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③ 왜 또 평양인가

金, 신변안전 우려… 盧, 차선책 택한 듯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2000년 6월 1차 회담에 이어 다시 평양에서 개최된다. 북한은 왜 국제관행을 무시하면서까지 평양을 고집했을까.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의 일방적 주장에 끌려가지는 않았을까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제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북은 6·15공동선언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서울을 방문하도록 정중히 초청하였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앞으로 적절한 시기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이는 2차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김 위원장이 서울을 답방 형식으로 방문할 것이라고 약속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식을 깨고 노 대통령이 다시 평양을 방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우리 정부 입장에서 살펴보면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볼 것인지, 아니면 국가가 아닌 특수관계로 볼 것인지부터 출발한다. 북한은 이미 유엔 회원국이니만큼 국제적으로는 정상 국가로 분류한다. 이에 따르면 남북정상회담은 국가와 국가 간의 최고위급 회담이다. 따라서 국제적인 외교 의전상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남측을 방문해야 하는 것이 옳다. 김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지 않는 것은 이런 점에서 우리 국민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부분이다.

장성민 전 의원은 “국가 간의 정상회담은 부족 간에 만나는 부족장 회의가 아니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올라가기보다 김 위원장이 내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장 전 의원은 “남북 정상이 평양에서 교류협력과 관련해 수백 번 선언한들 상호간에 방문이 없는데 신뢰를 가질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남북관계는 국가와 국가 간의 관계보다 민족 간의 특수관계로 보는 시각도 많다. 이런 입장은 남북 정상 간의 만남 자체가 중요하지, 형식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5년 6월 방북한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은 김정일 위원장과 면담을 통해 차기 정상회담을 “북측이 원하는 시기와 장소”에서 개최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후 노무현 대통령도 이러한 입장을 견지했다.

북한 김정일 위원장은 여러 가지 면에서 ‘평양 정상회담’을 고집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남측에서의 신변안전 문제를 가장 우려한 것 같다. 대선 정국과 맞물려 있는 남한 사회에서는 김 위원장에 대한 두 부류의 비토(거부) 세력이 있다.

하나는 남한 내의 극우·보수세력이다. 이 단체들 중에는 ‘김정일 체포조’를 운영하는 단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철통보안을 유지하더라도 경호문제는 남북한에 모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반(反) 김정일 세력은 북한체제에 반기를 들고 넘어온 탈북자들이다. 김 위원장이 국내에 들어와 들어내놓고 행동하다 보면 이들에게 노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에서 박해를 받은 파룬궁 신도들은 중국 고위층들이 해외를 방문할 때마다 그들의 동선을 파악해서 위협을 가하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은 또 비록 2박3일이지만 북한을 떠나 남한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주요 정책 결정을 하는 것에 불안함을 느끼는 듯하다. 예를 들면 북한의 강경파가 이번 정상회담 의제로 확실시되는 종전협정이나 평화협정 같은 것에 반대할 수 있다. 이럴 경우 김 위원장이 북한을 비우고 남한에서 회담하는 것은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방북한 노무현 대통령은 어디에서 묵을까. 2000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도 김 대통령의 숙소 및 회담 장소는 회담 전날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 백화원 초대소에 머물 것으로 전망한다.

북한의 대표적인 최고급 영빈관인 백화원 초대소는 평양시 대성구역에 있으며 3개의 건물로 구성돼 있다. 건물 앞은 여러 개의 분수대를 설치한 호수와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백화원 초대소는 고이즈미 전 총리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묵었던 곳이기도 하다. 이외에 김일성 주석이 외국 정상을 맞았던 대동강 영빈관도 노 대통령이 머물 수 있는 후보지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