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도처유상수]난로공작소 정종훈씨 “효율성 높은 따뜻한 난로 많이 보급해야죠”

정종훈씨는 자신의 기술적인 힘은 난로의 실제 사용자들로부터 나온다고 설명했다. 7년 동안 그의 난로를 사용한 1000여명이 넘는 이들이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개선점이나 새로운 개발 방향을 얻게 되는 것이 난로공작소의 가장 큰 힘이라고 설명했다.

정종훈씨는 요즘이 가장 바쁘다. 기온이 떨어지고 겨울이 다가오는 모습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밀려 있는 주문에 맞춰 전국으로 난로를 설치하러 다닌다. 정씨의 난로공작소는 장작난로와 농기구를 만드는 곳이다.

정씨가 난로공작소를 차린 지 7년이 됐다. 그전까지 그는 공장의 집진설비를 생산하는 환경업체의 대표였다. “연간매출 10억원 정도 하는 소규모 업체였다. MB정부 들어 환경정책이 바뀌고 4대강 사업에 집중하면서 환경산업 전반에 침체기가 왔다. 경영자로서 더 이상 기업 활동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지 못한다는 판단이 오자 회사를 접었다”고 한다. 임금삭감으로 인건비를 줄여 이익을 높일 수도 있지만 그것은 경영자로서 최악의 수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가 만든 장작난로는 기체공학 기술이 집약됐다고 주장한다.

귀촌·귀농자들에게 저렴한 난로 보급

환경산업과 난로 제작이 다소 생뚱맞아 보이지만 에너지의 순환과 효율이라는 관점에서 일맥상통한다는 것이 정씨의 주장이다. 그가 난로를 만드는 이유는 “원자력 등 고효율 에너지는 재처리 문제 등 자연계의 순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나무는 조림과 절제된 벌목으로 계속 재생산이 가능하다. 난로공작소의 장작난로는 에너지 효율을 최대한 높여서 적은 양의 나무로도 충분히 따뜻하게 난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한다.

귀촌과 귀농 바람이 불면서 장작난로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 노년을 시골에서 별장 같은 집을 짓고 벽난로 가에서 불을 쬐면서 겨울을 보내는 환상을 가진 이들도 많아졌다. 그러나 시골집의 현실은 혹독한 겨울의 추위를 만나면서 깨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정종훈씨는 “한동안 귀촌자들이 큰 집을 짓는 것이 유행했다. 넉넉하게 공간을 잡고 2층까지 지으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난방이다. 전기나 기름보일러로는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 된다. 그러면서 자연히 효율 높은 장작난로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큰 장작 서너 개를 넣고 점화구에 가스토치를 대자 불이 붙었다. 단열유리 너머 연기가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리자 장작불이 더 크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난로가 있는 공간은 금방 온기로 채워졌다. 정씨는 난로공작소의 난로에 대해 “나무는 열을 받으면 가스화 현상이 일어난다. 일종의 목탄가스가 나오고 불이 붙는데 연통으로 바로 빠져나가면 그만큼 효율이 낮아진다. 난로 안에서 일종의 대류현상과 과기 작용이 일어나 불완전 연소가 되지 않고 완전히 타게 된다. 때문에 작은 연료로도 고효율이 가능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정밀한 공기 조절장치와 200kg이 넘는 내화벽돌을 통한 단열, 그리고 열과 공기의 대류 설계가 그의 난로를 이루는 핵심이라는 것이다.

난로공작소에서 만드는 난로 제품은 대략 90만원부터 300만원 선의 다양한 가격으로 팔린다. 1년에 150개 정도가 팔린다고 하니 집진기 제조업체를 경영할 때보다 매출은 못 미치지만 그는 훨씬 행복하다고 말한다. 정씨는 “일단 난로는 온기를 전해준다. 그것이 난로의 힘이다. 타오르는 불꽃을 보고 있으면 누구나 위안을 얻고 치유를 얻을 수 있다. 현대인은 우울을 짊어지고 살아가는데 장작난로의 따뜻함으로 조금이나마 나아질 수 있지 않겠나”라며 웃었다.

쟁쇠는 러시아 농기구를 참조하여 쟁기와 쇠스랑을 합쳤다.

난로에 대한 모든 내용 인터넷에 공개

난로 가격의 차이에 대해 묻자 “크기나 모양의 차이는 있지만 난로로서 기능은 동일하다. 가격을 낮춘 제품을 만든 데는 나름 사연이 있다”고 한다. 귀촌이나 귀농자 중에는 적정기술을 보급하는 운동가들도 있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도 있다. 난로는 누구에게나 필요한데 경제적 사정은 한결같지 못하다. 그들에게도 최소한의 비용으로 난로공작소의 난로를 보급하기 위해 저가의 난로를 만든다는 설명이다. 정씨는 “어렵다고 무료로 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분들을 위해 감당할 수 있는 비용만을 받고 설치해준다. 그것이 서로에 대한 배려라고 믿는다”고 이야기했다.

현재 전국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난로업체들이 있다. 중국에서 싸게 만들어 수입하는 업체도 있고, 개중에는 그의 난로와 유사한 제품을 더 저렴하게 파는 곳도 있었다. 정종훈씨는 난로에 대한 모든 내용을 인터넷 카페에 공개하고 있다. 기술적으로 민감한 사항이나 제작과 설치의 노하우까지 아낌없이 공개한다. “자료를 공유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지식을 독점하는 것은 어리석기 때문이다. 혼자만 갖는 것보다 나누면 그 지식의 힘은 더 커진다. 우리는 작은 촛불 하나하나가 모여 결국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것을 보지 않았는가. 둘째는 인터넷에 먼저 공개해 놓으면 추후에 그 사항으로 특허권이나 배타적 사용권을 주장해도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먼저 만들었다는 증빙이 된다”고 말한다. 누구나 자신의 기술을 베껴 더 좋은 것을 만들어 낸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며 웃었다.

