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미디어발전위, 여야 대리전 될 것”

위원들 극명한 시각차… “미디어법 합의는 애당초 불가능”

3월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회의에서 김우룡 위원장(왼쪽)과 강상현 위원장(오른쪽)이 회의 공개 여부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밝히기 위해 마이크 다툼을 했다. <우철훈 기자>

2월 25일 국회 고흥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은 신문·방송 겸영을 골자로 하는 언론관계법을 직권상정했다. 고흥길 위원장이 직권상정한 미디어법은 ▲신문·방송 겸용 허용 ▲사이버 모욕죄 신설 ▲IPTV 보도 채널 및 방송 채널 관련법 ▲방송 지분 확대 범위에 관한 방송법으로 미디어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기업의 방송 진출을 반대했던 언론노조와 각 시민사회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했고, 국회는 또 한 번 언론관계법을 둘러싼 치열한 ‘전쟁’을 시작됐다. 언론관계법은 여야는 물론 언론단체에서도 양보할 수 없는 뜨거운 감자였고 누구 하나 물러서지 않았다.

“투표하면 결과는 11 대 9 나올 것”
여야의 극한 대치 끝에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앞둔 3월 2일 교섭단체 원내대표와 문방위 간사의 합의에 따라 여야 추천 동수 20인으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이하 미디어위원회)를 구성하고 100일 동안(6월 15일까지) 언론관계법을 논의한 후 표결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여야가 추천한 위원들이 발표되자 언론 관련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여야 대리전이 될 것이다”라는 우려를 내놓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은 김우룡 한양대 석좌교수(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공동위원장), 황근 선문대 교수, 강길모 미디어발전국민연합 공동대표, 최홍재 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 변희재 실크로드 CEO포럼 회장 등 10명의 미디어 전문가를 추천했고, 민주당은 강상현 연세대 교수(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공동위원장),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 이창현 국민대 교수, 조준상 공공미디어 연구소장, 류성우 언노련 정책실장 등 8명의 미디어 전문가를 추천했다. 선진과 창조모임에서는 박경신 고려대 교수, 문재완 한국외대 교수를 추천했다.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의 한 위원은 “합의가 안 돼 투표를 하면 대부분 결과가 11 대 9로 나올 것”이라면서 “선진과 창조모임 추천위원 중 한 분이 신문·방송 겸업 등을 찬성하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그만큼 위원들 사이의 시각차가 극명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여야가 합의하는 미디어법안은 애당초 불가능하다는 예측이다.

3월 13일 이후 3월 27일까지 매주 금요일 세 번 열린 전체회의에서 나왔던 모습은 이런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3월 20일 국회 의원회관 101호 대회의실에서 열린 두 번째 전체회의에서도 미디어법 관련 토론이 아닌 ‘회의 공개’ 여부에 대한 설전만 오갔다.

김우룡 공동위원장이 회의를 시작하면서 “회의가 집단 이기주의나 기득권을 보호하는 방패막이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두 번의 운영소위에서 상당 부분 운영의 틀과 일정, 어젠다를 합의했고 (전체회의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말미에 “이제 기자 여러분께서 퇴장했으면 한다”라고 하자 대회의실은 웅성거렸고, 이때부터 치열한 공방이 시작됐다. 강상현 공동위원장이 마이크를 잡고 “일부 정치인과 기관에서 미디어위원회가 자문기구에 불과하다면서 위원회를 격하하고 비하하는 말을 한다”면서 “위원회는 국민의 의견을 잘 모으고, 오랫동안 논의를 잘하고 결과를 공개해서 국민에게 알리는 게 중요하다”라고 반박했다.

김우룡 공동위원장이 회의에 함께 참여한 국회 문방위원회 간사인 민주당 전병헌 의원과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에게 자문했고, 두 간사는 “공개하는 것이 좋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에 김 공동위원장이 “그럼 오늘은 공개하겠다”라고 발표했지만 이후에도 여야 추천위원들 사이에 날선 이야기들이 오갔다.

미디어법안 충돌 재연될 가능성
회의 공개 여부와 함께 회의시간을 2시간 30분(위원 합의를 거쳐 1시간 연장)으로 하는 안에 대해서도 위원들 간의 견해차가 드러났다. 강혜란 위원은 “20명의 위원이 10분씩만 이야기해도 3시간이 넘는데, 2시간 30분 회의는 너무 무리한 합의다”라고 지적했다. 위원들 간의 또 다른 이슈는 지역에서 여는 공청회 횟수다. 운영소위는 지역에서 두 번의 공청회를 열기로 합의했지만, 위원 사이에서는 “두 번은 너무 적다” “두 번이 효율적이다”면서 의견을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 또 여론조사에 대해서도 한나라당 추천위원과 민주당 추천위원 간의 합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3월 27일 열린 세 번째 전체회의 역시 파행을 거듭했다. 이날은 위원들의 기조 발제를 듣고 토론을 벌이는 자리였지만, 강상현 공동위원장이 3월 25일 한 일간지에 기고한 ‘미디어국민위 훼방놓는 한나라’라는 글이 문제가 됐다. 강 공동위원장은 이 글에서 “국민위 운영과 관련하여 비공개·비조사·비협조로 일관하고 있는 여당 쪽의 태도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성의도 없고, 예의도 없고, 정의롭지도 않다”고 직격탄을 날렸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한나라당 추천위원들은 회의가 시작되자 강 공동위원장의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추천의 한 위원은 “공인 입장에서 신문에 공개적으로 퍼뜨린 것을 사과하고, 처신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요구했고, 한 위원은 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며 퇴장했다. 이에 김우룡 공동위원장 역시 “강 위원장이 사과하지 않으면 회의를 원만히 진행하기 어렵다”며 정회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강 공동위원장이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면 유감이다”면서 “차후에 이런 것들이 재발할 여지가 있다면 공식적으로 칼럼을 통해서 글을 쓰는 것은 되도록 자제하겠다”는 유감을 표명한 후에야 회의를 열 수 있었다. 이후 교섭단체별로 견해를 발표하는 기조발제를 시작했고, 황근·최영묵 ·문재완·박경신 위원의 미디어법에 대한 기조발제를 발표했다. 기조발제에서도 여야 추천위원 간의 시각차가 뚜렷했다.

3월 20일 전체회의에서 위원들 사이에 아무런 이견 없이 확정된 것은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에 대해 ‘미디어위원회’라는 약칭을 사용한다는 것뿐이었다. 3월 27일 세 번째 전체회의에서는 강상현 공동위원장이 쓴 글이 문제가 되어 정회하는 산통을 겪었다.

결국 미디어위원회는 정치권의 대리전 역할로 시간을 보내며 100일을 채울 전망이다. 이것은 여야가 합의하는 미디어법안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며 결국 미디어법안 충돌은 재연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