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한국에도 신가족 꽃이 피었습니다

비혼모·재혼·조손·다문화가정 등
부계 혈통 극복 신뢰와 애정으로

비혼자들의 목소리를 처음 담은 비혼여성축제가 지난해 3월 처음으로 열려 주목받았다.

사례1
언니네트워크 대표 장지영씨(33)는 지난해 3월 언니네트워크가 주최한 제1회 비혼여성축제 ‘비혼, 꽃이 피었습니다’에서 비혼을 선언했다. 평생 법적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선언한 것. 5년 전 가부장적인 아버지로부터 “그래 너는 결혼하지 마라”라는 허락까지 받았다. 그는 현재 애인과 동거하고 있다. 아이는 입양해서 키우고 싶은데, 상담을 받아본 결과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 불가능할 것 같다. 정 안 되면 임신해서 출산할 예정이다.

사례2
1년 전 재혼한 양미란씨(37·가명)는 친양자 제도의 도입을 가장 반기고 있다. 7년 전 이혼한 후 두 딸과 살아가면서 보이지 않는 차별과 편견 때문에 많은 고통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활발했던 큰딸이 학교에서 아빠가 없다는 사실 때문에 상처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남몰래 눈물도 흘려야 했다. 양씨는 친양자 제도가 시행될 때 바로 신청했다. 아이들은 전학시킬 계획이다. 개학 전까지 친양자 입양 청구 판결을 받기 힘들어서 우선은 성 변경 신청도 해놓았다. 개학하기 전까지 성 변경 신청이라도 결론이 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초혼의 부모, 그리고 자녀가 한지붕 아래서 행복하게 생활했던 전통적인 가족의 모습이 변하고 있다. ‘표준가족’ ‘정상가족’은 실업률과 이혼 그리고 국제결혼의 증가로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신가족의 탄생’이다.

한국가정경영연구소 강학중 소장은 “형태별로 분류하기 벅찰 정도로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면서 “이제는 가족을 한두 가지 모습으로 정의하고 형태가 틀리다고 문제가족이나 결손가족이라고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요즘은 ‘한부모 가족’ ‘1인 가구 및 비혼가족’ ‘성이 다른 아이를 키우는 재혼가족’ ‘다문화가족’ 등을 신가족이라고 부른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2007년 12월 펴낸 ‘여성정책 20대 의제’라는 연구서에‘한부모 가족’ ‘미혼부모’ ‘1인 가구’ ‘다문화 가족’ ‘조손가족’ 등을 ‘다양한 가족’으로 표현하면서 신가족을 위한 제도 도입을 촉구했다. 정부는 신가족을 위해 2008년부터 ‘친양자 제도 시행’ ‘부성강제조항 완화-성 변경 가능’ ‘가족관계등록부’ 등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신가족의 출현은 이혼율의 증가와 맞물려 있다. 1980년 이혼 건수는 2만3000여 건이었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1997년 9만1000여 건이었고, 2004년 13만9000여 건으로 최고조에 달했다. 2005년 이후 이혼건수는 약간 주춤한 상태다.

전체 가구 수의 8.6%나 되는 한부모 가족
이혼율이 높아지면서 ‘한부모가족’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한부모가정연구소 황은숙 대표는 “여성의 학력이 높아지고 능력이 많아지면서 본인의 행복을 찾고자 하는 여성이 많아졌다”면서 “정부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이혼을 억제하려고 하지만 이혼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1500만 가구 중 137만 가구, 즉 전체 가구 수의 8.6% 가구가 한부모가족이다.

한부모가족은 더 이상 ‘결손가족’이 아니지만 사회적·제도적 지원은 여전히 미비하다. 1989년 한부모 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법인 ‘모·부자 복지법’이 만들어진 후 2007년 10월 ‘한부모가정지원법’이라고 새롭게 바뀌었다. 그리고 조손가족도 이번에 ‘한부모가족지원법’에 처음으로 포함됐다. 그동안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조손가족도 혜택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2005년 인구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손가구는 5만8000여 가구로 전체 가구의 0.36%에 불과하다. 하지만 1995년 3만5194가구와 비교하면 10년 사이에 65%나 증가한 셈이다.

