 이사장은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농민운동계에서는 강성으로 알려져 있다. 상임대표였던 조영래 전 새마을운동중앙회 감사는 지난해 10월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상임감사로 취임했다. 조 상임감사는 동광·미풍산업사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선진국민충북연대의 공동상임대표인 신방웅 전 충북대 총장은 지난해 8월 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이 됐다. 신 이사장은 토목공학을 전공했다. 안산도시개발 김명수 사장 역시 선진국민연대 출신이다. 안산도시개발은 지역난방공사와 안산시가 공동으로 출자한 회사다. 박상헌 대교개발 감사도 이 조직 출신이다. 대교개발은 한국교직원 공제회의 산하기업이다. 인수위에서 외교통일안보분과에서 활동한 박 감사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북·강서 을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낙천했다.

선진국민연대의 중앙위원이었던 박인제 변호사는 차관급인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됐다. 박 부위원장의 이력은 화려하다.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총무, 경실련 상임집행위원, 대한변호사협회 이사, 국가청렴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했다. 선진국민연대의 표호길 정치개혁위원장은 지난해 10월 전기안전공사 감사로 임명됐다. 선진국민충북연대의 대표였던 오현진 청주대 법학과 교수는 대한지적공사의 비상임 이사가 됐다. 장영철 선진국민연대 공동의장은 지난해 3월 서울시 서울시체육회 상임부회장이 됐다. 장 부회장은 선진국민연대에서 고려대 동문을 조직하는 데 기여했다.

현재 핵심회원은 2만 명으로 추산
선진국민연대의 정인철 대변인은 청와대에 입성했다. 지난해 7월 기획관리비서관으로 박영준 전 비서관이 맡았던 기획조정비서관실을 이어받았다. 기획조정비서관실이 기획관리비서관실로 바뀐 것이다. 매일경제신문 기자 출신인 정 대변인은 인수위에서도 기획조정분과에서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지난해 총선에는 경기 하남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떨어졌다.

인수위에서는 구인호 선진국민연대 사무처장이 정무분과에서 실무위원으로 활동했다. 강원도 도의원 출신인 구 사무처장은 지난해 총선 당시 한나라당 후보로 공천을 신청했으나 떨어졌다. 구 사무처장은 선진국민연대의 사무총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구 사무처장은 조만간 대통령 직속기구로 출범할 ‘사회통합위원회’의 사무처장급으로 거론되고 있다. 유선기 사무총장은 한 기업체 연구소의 고문으로 옮겨갔다.

선진국민연대 출신들은 지난해 한나라당 공천에서 쓴맛을 많이 보았다. 몇몇 출신 인사가 본선에도 진출하지 못하고 공천에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조진래 선진국민경남연대 상임대표는 경남 의령·함안·합천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후 금배지를 달았다. 조 의원은 연세대 법대 출신으로 사시에 합격한 후 변호사 활동을 해왔다. 선진국민연대의 박재순 중앙위원은 지난해 7월 한나라당의 지명직 최고위원이 됐다. 한나라당 전남도당 위원장인 박재순 최고위원은 호남몫 최고위원으로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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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민연대의 핵심 인사들은 지난해 연말 ‘사랑의 연탄’ 나눔실천 행사로 다시 모였다. 이 조직의 한 회원은 “당시 박영준 전 비서관과 김대식 평통 사무처장이 이 행사에 참석했다”면서 “당시 500명의 회원이 모였다”고 말했다. 460만 명에 달하던 선진국민연대의 회원은 현재 핵심회원으로만 2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회원은 “실질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최근 새롭게 조직을 구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원은 재조직을 이끄는 핵심 인사가 누구냐는 질문에 “그 부분은 말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