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④ 방문단엔 누가 참여하나

‘대북협상 수업’위해… 여야 정치권 함께 갈듯

이번 8·28 남북정상회담의 방북단으론 어떤 인사들이 참여할까.

정부는 지난 8일 정상회담추진위원회와 정상회담준비기획단, 정상회담사무처, 3개 기구를 2차 정상회담 준비기구로 발표했다. 일단 방북단의 규모나 의전, 참가범위 등은 이 기구들에서 논의·결정한다. 그렇다고 바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북측과 조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공식수행원은 2000년 정상회담 당시 참가자의 직책 등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2000년 당시 공식수행원은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 박재규 통일부 장관, 황원탁 외교안보수석, 임동원 국가정보원장 등이었다. 이번 방북단에도 정부대표단은 문재인 비서실장, 백종천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이재정 통일부 장관, 윤병세 통일외교안보수석, 그리고 이번 정상회담과 관련, 북측과 막후교섭을 담당한 김만복 국정원장 등의 참여가 확실시된다.

한 가지, 일부 보수매체들을 중심으로 제기하는 우려는 2000년과 달리, 이들 정부대표단의 대북접촉·실무경험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북측 멤버는 2000년 그대로인데, 지난 1차 정상회담 당시 남측 정부대표단보다 2차 팀의 ‘경험’이 일천하다는 것이다. 정상회담 합의문의 ‘우리 민족끼리’ 등의 용어를 허용한 것은 북측의 전술에 남측이 그대로 휩쓸려 간 것이라고 이들은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성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대외부총장은 “실제 협상을 담당하는 실무담당자는 따로 있으며, 이 사람들은 준비 단계부터 여러 내외적 환경을 고려해 북측 카운트 파트너와 밀고 당기기를 진행하는 전문가들”이라며 “국정원장이나 정책실장, 통일부 장관 등은 실질적 협상을 진행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협상에서 최후 카드를 제시해야 할 사람들이기 때문에 단지 이 사람들의 경험 유무로 협상 전문성을 넘겨 짚는 것은 경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2000년의 경우에 비춰볼 때 방북단은 크게 정부대표단과 수행단, 특별수행원 또는 자문위원단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1차 회담보다 역사적 의의는 떨어지기 때문에, 이번 회담의 방북단 규모는 실무 위주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상당수 전문가는 대표단 130명과 기자 50명으로 구성된 1차 때보다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주목을 끄는 것은 정부대표단과 정부 협상실무자로 구성할 수행단 이외에 자문위원단에는 어떤 사람들이 참여할 것이냐다. 2000년에는 여·야 정당대표와 사회경제단체, 전경련 등 기업인사와 예술·체육계 인사들이 공식·비공식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어떤 역할을 하는 걸까.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대학원 교수는 “정상회담 전 모든 사안을 조율하고 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제 협상 과정에서 돌발적으로 제기되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그럴 때 남측에 있는 팀과 긴밀히 접촉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분야별 실무전문가와 더불어 자문위원들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북핵문제와 6자회담 등 중요 고비를 넘긴 회담이기 때문에 경협 관련 경제 전문가나 기업인의 참여도 늘 것으로 보인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아직 논의 단계지만 경협문제를 거론한다면 북측의 전력이나 항만, 제철과 화학 같은 북측 사회간접자본과 관련된 남측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가 오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하나 관심을 끄는 것은 과연 정치권 인사들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이번 정상회담에 참여할 것이냐다. 일단 여·야 정치권에서는 2007년 대선을 4개월여 앞둔 정권교체기에 가깝기 때문에 ‘대북협상수업’을 위해서라도 ‘멍석만 깔아준다면’ 참여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8일 정상회담 발표에 ‘반대’입장을 발표했다 하루 만에 ‘조건부 찬성’으로 선회한 한나라당에도 이런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자꾸 거부하다 보면 한쪽 세력은 평화세력이 되고 다른 쪽은 냉전세력으로 규정되는 형태이기 때문에 한나라당 입장도 만약 그런 제안이 있다면 거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그간 북측이 노골적으로 내세운 ‘반 한나라당’ 입장을 거둔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2000년과 달리 그간 남북경협이나 부문별 민족공동행사를 치르는 등 ‘경험’을 축적했기 때문에 민간자문위원 참여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문과 단체 차원의 참여보다 개인 자격 혹은 겸직하고 있는 정부공식기관 직위 자격으로 참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를 테면 6·15공동선언 실천 민족공동위원회의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대통령자문기구인 통일고문회의 고문 자격으로 이번 정상회담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정현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사무처장은 “그간 7년간 파트너십이 생긴 주요 부문별 단체들이 혹 같이 한다면 두 정상의 만찬모임에 참석하는 모양새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