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지천]한강의 지류

서울의 대표적 하천인 중랑천에 찾아든 철새의 모습.

강은 생물들에게 생명을 나누어준다. 지류라고 해도 그 기능이 줄어들거나 약화되는 것은 아니다. 거창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에 따라 한강 수변의 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지천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7000억 원이 들어가는 한강 르네상스 사업도 한강에 유입되는 지류와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개발 효과를 배가할 수 없다. 한강 지천들이 결국 본류에서 하나로 몸을 섞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등록된 법정 하천은 한강·중량천·안양천 등 36개에 이른다. 서울 시내 구간의 총 연장길이는 78㎞. 서울 시내에 흐르는 지천의 총 연장길이는 한강 본류(41㎞)에 맞먹는 37㎞나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계천·성북천 등 복개 압력을 벗어났거나 받지 않고 있는 지류천은 9개에 불과하다. 봉원천·만초천·오류천·묵동천 등은 이미 건천화되어 물의 흐름이 끊긴 하천이다.

한강 개발과 복원이 단지 본류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안양천과 중량천도 새로운 개념의 개발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들 하천 주변에 사는 시민들은 행복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류와 지류의 동시 개발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서울시의 입장이 아니더라도 청계천 복원과 함께 서울시 산하의 각 구청들은 강 개발 바람에 휩싸였다. 지천을 가진 구청들은 하나같이 지천 개발과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구로구는 도림천과 안양천·오류천·개화천을, 서대문구는 홍제천을, 광진구는 중량천을, 서초구는 양재천을, 성북구는 성북천과 정릉천의 질적 개발에 소매를 걷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는 친환경적 개발 개념을 무시한 개발이었다.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 곳곳에 수문을 설치하고 빗물 펌프장을 갖춰 집중호우나 홍수 피해에 대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또 하천 주변에서 유입되는 폐수로 인한 수질오염에 대한 방지책에 세우는 데 급급했다. 하지만 지금 개발 중이거나 계획 중인 하천은 지천의 특성을 살려 역사성과 자연환경을 고려한 특성화를 꾀하고 있다. 하천이 곧 테마공원이 되도록 추진하고 있다. 테마에 따라 물고기 광장, 분수 광장, 생태 자연학습장, 쉼터와 체육시설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고 있다.

서울 시내 35개 하천 중 안양천과 중량천이 한강 본류와 직접 닿아 있는 대표적 하천이다. 13개 지방자치구를 인접하고 있는 안양천은 이미 통합관리 시스템에 돌입했다. 개발과 보전 등 안양천과 관련 모든 사업을 13개 자치구 협의체인 안양천유역관리위원회가 주축이 되어 계획·집행·관리를 통해 안양천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안양천은 어느 정도 되살아나서 하류인 평촌 지역에서는 붕어 등 다수의 어류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량천도 마찬가지다. 서울 군자동에서 의정부까지 이어지는 중량천의 거리는 약 15㎞ 내외. 서울 광진구와 경기 의정부는 도심지 오염하천은 고수호안 및 하상을 활용한 소생물 서식처를 조성하고 생태적 수질정화시설을 설치해 하천의 자정능력을 향상시켜 친수공간을 조성해서 주민들의 휴식 및 여가공간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광진구의 한 관계자는 “중량천 등 도심지를 통과하는 하천이 생태하천으로 정비되면 유역 내에서 발생하는 오염원의 생태적 처리로 수질 개선 효과가 있다”며 “생태복원, 환경교육, 친수공간 등을 제공해 살아 숨쉬는 맑고 깨끗한 하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백악 골짜기에서 시작해 돈암동을 거쳐 청계천으로 접어드는 성북천의 길이는 5.08㎞. 복개가 철거되기 전에 성북천의 존재는 ‘삼선교’라는 다리 지명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한강 지류변에서 시민들이 즐거운 한떼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2003년 서울시와 성북구는 개천위 복개터를 철거했다. 성북천 둔치에는 달푸리풀이·황새냉이 등 수십 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악취 나는 하수도에 지나지 않던 양재천도 정비를 마치고 어느 정도 하천의 본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도심지 아파트 밀집지역에 버려져 있는 하천 공간을 정비하여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양재천은 현재 2급수로 수질이 향상되었으며 물고기가 18종이나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서울시는 시민들이 가까운 생활권 주변에서 계절의 정취와 낭만, 여유 등을 찾을 수 있도록 양재천길 등의 거리를 ‘단풍과 낙엽의 거리’로 선정했다.
도림천은 관악구 신림동에서 시작해 영등포구 문래동까지 14.2㎞를 흐른다. 물길을 따라 꽃길과 산책로가 조성돼 있어 주말이면 조깅과 산책을 즐기는 이들로 늘 북적인다.