한부모가정지원법은 사회가 한부모 가족을 품어안을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한부모 가족에 대한 지원과 제도는 미비하다. 제도적인 지원책은 ‘6세 미만 어린이에게 월 5만 원의 양육비 지급’ ‘모·부자 보호시설 3년 이용 허용’ ‘창업을 원하면 복지자금으로 2000만 원 대출 가능’ ‘영구임대 아파트 입주권’ ‘아동학자금-고등학교 등록금 면제’ 등이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도움으로 보기에는 현실과 괴리감이 크다.

2007년 3월 10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언니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1회 비혼여성축제 ‘비혼, 꽃이 피었습니다’의 행사 장면.

한부모가족 중에서도 부자가족은 모자가족에 비해 가사와 아이 교육 문제 때문에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 경제적인 불안정성은 부자가족이 덜하지만, 자녀 양육의 어려움은 더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자가족에 비해 부자가족을 위한 지원책은 거의 전무하다. 10여 년 동안 아들과 함께 살아온 박모씨는 “가정 살림을 하는 것이 가장 어렵고 힘들었다”면서 “아이를 봐줄 만한 시설이 많이 부족하고, 방과 후 학교 같은 지원이 절실하다”고 털어놓는다.

그리고 모자가족을 위해서는 ‘자녀양육비 정부 대지급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 이혼 후 자녀 양육비를 전 남편에게 받는 경우는 20% 미만. 미국처럼 정부가 전 남편이 지급해야 할 자녀양육비를 대신 지급한 후 전 남편에게 회수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지금은 자녀양육비를 전 남편이 주지 않으면 민사집행법상의 강제집행과 가사소송법상의 사전처분, 이행권고, 이행명령 등의 제도가 있지만, 시간과 고통이 따른다는 어려움이 있다.

성이 다른 아이를 키우는 재혼 가족과 친양자 제도의 도입
성이 다른 자녀들과 함께 사는 재혼가족도 늘고 있다. 통계청의 ‘인구동태통계’에 따르면 1980년 재혼건수가 1만2000여 건이었지만 1990년대 들어 2만여 건으로 급속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2005년 현재 재혼건수는 4만6351건에 달한다.

재혼가족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자녀문제다. 재혼 후 아이와 아버지의 성이 다른 경우에는 아이들이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특히 학교에서 아버지와 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많은 불편함과 차별을 느껴 학교생활을 어려워하는 아이도 많다. 1년 전 재혼한 최모씨는 딸이 원래 성격도 좋고 아이들에게 인기도 많았다”면서 “그런데 아버지가 없다는 것 때문에 상처와 차별을 많이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가슴 아팠다”고 전한다.

지난 1월 1일부터 시행된 ‘자녀의 성과 본의 변경’과 ‘친양자 제도 도입’은 재혼 가정에서 오랫동안 기다렸던 제도다. 친양자 제도는 양친과 양자를 친생부모와 자녀관계로 인정해 양친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즉 재혼 가정에서 흔히 겪는 아버지와 자녀의 성이 다른 것을 해결해주는 제도다.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 자료에 따르면 1월 2일부터 7일까지 자녀의 성과 본의 변경허가 청구 건수는 전국 1472건에 달하고, 친양자 입양 청구는 전국 합계 151건이나 됐다. 강학중 소장은 “친양자 제도 같은 것은 오래전부터 했어야 한다”면서 “지금까지 성이 다른 형제는 가족에게 쉽게 동화되지 못하고 특별한 존재로 남는 경우도 많았다”고 설명한다.

결혼제도는 NO, 나만의 자유를 꿈꾸는 비혼자들
얼마 전 SBS-TV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송된 ‘나도 엄마가 되고 싶다-미스 엄마들의 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혼자 살면서 인공수정으로 아이를 출산한 허수경씨의 예처럼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서 살기보다 혼자 자유롭게 살고 싶은 비혼모들의 이야기를 다뤘기 때문이다.

언니네트워크 이진주 사무국장은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결혼은 개인의 선택이기보다 결혼을 강요당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하지만 자신들이 살고 싶은 대로 살 수 있는 권리가 있고, 결혼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싶은 비혼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비혼은 1인 가족의 한 형태다. 1인 가구는 1980년 총가구 수의 4.8%였지만, 2005년에는 20%에 육박할 정도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결혼을 거부하고 혼자 살고 싶어하는 비혼의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는 비혼가족에 대한 편견이 심하다. 당연히 받아야 할 복지혜택과 사회적인 제도를 이용하는 데 많은 차별을 받고 있다.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때도 기혼가족에 비해 손해를 보고 있고, 전세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는 자격도 비혼 여성은 35세 이상으로 다른 사람보다 자격조건이 까다롭다. 일반적으로 비혼의 경우 아이를 입양하거나 인공수정으로 출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허수경씨 경제적으로 안정되거나 사회적인 명망이 있기 때문에 인공수정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비혼자들은 이야기한다.

