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사례Ⅱ]‘개들의 섬’이 ‘용들의 섬’으로 변모

까나리 워프 전경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세계의 공장’
이는 과거 대영제국의 찬란한 번성의 시대를 상징하는 수식어들이다.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영국은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뉴욕으로 상징되는 미국으로 빼앗겼고, 다시 원상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많은 사람의 생각이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뉴욕을 세계 경제의 허브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세계의 돈이 런던의 카나리 워프(Canary Wharf)로 몰리고 있다. 이곳에는 우뚝 솟아 있는 마천루, 아직도 건설이 한창인 듯 늘어서 있는 타워크레인 그리고 CITI Group, HSBC, Barclays 같은 세계적인 금융회사의 본사 건물 들이 즐비하다. 파리의 라데팡스가 파리의 미래를 상징하듯 런던의 미래는 카나리 워프에서 시작되고 있다.

카나리 워프의 정식 이름은 ‘Isle of Dogs’ 곧 ‘개들의 섬’이다. 굽이쳐 흐르는 템즈 강이 그 세월을 더해가며 쌓아놓은 모래언덕이다. 한때 영국 국왕 헨리 4세가 자신의 사냥용 개들을 여기서 사육한 데서 ‘개들의 섬’라는 이름이 유래했다. 19세기 초까지 이곳은 런던을 드나드는 큰 선박들이 닻을 내리던 곳으로 런던에서도 가장 큰 물류창고들이 즐비했다. 산업화를 거치면서 카나리 워프는 슬럼화되었고 어느 누구도 쳐다보지 않는 고장이었다. 하지만 약 20여 년 전부터 고층 빌딩들이 들어서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센터로 급부상한 카나리 워프는 관광과 교육산업을 제치고 영국경제를 이끌고 있는 금융산업의 본거지로 발돋움했다. 과거 영국을 상징하던 굴뚝산업이 대부분 문을 닫은 영국경제에서 국가경쟁력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금융산업이다. 영국의 달력에 보면 ‘뱅크 할리데이’라는 게 있다. 은행이 쉬는 날은 국가 공식 공휴일이 된다. 그만큼 영국에서는 금융산업이 영국경제를 지탱하는 힘이고 그 중심에 카나리 워프가 있다.

카나리 워프 중심지에는 마치 좌청룡 우백호처럼 세계 최고의 금융그룹 ‘시티그룹’과 ‘HSBC’가 나란히 서 있다. 그 기운은 영국 런던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세계로 뻗는다. 말 그대로 세계의 은행이 되어 세계 금융의 흐름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EU의 중앙은행은 프랑크푸루트에 있다. 하지만 카나리 워프가 세계의 금융 허브 역할로 급부상하자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할 정도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카나리 워프는 뉴욕도 이미 경쟁상대로 보지 않는다. 카나리 워프의 거리를 걸으며 마주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영국인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에 쫓기듯 바삐 지나치지만 어떤 자신감이 배어 있다. 이들이 카나리 워프에서 벌어들이는 ‘엄청난’ 월급의 반을 세금으로 뚝딱 정부에 ‘헌납’해 영국민들을 먹여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조감도.

서울시는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용산을 국제 업무단지로 개발하고 마곡지구를 수변도시화해서 금융과 첨단연구단지를 조성하고 문화공간이 어울어지는 고부가가치단지를 만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서울시 한강전략기획부의 이택근 과장은 “용산국제업무단지의 경우 앞으로 개발사업시행자의 제안서를 받아본 후 구체적이고 전략적인 시설 계획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용산 이외에 국제 업무지역의 하나인 여의도와 함께 국제 컨벤션센터 등 금융 중심의 국제 단지를 조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국제업무단지개발은 서울시와 코레일이 서부동부이촌동과 함께 통합개발을 하는 것도 특징이다. 코레일 용산역세개발사업추진단의 한영철 팀장은 “용산국제업무단지가 파리의 라데팡스나 런던의 카나리 워프 등 여러 모델을 참고하겠지만 외국의 성공사례를 뛰어넘는 서울만의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강 르네상스를 위해 최근 외국의 모델이 될 만한 여러 현장을 직접 둘러보았다. 오 시장은 지난 10월 11일 뉴스메이커와 한 인터뷰에서 카나리 워프는 한때 호황을 누렸지만 그후 슬럼화된 지역을 어떻게 재개발해 고부가가치화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며 “금융 중심지로 개발하는 데 성공하면서 연관산업이 뒤따르고 또 그에 따른 문화산업이 수반된다. 여기에 수변공간이라는 장점을 더하면 더없이 쾌적한 금융 허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열 기획위원 yol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