특히 싱그러운 나무 사이로 곧게 뻗어 있는 자전거 도로는 요즘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꼭 한 번 달려볼 만한 자전거 코스’로 소개돼 멀리서도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그러나 서울대 입구의 복개구간의 처리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봉영아〈유비컨텐츠 대표〉 ub@ubcontents.com

청계천은 서울을 바꿨다

청계천은 ‘서울의 기적’? ‘서울의 기적’

지난 9월, 청계천 복원 이후의 생태변화를 다룬 일본 아사히방송 환경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인 ‘멋진 우주선지구호(素敵な宇宙船地球)’의 제목이다. 창사 10주년을 맞이한 특별방송으로 2003년에 방영한 청계천과 복원된 현재의 모습을 비교하고 검증하는 것이 취지였다. 특히 복원으로 인한 생태계 재생과 도심 히트아일랜드의 개선방향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청계천. 세계인이 길이 6㎞의 이 작은 강에 주목하는 이유는 ‘잃어버린 가치’를 회생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인간의 손으로 망친 자연은 결국 인간의 손으로 복원해야 하고, 잃어버린 것을 되돌리는 일은 어렵지만 결코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가르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에는 다양성이 존재하게 마련이다. 청계천의 경우, 원래 물줄기의 변화가 심하고 가뭄과 홍수가 반복되어 도심하천으로서 강물의 유지와 조절을 고민한 끝에 결국 본류인 한강에 연결하기로 정했다. 서울의 수원인 한강 물을 정화시켜 끌어들여 환경을 가능한 한 배려한 인공하천으로 소생하게 되었다.

청계천관리센터 생태관리부에 따르면 갓 복원된 강에 100종의 고유종 식물만 심었는데 2년이 흐른 지금 동·식물의 수는 333종으로 늘었다. 청계천 관리센터의 한 관계자는 “복원 당시 어느 정도 생태 회복은 예상했지만 이렇게 많은 종이 증가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기대 이상”이라고 밝혔다. 아사히TV가 촬영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물고기는 한강에서 올라오지만 일부 북쪽의 산에서 온 물고기도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인왕산과 북악산에서 청계천으로 유입되는 물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주목할 사항은 열섬효과(Heat-Island Effect, 주변 시골보다 도시의 기온이 높은 현상으로 거대도시 도심일수록 기온이 높다)가 완화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열섬효과의 전문가인 미카미(三上) 일본 수도대학(首都大學) 교수는 “4년 전 청계천 고가도로 주변의 지표면은 서울시 평균온도보다 5℃ 이상 높았다”면서 “지난 8월 청계천 복원 후 청계천의 온도변화를 알아봤는데 도로 지표면의 온도가 35℃에 가까운 상황에서 청계천의 표면온도는 10℃나 낮았다”고 말했다. 이는 청계천이 주변의 온도를 낮추고 있다는 주장이다.

미카키 교수는 또 청계천 복원 이후 종전에 없었던 바람 길이 생겼다고 주장한다. 국립기상연구소의 관측 결과에서도 바람의 흐름이 생긴 것을 보여주었다. 새로 생긴 바람은 상공을 지나는 시원한 바람이 강바닥에 부딪히며 강을 따라 소용돌이치듯 흘러가는 모습을 보였다. 바다에서뿐 아니라 청계천 같은 작은 강에도 인간에게 유익한 ‘해풍’이 분다는 점을 눈으로 보게 된 것이다.

청계천은 대기오염도 개선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의 ‘청계천 복원 후 대기환경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복원 후 대기오염물질이 3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배출가스측정망 7곳과 도시 대기질 지역측정망 27곳, 환경오염 이동측정차량 등을 이용한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청계천 부근의 미세먼지(분진)는 10%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