지난해 3월 1회 비혼여성축제 ‘비혼, 꽃이 피었습니다’에서 비혼을 선언한 30대 초반의 이영주씨는 “내 주위에서 비혼을 선언한 사람들은 대부분 30대기 때문에 아직까지 가족을 꾸릴 만한 여력이 없는 편이다”면서 “그래서 아이를 양육하고 싶어도 우선은 생각만 하고 실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밝힌다.

1인 가족과 달리 전통적인 가족 구성인 3세대가 함께 사는 가족의 모습도 우리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3세대가 모여 사는 가구 수 비율은 1975년 전체 가구 수의 20%를 차지한 이후 계속 떨어지고 있다. 2000년 전체 가구 수의 9.9%였고, 2005년에는 8.7%로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청년 실업이 증가하고 집값의 상승 그리고 자녀 양육 문제로 조부모와 부모가 자식을 부양하는 경우도 많이 생기고 있다. 특히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시댁이 아닌 처갓집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직장이 파주에 있는 김모씨는 결혼 후 아이를 낳자마자 의정부에 있는 처가로 들어갔다. 직장이 아무리 멀어도 아이를 양육하는 일이 더 큰 문제기 때문이다. 아내 역시 일을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또한 청년 실업이 증가하면서 나이가 들어서도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와 조부모의 도움을 받으면서 살아가는 젊은이가 많다. 1인 가족이 늘고 3세대의 전통 가족은 줄어들지만, 실업과 아이 양육 문제로 3세대를 이뤄 사는 가족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도 눈에 띄는 현상이다.

전체 결혼의 13.6%를 차지하는 다문화가족
국제결혼은 이제 사회의 큰 흐름이 됐다. 통계청의 2005년 인구동태자료에 따르면 2005년 국제결혼은 4만3121건으로 전체 결혼의 13.6%에 이른다. 결혼하는 8쌍 중 1쌍이 국제결혼이라는 것이다. 특히 한국 남성과 외국인 여성의 결혼은 3만1180건이나 된다. 1990년 한국 남성과 혼인 신고한 외국인 여성 수가 619명이었던 것에 비추면 급격하게 늘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성의 국적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중국(조선족 포함), 베트남, 일본, 필리핀 등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는데, 요즘은 캄보디아에서 온 여성이 늘어나는 추세다. 과거 베트남에서 결혼 브로커의 행태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면서 결혼 브로커가 캄보디아로 많이 진출했기 때문이다. 다문화가족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지만, 사회적인 지원 제도는 이제 걸음마 단계다. 2006년 4월 정부가 발표한 ‘여성 이민자 가족의 사회통합 지원대책’이 처음이자 전부였다.

국제결혼은 만남부터 결혼까지 최대 1개월 정도.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결혼하는 것이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의 박희진 사무국장은 “결혼했을 때 보디랭귀지 외에는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면서 “언어 소통이 안 되니까 서로 오해가 쌓여가면서 가정 불화를 겪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다문화가족이 가장 심각한 어려움에 처하는 문제는 자녀 출산과 교육이다.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이 산바라지를 해줄 사람이다. 돈이 없어서 산후조리원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정부의 산모 지원 혜택도 받지 못한다. 박희진 사무국장은 “센터로 산바라지 도움을 받고 싶다는 전화가 많이 오지만, 우리가 해줄 것이 거의 없다”면서 “동사무소 사회복지과에 도움을 요청해도 기초수급자가 아니면 해당사항이 없다고 한다”고 설명한다.

또 자녀교육을 전담하는 엄마가 한국 말이 서툴기 때문에 자녀도 언어 발달이 늦다. 엄마 입장에서는 한국에서 살아야 하므로 아이에게 모국어를 가르치기도 힘들다. 아이는 아이대로 한국말도 잘 못하고 엄마의 모국어도 잘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서 교육받고 있는 이주여성들. 이주여성들은 주로 요리나 소일거리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취업프로그램을 받기를 원했다.

