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재혼, 좋은 것도 있지만 두려움도 느꼈다”

재혼가정 | 장차현실과 서동일씨 부부

1년 정도 남편 진정성 의심… 4년 지난 후 안정

두 사람의 결혼은 여성계에서 유명하다. 19살 정은혜와 3살 서은백 그리고 부부가 함께 살아가면서 겪는 상황을 서동일씨는 다큐멘터리 ‘작은 여자 큰 여자 그 사이에 낀 남자’에 진솔하게 담아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하기도 했다.

두사람은 4년 전 다큐멘터리 촬영 때문에 만났다. 미혼이었던 영화감독은 장애인의 성을 다룬 다큐멘터리 ‘핑크팰리스’를 촬영하기 위해, 이혼 후 다운증후군 딸과 살아가는 그녀를 찾아갔다. 그녀는 이미 여성계에서 유명한 인물이었고, 남자는 직장을 그만두고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초보 감독이었다. 촬영을 위해 그녀의 집을 자주 방문하다가 서로 좋아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동거하기 시작했다.

연상연하 커플인 두 사람의 만남과 결혼은 여성계에서 꽤 유명한 일이다. 그녀는 그림을 그리는 장차현실씨이고, 그는 다큐멘터리 감독 서동일씨다. 두 사람 사이에는 19살 된 딸 정은혜양과 3살 된 서은백군이 있다. 혼인신고는 아들 은백이가 태어난 후에 했다. 재혼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처럼 두 아이의 성이 다른 이유는 이 때문이다.

두 사람은 은혜 덕분에 함께 살게 됐다. 은혜는 영화감독 서동일씨를 잘 따랐고 좋아했기 때문에 아빠로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장차현실씨는 “만일 은혜가 아빠를 받아들이지 못했다면 결혼을 쉽게 결정하지 못했을 것이다”면서 “은혜가 남편을 무척 좋아해서 서씨로 성을 바꿔달라고 할 정도다”라고 말한다. 서동일씨 역시 “만일 은혜가 비장애 아이였다면 새 아빠를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면서 “오히려 비장애 아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나에 대한 거부감이 덜하고 쉽게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회상한다. 은혜는 처음에는 서동일씨를 ‘오빠’라고 불렀지만, 동생이 태어난 후부터 ‘아빠’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혼 후, 은혜 때문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장차현실씨는 시댁 식구가 은혜와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느꼈고, 가족모임을 다녀온 후에는 항상 부부싸움을 해야만 했다. 서동일씨는 “아내는 어머니가 우리를 보호해주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친척의 모습은 아내가 기대했던 반응이 아니어서 불만이 많았다”고 털어놓는다. 또한 “하지만 서로 만나야 해결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자리를 많이 마련했다”고 덧붙인다. 그의 말대로 처음에는 아내와 딸은 친척이 모이는 자리에 참석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하지만 결혼 후 추석 때 은혜를 부담스러워했던 친척이 은혜와 2시간 이상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것을 아내가 본 후 그 문제는 해결됐다.

결혼 후 연상연하, 재혼·초혼 커플이 대부분 경험하는 문제로 부부싸움을 많이 했다. 장차현실씨는 “다시 새로운 가정을 만들었을 때는 몹시 기뻤다”면서 “하지만 솔직히 우리가 끝까지 살아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녀는 함께 살면서 좋은 것도 있지만, 재혼이라는 것 때문에 두려움도 많이 느꼈다.

1년 정도는 남편의 진정성을 시험하는 시간이었다. ‘정말 나를 사랑해서 이 남자가 나와 살고 있나’라는 의문이 증폭되는 시기였다. 그 시기가 지난 후에는 연하 남편을 둔 아내로서 남편이 일 때문에 만나는 여자들에 대한 의심의 시기였다. 남편은 아무리 아니라고 설득해도, 아내는 남편의 말을 사실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한다. 두 사람은 1주일에 한두 번 부부싸움을 할 정도였다.

그리고 은혜와 은백이의 교육과 양육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은혜는 집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다. 이곳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학생을 함께 교육하는 곳이다. 그런데 은혜가 학교에서 차별당하고 있다는 것을 부부가 알게 된 것이다. 장차현실씨는 “은혜가 대안학교에 다니기 전에 정말 활달한 아이였다”면서 “그런데 은혜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통합교육을 목표로 한다는 대안학교에 다니면서 더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많이 아팠다”고 털어놓는다. 심지어 이혼과 재혼에 대한 편견 때문에 자신을 멀리하는 학부모의 모습을 보고 여전히 사회적인 편견이 심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자식 교육 문제 앞에서 변해가는 다른 학부모의 모습을 보고 절망감까지 느끼게 됐다.

또한 은백이를 보낼 만한 적당한 어린이집이 주위에 없기 때문에 부부 중 한 사람은 육아를 책임져야 했다. 남편이 영화 제작에 뜻을 두고 직장을 그만두었기에 집안 경제를 아내가 책임져야 했다. 따라서 육아는 남편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서씨는 영화 제작에 몰두하고 싶었다. 서씨는 “30대 중반의 남자로서 새로운 일을 찾아 영화를 시작했다”면서 “그런데 내 뜻대로 잘 안 되고,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상황이 안 되니까 은백이가 태어난 후 얼마 동안 정말 힘들었다”고 토로한다. 다행스럽게도 2월부터 은백이가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부부의 고민은 어느 정도 해결됐다.

요즘 부부가 고민하는 것은 은혜를 일반 입양하느냐 마느냐다. 은혜가 19살이기 때문에 친양자제도(친양자 입양을 위해서는 친양자가 될 자가 만 15세 미만으로 규정되어 있다)를 이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동일씨는 “친양자제도는 재혼 가정에 정말 필요했던 제도다”면서 “은혜의 입양에 대해서 여러 가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다.

결혼한 지 4년이 지난 후 부부는 안정기에 들어섰다고 평가한다. 평범하지 않은 두 사람이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재혼 가정이 겪어야만 하는 어려움을 이겨냈기 때문이다. 서씨는 “내가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존경스러웠고 저렇게 살 수 있는 여자가 있을까라며 많이 놀랐다”면서 “그런데 막상 살아보니까 아내 역시 보통의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또 많이 놀랐다”면서 웃는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