자신이 가진 현재의 것에 집착하지 않는 사람은 미래에 대해 자신이 있는 이다. 정씨는 난로에 대해서나 인생의 전기마다 용기를 잃지 않고 도전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됐던 40대에 대학을 갔다.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현장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학문적인 기초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난로도 자세히 보면 공학적 아이디어들이 다양하게 배어 있다”고 설명한다.

정씨가 요즘 공부하는 분야는 알고리즘, 문제 해결을 위한 순서를 정하고 논리적 흐름을 조직하는 컴퓨터공학과 산업자동화의 분야이다. 몰라도 난로를 만드는 데 지장은 없지만 더 정확한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 사용자들의 요구사항을 수용하고 더 정확한 방식을 찾고 싶다고 말한다. 정종훈씨는 자신의 기술적인 힘은 난로의 실제 사용자들로부터 나온다고 설명했다. 7년 동안 그의 난로를 사용한 1000여명이 넘는 이들이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개선점이나 새로운 개발 방향을 얻게 되는 것이 난로공작소의 가장 큰 힘이라고 설명했다.

선호미에 바퀴를 단 바퀴호미는 용도에 맞게 기구를 교체할 수 있다.

난로공작소가 만들고 있는 또 다른 것은 농기구. 쟁쇠, 삽쇠, 선호미, 여우호미, 바퀴호미 등 낯선 이름의 농기구 10여종이다. “농사짓는 방식과 인력 구성이 달라졌다. 특히 귀농자들의 경우 재래식 농기구로 앉아서 호미로 밭을 가는 일은 버거워한다. 러시아와 서구에서 서서 작업하는 농기구들을 연구해서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는 농기구의 매출액이 올해부터 난로를 추월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는 농기구를 만드는 것뿐 아니라 이름을 짓는 일에도 큰 공을 들였다. 쟁쇠는 쟁기와 쇠스랑을 줄인 말이고, 삽쇠는 삽과 쇠스랑을 결합한 것이다. 쟁쇠는 러시아 농기구에 착안해서 우리 실정에 맞게 만들었다. “우리나라 밭은 거의 돌밭이다. 쟁쇠는 밭을 갈 때 사람의 힘으로 눌러 지렛대 원리로 쉽게 흙을 간다. 경운기나 트랙터 없이 작은 규모의 밭갈이에 알맞다. 과다한 비료와 비닐에 의존하지 않고 친환경적인 농법에 최적화된 농기구를 만든다”고 이야기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 전통 농기구들은 다양하고 효율적인 것이 많았다고 한다. 경운기가 등장하면서 인력을 이용한 농기구들은 자취를 감췄고, 이제는 그 쓰임과 이름마저 잊고 말았다는 것이다. 현장에 가서 농기구의 이름과 쓰임을 물어봐도 설명이 제각각이라 그는 농업박물관에서 발간한 책을 통해 다시 농기구를 배우고 있다.

쟁쇠·삽쇠·선호미 등 개량농기구 만들어

그의 농기구를 구입하는 이들은 대개 젊은 귀농인들이다. 전통을 답습하기보다 새로운 방법을 찾고 친환경 농법을 지향하는 이들이 난로공작소의 농기구를 찾는다. “잡초도 나름대로 존재 이유가 있다고 한다. 싹을 말리려면 전쟁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다보면 반드시 환경을 파괴할 수밖에 없다. 선호미는 잡초의 생장점 부분을 끊어내도록 고안된 농기구이고, 북호미는 밭고랑의 흙을 퍼서 쉽게 이랑을 만들 수 있도록 만들었다. 비닐을 덮지 않고도 농사가 가능한 길이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한다. 특히 바퀴호미는 선호미에 바퀴를 달아 쉽게 밀고 다니면서 김매기를 할 수 있고, 호미날을 용도에 맞게 교체할 수 있는 인력식 경운기이다.

소문을 타고 귀농자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전통적인 농법을 쓰던 이들도 그의 개량농기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비슷한 제품들이 상품화되고 중국에서 만들어 들여오는 업자들도 생겼다. 그는 “농기구도 구조나 원리 등을 인터넷에 다 공개하고 있다. 저가 제품들이 나와도 걱정하지 않는다. 원가를 낮추려면 결국 강성을 줄여야 하는데 농기구는 튼튼하고 강하면서 고장이 나지 않아야 한다. 난로공작소가 반월공단에 있기 때문에 기구의 가공과 생산원가를 줄일 수 있다. 품질과 가격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말한다.
정씨는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때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다고 했다. 그의 공장과 집은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있다. 둘째아들의 친구들이 세월호에 탔다. 정씨도, 그의 아들도 몇 달 동안 매일같이 분향소를 들러야 했다고 말한다. 세월호의 비극은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를 바꾸게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기술자의 눈으로 보면 그 배는 결코 출항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불의한 것에 눈을 감고 진실을 외면한 것이 비극을 만들었다. 내가 하는 일을 자꾸 되돌아본다. 다음 세대에 그런 불의를 물려줘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생도처유상수

산골짝 오두막집까지 보일러가 돌아가고 경운기와 트랙터가 농사일을 하는 시대에 그는 장작난로를 만들고 농기구를 생산한다. 어쩌면 시대에 어긋나는 것 같지만 그의 기술은 우리 시대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일 수도 있다. 다소 불편하고 번거롭게 여겨져도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역량이 반드시 있다. 1년의 절반 이상 전국 방방곳곳에 난로를 설치하러 다니는 그의 발길을 통해 장작난로처럼 세상을 데우는 온기가 더 멀리까지 퍼지기를 바란다.

<김천 자유기고가 mindtempl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