이주여성을 위한 쉼터도 손에 꼽을 정도다. 또 이주여성들이 한국 국적을 취득할 자격이 생겨도 남편의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부부싸움을 할 때 남편들이 “너희 나라로 가라” 혹은 “국적 취득은 꿈도 꾸지 마라”라는 폭언을 할 수 있는 이유다. 또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 전에는 외국인등록증을 1년마다 갱신해야 하는데, 남편이나 제3자의 신원 보증이 필요하다는 것도 이주여성에게는 어려운 점이다.

다문화가족에게 필요한 것은 가족 지원이 아닌 ‘다문화적’ 정책 지원이다. 이주여성에 대한 한국어 교육과 더불어, 배우자와 자녀들도 다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또한 이주여성의 일자리도 확대해야 한다. 다문화 가족은 대부분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데, 이주여성이 언어의 소통문제로 가정에만 머물면 ‘가난의 대물림’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밖에도 아이를 갖지 않고 맞벌이 부부로 살아가는 딩크족(DINK, Double Income No Kid), 이성이 아닌 동성과 함께 가족을 만드는 동성커플 가족 등 신가족의 형태는 다양하다. 신가족의 출현은 사회의 급속한 변화 때문이다. 그런데도 혈연 위주의 가족만 생각하고 신가족을 배타하고 손가락질을 하면 사회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강학중 소장은 “앞으로 가족의 형태는 더욱 다양해질 것이다. 가족 수는 줄어들고, 개인주의화는 더 심해질 것이다”라면서 “이제는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행복추구권을 보호해주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또한 “가족은 사적인 영역이면서도 공적인 영역이다”며 “가족 문제를 우리 사회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터뷰 | 황정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가족에 대한 고정관념 깨야 합니다”

2007년 말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여성정책 20대 의제’라는 연구서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는 ‘다양한 가족지원 강화’라는 장이 따로 마련되어 있는데, 신가족에 대한 지원을 법과 제도 측면에서 접근한 가장 최근의 연구서다. 연구책임자인 황정미 연구위원을 만나 연구서의 의의에 대해 들어봤다.

여성정책 20대 의제를 만든 계기가 있는지.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여성가족부에서 새로운 정부에 제안하고 싶은 것을 정리하는 차원이었다. 지금까지 가족정책에 대한 역사가 없었는데, 이 연구서는 가족정책을 제도적인 면에서 접근한 것이다.”

‘다양한 가족지원 강화’라는 장이 눈에 띈다.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신가족을 지원하는 내용인데 연구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지금까지 가족지원은 아이 양육에 관한 것으로 귀결된다. 그러다 보면 표준가족과 결손가족이라는 이분법으로만 지원한다. 가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다양한 가족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스웨덴의 경우 비혼부모가 40%다. 우리에게도 먼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다양한 가족에 대한 지원이 너무 보수적이다.”

이혼 후 자녀양육비 대지급 제도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벌써부터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판결까지만 나왔다. 더 나아가 자녀양육비를 정부가 먼저 지급하고, 후에 아버지에게 받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이런 제도를 입법기관에 올리면 ‘이혼을 조장한다’면서 반발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한부모 가족 지원 강화에서 ‘부자가족’을 강조했다. 한부모 가정의 80% 정도가 모자가족인데 왜 부자가족 지원을 제안하나.
“부자가족은 경제적인 어려움이 모자가족보다 덜하다. 하지만 남성 한부모는 혼자서 부모 역할을 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고 토로한다. 남성 한부모를 위해 심리정서적인 프로그램 및 가사 노동과 관련한 훈련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앞으로는 남성 한부모 수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미혼부모 자녀양육 지원책을 제안했다.
“미혼 상태에서 임신하여 아이를 양육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지원해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윤리적인 잣대로 미혼부모를 억누르면 방법은 낙태나 해외 입양밖에 없다. 이유가 어찌됐건 태어난 아이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철학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양육은 사회적인 책임이기 때문이다.”

친양자제도의 도입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
“친양자제도는 생물학적인 부성을 깬 것이다. 이제는 생부가 누구인지가 아니라 함께 살고 있는 아버지가 누구인지를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이다. 유교문화권인 한국, 중국, 일본에서 한국만이 유독 호주제가 있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겠나. 우리는 너무 늦었다.”

가족 지원 제도의 현실은.
“1인 가구는 거의 논의가 안 된 상태다. 또한 비혼가족과 다문화가족의 정책도 이제 출발 단계다. 지금까지 가족은 하나의 단위였는데, 앞으로는 가족의 모습이 더욱 다양해질 것이다. 사회는 가족을 구성하는 개인의 행복할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