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즈 인터뷰]서울시장 오세훈

“한강이 대한민국의 경쟁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수통령’으로 불린다. 수도(서울)재생의 핵심 개념을 ‘물’에서 찾았기 때문이다.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이것은 ‘한강 개발’을 통해 서울을 수변도시, 항구도시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서울의 개발축은 한강으로 옮겨진다. 한강은 강폭이 넓고 수심이 낮다. 무엇보다 홍수다발 지역에 포함됨으로써 개발의 한계를 갖고 있다는 게 종전의 생각이었다. 이는 과거 한강을 ‘치수(治水)’에 초점이 맞춰 개발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세훈 시장은 “이젠 치수가 아니라 이수(利水)다”라고 선언했다. 넓은 강폭과 많은 수량은 물론 홍수조차 한강의 자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역발상이다. 그가 구상하는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무엇인지 구체적인 얘기를 10월 11일 서울시장 집무실에서 들어봤다.

-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한마디로 무엇인가.

“한강 르네상스의 목표가 휴식 공간 창출입니다. 쉽게 말하면 서울시민과 대한민국 국민, 외국 관광객에게 한강에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즐거움을 제공하기 위해 한강변을 적절하게 활용하겠다는 것이죠. 그래서 서울 하면 한강, 한강 하면 서울을 떠올리도록 대표적인 랜드마크를 만드는 것입니다. 제1차 한강의 기적이 경제 개발을 상징했다면 지금 계획하고 있는 한강의 기적은 문화혁명이 될 것입니다.”

- 서울의 잠재력이 한강에 있다고 보는 이유는.

“국가경쟁력의 시대는 가고 도시경쟁력의 시대가 도래했다. 중국과 상하이의 느낌은 엄연히 다르지만 중국 하면 상하이를 떠올립니다. 상하이는 중국 브랜드를 만들고 중국 제품의 이미지에도 긍정적 영향을 줍니다. 상하이가 중국의 경쟁력을 견인하고 있는 것입니다. 서울을 잘 만들면 대한민국의 이미지와 브랜드 밸류도 달라질 것입니다. ‘그럼 왜 한강이냐’고 묻는데요, 서울의 이미지는 중구난방입니다. 김치, 남산, 경복궁 등 통일되지 않습니다.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뉴욕의 브로드웨이와 같은 서울의 상(像)이 없습니다. 그 이미지 창출의 가능성을 한강에서 찾자는 것이죠. 넓은 강폭과 수량, 천혜의 자연,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산 등은 서울의 대표 상품이 되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매력이 경쟁력입니다. 그 매력을 관광과 레저자원으로 활용하자는 것입니다.”

- 한강의 성장 동력이라면 서울의 발전축이 한강으로 바뀌는 것인가.

“그런 측면도 있겠죠. 앞으로 경제는 문화와 관광이 주도합니다. 서울에는 그런 산업자원이 될 유휴공간이 많지 않습니다. 한강변이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한강변에 있는 용산, 여의도 등이 신개발 중심지구로 개발되면 그곳으로 경제 중심축이 옮겨질 것입니다. 신개발의 개념은 집적화입니다. 집적화된 공간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쾌적해야 합니다. 쾌적하지 않으면 비즈니스 타운은 형성되지 않죠. 타운이 형성되면 문화공간을 요구합니다. 그런 것을 충족할 수 있는 게 물입니다. 수개발이 되면 미래의 서울은 한강이 성장의 중심축을 이루고, 강북 도심권역의 발전이 그 축을 떠받치는 형태로 발전해갈 것입니다.

