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직업생활](6)QA, 제품·서비스 출시 전 품질 검증

몇 년 전,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특이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사람이 많지 않은 시간대라 건너편에 앉은 그의 행동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스마트폰 한 대를 가지고 집요하게 이것저것 살펴보았다. 폰을 눈높이에 맞춰서 눕히고는 화면을 켰다 껐다 반복하며 불빛이 새어 나오는 틈을 집요하게 들여다보는가 하면, 동시에 여러 개의 버튼을 쉴 새 없이 누르기도 하고, 하나의 버튼을 미친 듯이 빠르게 누르기도 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도대체 왜 저럴까’ 싶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나는 무슨 사정인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그에게 동지애를 느꼈던 것 같다. 내 짐작이 맞다면 그는 아마도 QA 담당자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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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는 왜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동지애를 느낀 걸까. Quality Assurance, 즉 ‘품질보증’을 의미하는 QA는 서비스 기획자인 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직종이기 때문이다. 품질보증이라는 의미처럼 QA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되기 전에 품질을 검증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조직에서는 서비스 기획 담당자가 QA의 역할을 겸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나는 그 묘한 상황을 단박에 이해해버린 것이다.

완벽한 서비스를 위한 집착과 열정

품질보증은 서비스나 제품이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활동 전반을 의미한다. 내가 일하는 IT 분야에서 QA는 개발 완료와 출시 사이를 잇는 ‘테스트’라는 단계에서 집중적으로 활약하는데, 품질관리를 위한 실제 검증은 물론이고 검증과정 전체를 설계하는 일을 맡는다.

이를 위해 QA는 기획서를 분석해서 테스트에 필요한 엄청난 분량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낸다. 이를 ‘테스트케이스’라고 부르는데, 말 그대로 ‘테스트에 필요한 케이스’를 정의하는 작업이다. 한마디로 무엇을 확인하고 검증해야 할지를 정하는 것이다. 작은 기능 하나하나에 대한 예상결과부터 서비스를 이용하는 상황이나 조건별로 달라지는 프로세스까지 테스트케이스의 범위는 무척 넓다.

하지만 테스트케이스를 설계하고, 그에 따라 검증업무를 수행한다고 해서 QA가 사전에 정의된 틀 안에서만 검증하는 것은 아니다. 오류는 찾아내기도 하지만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내가 지하철에서 보았던 사람이 왜 그렇게 휴대폰을 집요하게 살펴보았겠는가. 그가 수행했던 기상천외한 테스트가 체크리스트에 존재할 턱이 없다. 미처 상상하지 못한 특이한 사용 패턴과 케이스도 찾아내 개선하는 것도 QA의 업무에 포함되어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IT 회사에서는 QA가 상당한 파워를 가진 경우가 많다. QA가 별도의 조직으로 꾸려질 정도의 큰 회사라면, 새로운 기능이나 서비스는 QA의 테스트와 승인을 거쳐야만 론칭이 결정된다. 고객에게 내놓을 정도의 퀄리티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판단되면 QA부서에서는 서비스 오픈을 과감히 반려한다.

내가 한 음악 서비스에서 일할 때의 일이다. 한 QA 담당자가 온종일 지하철에서 근무한 사건이 있었다. 자주는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접수되는 지하철에서의 음악 끊김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였다. 유독 지하철에서만 문제가 발생했는데 알고 보니 사정은 이랬다.

과거 지하철에서 제공하는 무료 와이파이는 역과 역 사이마다 그 연결이 잠시 끊기는 구간이 존재했다. 휴대폰에는 와이파이가 계속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표시되지만, 실제로는 끊겼다가 다시 연결되는 것이었단다. 그런데 이렇게 와이파이 연결이 끊기는 구간과 곡이 바뀌는 순간이 겹치면 노래가 나오지 않았다. 일명 ‘가라 와이파이’라고 불렀던 증상인데, 이 문제가 해결되었음을 검증하기 위해 QA는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온종일 서울 시내를 뱅글뱅글 돌았다. 좋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한 전문 QA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담당자는 이렇게 말한다. “간혹 QA를 소홀히 생각하는 분들이 있어요. 문제를 찾아내기만 하면 되니까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하는 분도 있죠. 하지만 서비스를 완벽히 이해해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오류나 단점을 찾아내고, 그것을 수정하도록 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난이도가 높습니다. 더불어 끈기도 필요합니다. 오류 수정은 한 번에 끝나지 않기 때문에 똑같은 일을 반복해야 하니까요. ‘이 정도면 되겠지’ 적당히 타협하고 싶을 때도 많지만 저는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했다’는 판단이 설 때 테스트를 종료합니다.”

이름은 같지만, 분야별로 하는 일은 다른

그렇다면 다른 분야에서의 QA는 어떤 일을 할까? 제조업 분야의 QA 업무는 IT 서비스의 그것과는 조금 성격이 다르다. 제조업은 다양한 곳에서 확보한 다양한 원료와 설비를 활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분야이기 때문에 품질보증의 방법이나 과정이 훨씬 세분화되어 있다. 그래서 제조업에서의 QA는 품질관리 전체를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품질관리의 계획을 세우는 일에 특화되어 있다. 그리고 계획의 수립 방법은 국제표준기구인 ISO에도 규격이 등록되어 있을 정도로 매우 체계화되어 있다. 한마디로 품질관리를 위해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규칙을 정한 것이다.

ISO 9001에서 정의하는 대표적인 품질관리 대상은 4M이다. Man(사람), Material(자재), Machine(설비), Method(공정). 4M이라는 단어만 보면 얼핏 간단해 보이지만, 풀어서 보니 단어 하나하나 쉽지 않은 것들이다. 업무담당자를 선정하고 그들을 관리하는 방법부터 자재의 구매과정과 사용 과정 전반, 믿을 수 있는 설비를 선택하고 이를 증명하는 방안과 유지·보수 방법 그리고 적합한 공정을 선정하고 관리하는 과정까지. 말하자면 ‘제조’라는 업무와 관련된 하나하나의 요소를 개별적으로 세밀하게 관리해 그것이 궁극적으로 완성된 결과물의 품질과 이어지도록 한다는 의미라고 보아도 될 것 같다.

이를 위해 QA는 4M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감독한다. 그리고 QA들이 수립한 계획에 따라서 실제로 검증을 하는 업무는 QC(Quality Control) 담당자가 수행한다. 알고 보니 지하철에서 열심히 테스트하던 사람은 QA가 아니라 QC였던 것이다.

슬기로운 직업생활

하지만 그가 QA인들 QC인들 그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지금 이 시간에도 나에게 최고의 퀄리티를 제공하겠다는 사명감을 가진 사람들이 어딘가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고, 내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모든 것은 그들이 보증한 것이라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하나의 제품이 어떤 치열한 과정을 거쳐 내 손에 들어왔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그동안 퀄리티에 대해 쉽게 논했구나 반성하게 된다. 물론 뒤돌아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냉정한 소비자의 얼굴을 할 테지만 말이다.

<장지희 작가·서비스 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