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사례Ⅰ]워터 프런트의 상징 하펜시티

독일 함부르크에 위치한 수변도시 하펜시티의 모습.

인류역사상 문명의 발상지는 강과 바다에서 태동했다. 유서 깊은 도시는 대부분 강이나 항구를 끼고 있다. 도시에서 ‘물’의 존재는 인간이 생활하는 데 필수 불가결한 존재임과 동시에 내륙을 연결하고 바다로 나아가는 통로로서의 필수조건이었다. 근대화를 겪으면서 물의 위상은 도시의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만다. 홍수와 범람, 생활쓰레기, 새롭게 등장한 교통수단으로 인한 도시의 급격한 팽창으로 수변지역은 도시지역과 단절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끊임없이 높아가는 근대도시의 거대한 마천루의 그림자 뒤엔 환경오염과 콘크리트 더미 속에 신음하는 인간의 고통도 늘어갔다. 1960년대 미국의 볼티모어 내항 개발을 기점으로 근대 도시의 수변공간의 재생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그 후 워터 프런트 프로젝트는 유럽과 오세아니아,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 제3세계로 확산되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5000년 전 인류문명이 강변에서 출발해 산 넘고 바다 건너 우주까지 진출했지만 결국 ‘문명의 고향’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 역시 한강 르네상스라는 대규모 수변 개발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올해 안에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고 2030년까지 3단계에 걸쳐 진행하는 대역사(大役事)다. 이 프로젝트는 생태 복원을 전제로 한 12개 지구의 특화공원, 워터 프런트 타운 조성, 경인운하와 연계한 ‘서해항로 한강주운 개발’ 등 세 가지 내용을 축으로 하고 있다. 과거 치수(治水) 문제의 해결에만 집중한 한강의 1, 2차 종합 개발은 한강을 본연의 형태와 생태적인 특성을 상실하게 만든 근시안적인 ‘졸작’이었다. 홍수로 인한 한강범람 대책으로 뚝을 쌓고 그 옆에 올림픽대로, 강변북로를 만들고 그 옆부지에 아파트를 성냥갑처럼 줄지어 세운 것은 그때그때 개발에 따른 임시 수요로 만든 미봉책에 불과했다. 그 결과 한강은 지나치게 큰 범람막이용 고수부지와 대로(大路), 대규모 아파트단지로부터 필연적으로 단절이 되었고, ‘생명력 잃은 강’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러한 접근성과 단절의 문제는 비단 한강만의 문제는 아니라 모든 하천의 문제다.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김창석 교수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한강 르네상스는 늦은 감이 있지만 기존의 치수 위주 개발에서 수변공간 개발로 전환한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한강은 세계 어느 대도시에서 볼 수 없을 만큼 큰 강이지만 규모에 비해 그동안 변변히 보여줄 게 없었다. 김 교수는 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이번 기회에 장기적으로 잘 설계해 세계인이 즐겨찾는 국제적인 수변도시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독일 함부르크의 ‘하펜시티(Hafen City) 프로젝트’는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서울시가 추진하는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에 많은 도움과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다. 하펜시티는 옛 부두와 창고가 있던 내항지역을 2025년까지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규모로는 여의도 면적의 절반에 해당한다. 함부르크 시가 점차 내륙으로 확장하면서 엘베 강(폴란드, 체코의 국경지대에 있는 스테티 산지를 그 수원(水源)으로 하고 그 후에 체코 북부, 독일 동부를 흘러 함부르크 부근에서 북해에 흘러드는 하천)을 중심으로 도시가 단절됨에 따라, 신도시 개발을 통해 도심을 강변으로 옮겨오는 프로젝트다. 더불어 마리나(요트나 모터보트 등의 정박소)와 크루즈의 개발, 랜드마크로서의 문화시설 건축 등을 통해 국제도시로서 경쟁력을 높이며, 혼합용도 개발 및 단계적 개발로 도시의 통합과 지속성을 달성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와 하펜시티 프로젝트는 그 규모나 목적 등에서 적지 않은 차이가 있지만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세계는 국가경쟁이 아닌 도시경쟁의 시대

위 _ 마곡지구 조감도 사진. 아래 _ 신항구도시 함부르크 조감도.

독일 동부를 거쳐 북해로 진입하는 엘베 강 하류에 자리 잡고 있는 함부르크와 서해로 흐르는 한강에 자리 잡고 있는 서울은 입지 면에서 매우 유사하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을 이용한 주운(舟運, 배로 화물 따위를 나르는 일) 개발에 중점을 둔 것과 수변개발을 통해 단절된 도시를 통합하려는 취지가 그 하나다. 다른 하나는 두 프로젝트가 서울과 함부르크라는 도시 내부적 환경개선을 뛰어넘어 그 도시의 국제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의미에서 세계적인 수변 개발 추세의 한 예인 것이라는 점이다. 하펜시티가 세계의 유사한 도시 수변 재개발 프로젝트와 구별되는 것은 바로 중심부에 있다는 입지조건 때문이다. 함부르크 시청사, 중앙역, 주요 쇼핑센터 지역과 박물관, 극장 등이 모두 걸어서 몇 분 거리 안에 있으며, 항구와 엘베 강에 가까운 수변지역이라는 특징은 독특한 수변경관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 점은 세계 여러 대도시와 다른 독특한 입지조건을 가진 서울의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하펜시티의 마스터플랜이 지닌 핵심 중 하나는 함부르크의 경제적·생태적·사회적·문화적 발전에서 하펜시티가 중요한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데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광범위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고, 그에 따라 많은 전문가가 아이디어 공모와 토론을 거쳐 반영하고 있다.

서울시 도시계획과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의 이번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2030년에 완공을 목표로 하는 대역사이자 장기플랜인만큼 민·관·시민단체 등 각 분야 전문가의 의견 수렴을 걸쳐 올해 안에 마스터플랜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펜시티 프로젝트는 25년이 소요되는 개발로 이 기간에 도시의 개발 요건들을 변화시킬 수많은 요인이 발생하게 되므로 마스터플랜은 매우 유연해야 하며 원래의 계획과 상충되지 않게 설계할 예정이다.

하펜시티의 개발원리와 도시구조 기본개념은 도심 중심부의 거주기능 강화와 소매업, 교육, 문화, 오락, 관광 등의 분야에서 다양하고 새로운 고용 기회를 창출하는 혼합용도의 개발, 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항구의 전형적인 모습을 유지하면서 도시적 특징을 갖도록 설계한다는 점, 공공수변 공간을 위한 도시 계획이 초첨이 됨다는 점, 하펜시티와 함부르크 시가 가능한 밀접히 연결되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는 점, 하펜시티의 개발로 함부르크 시의 지속 가능한 미래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생태적인 측면을 고려해 미래의 함부르크 개발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하펜시티는 100년 이상 분리된 함부르크 시내와 항구를 다시 연결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세계는 이미 국가 간 경쟁이 아니라 도시 간 경쟁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하펜시티 프로젝트는 함부르크가 국제적인 경쟁관계에서 타 도시에 비해 위상을 강화시키면서 동시에 정체성을 유지하게 할 것이다.

<글 / 김태열 기획위원 yol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