- 한강 개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접근성 아닌가.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한강이 관광자원으로 개발되지 못한 것은 홍수 때문입니다. 홍수를 막기 위해 둑을 쌓고 그 위에 도로를 냈죠. 또 그 주변에 생긴 땅에다 아파트를 지은 것입니다. 그것이 한강 발전의 한계였습니다. 이를 극복하면 휴식공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앞으로 서울 시내 건축물은 디자인 개념이 가장 중요하게 반영될 것입니다. 독특한 형상을 가진, 예술품성 높은 건축물이 들어설 것입니다. 필요하면 용적률과 건폐율도 무리하지 않은 선에서 조정할 것입니다. 한강 양안을 달리고 있는 고속도로에도 필요한 경우 오버페이스를 만들거나 지하화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한강 접근성을 확보할 것입니다. 남은 문제는 큰물이 왔을 때를 감안해 설계할 수 있느냐입니다. 그러나 홍수를 극복하기 위해 더 특이하고 견고하게 만든다면 그것은 오히려 강점이 될 것입니다. 기술적으로도 문제가 시점에 다다랐습니다.”

- 한강 개발의 핵심 개념이 ‘한강을 수변도시로’라고 할 수 있는데.

“오늘 마침 한강에 수상택시가 뜨는 날입니다. 오늘이 한강 중심의 도시계획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서울 전체를 지천과 함께 어우러지는 한강 중심의 수변도시로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한강의 생태회복과 병행하여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공간을 가꿔가는 한편 수변으로 열린 도시공간(Water Front)을 조성합니다. 또 한강변으로 특화지구를 설정해서 난지-마곡-용산-뚝섬-잠실-암사 등에 특화된 개념을 넣을 것입니다. 그리고 한강의 뱃길이 서해안으로 연결되어 잠실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인천 앞바다로 나가서 중국의 상하이까지 뱃길로 갈 수 있게 만들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서울이 명실상부한 국제적인 항구로 위용을 갖출 것입니다.”

- 수변도시로 만들기 위해서 이미 타당성이 없다고 판정이 난 경인운하를 개발해야 하는 것인가.

“한강 개발의 기본개념이 주운입니다. 서울을 항구도시로 만드는 것입니다. ‘주운 개발이 언제나 가능하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데 마음만 먹으로면 5년 이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물론 아직까지 선결과제들이 적지 않습니다. 중앙정부와의 협조 및 남북관계 등의 변수 등이 있어 섣불리 대책을 내놓기가 어렵습니다. 서해로의 항로 조성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한강하구와 경인운하 등인데 이를 모두 고려하고 있습니다.”

- 남북정상회담에서 한강 하구 개발 합의는 한강 개발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상당히 긍정적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골재를 경협의 자금으로 사용키로 한 것이죠. 어떻게, 어느 정도로 (진척이) 될지 모르지만 윈-윈사업이기 때문에 정권과 관계없이 지속될 수 있는 사업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항구도시와 수변도시가 가능하려면 수심이 깊어야 합니다. 한강하류의 수심이 4~5m이고 군데군데 배를 띄우기가 불가능한 곳이 있습니다. 골재 채취를 하면 하류의 수심이 확보되기 때문에 주운 개발에 유리한 국면이 되겠죠. 물론 이 문제도 북한의 군사시설 때문에 북한정부와의 합의가 필요합니다. 한강하구 골재채취사업이 자체가 남북합의 전제하기 때문에 배가 드나드는 것 역시 합의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운을 위한 두 가지 난점의 실마리가 풀리고 있는 것이죠.”

- 한강 개발에 역사성과 환경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런 판단을 하기는 이릅니다. 현재는 마스터플랜 단계입니다. 특화지역을 설정한 상태입니다. 곧 설계 공모에 들어가면 각 특화지역의 역사성과 환경 등을 철저히 고려할 것입니다.

- 잠실은 이미 재개발에 들어갔는데.

“어쩔 수 없죠. 잠실도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에 포함됐다면 하는 생각을 하면 속상해요. 다행인 것은 멀지 않은 시점에 잠실종합운동장을 손봐야 할 것입니다. 그때 잠실개발 종합계획을 만들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 문제는 예산이 아닌가.

“한강 르네상스는 4개년 계획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정부예산이 약 7000억 원 정도 듭니다. 서울시의 재정능력을 고려하면 결코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경제효과를 볼 때 충분히 투자가치가 있는 사업입니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