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맨 전성시대
김쌍수, 신흥순, 이윤호(왼쪽위부터). 정승일, 정병철(오른쪽위부터).
이명박 정부 들어 LG 출신 인사들의 약진이 눈부시다. 정부뿐 아니라 유관기관과 공기업에서도 LG 출신이 수장 자리를 줄줄이 꿰차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공공기관 수장 물갈이 작업이 절정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지식경제부 산하기관 사장 공모에 응모한 사람 중에서 대기업 임원급 출신이 52.6%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에서도 LG그룹 출신 인사의 지원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이 LG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뒷말이 나올 만하다.
이 대통령과 한 다리 건너 사돈관계
한국전력공사 사장에 김쌍수 전 LG전자 부회장이 임명됐다. 김쌍수 신임 한전 사장은 1945년 경북생으로 김천 성의고,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LG전자 리빙시스템사업본부장, DA사업본부장, 대표이사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신임 김 사장은 1969년 LG전자에 입사한 후 40년 가까이 LG그룹에서 일한 골수 LG맨이다. LG전자 최고경영자(CEO) 시절 ‘혁신 전도사’로 불리기도 했다. 민간 기업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한전의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김 사장은 2003년 ‘비즈니스 위크’가 선정한 아시아의 스타 25명에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등과 함께 선정되기도 했다. 김 사장의 업무 스타일로 볼 때 앞으로 한전에 적잖은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시절 ‘시그마6’로 대표되는 과감한 경영혁신을 통해 능력 있는 인재를 발탁하고 조직에 개혁바람을 불러일으켰던 만큼 한전 내에도 인사·조직·문화 등 전반에 걸쳐 메가톤급 소용돌이가 밀어닥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번 한전 사장의 최종 후보로 검토된 5명의 인사에는 김 사장 외에 LG 출신이 정규석 전 LG전자 사장, 조방래 전 LG에너지·GS파워(옛 LG파워) 대표도 포함돼 화제를 모았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신임 사장에는 정승일 전 GS건설 고문이 취임했다. 정승일 지역난방공사 신임 사장은 1945년 인천생으로 제물포고,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현대건설 발전사업부문장, 삼성물산 건설부문 발전사업팀장, GS건설 고문 등을 역임했다. 한국석유공사에서는 금병주 전 LG상사 사장이 도전했으나 강영원 전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공직에 진출한 첫 번째 LG맨은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이다. 20년 가까이 LG경제연구원장을 지낸 이 장관은 지난해 5월 LG를 떠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상근부회장으로 일하다 이명박 정부의 초대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이 장관에 이어 정병철 전 LG CNS 사장이 전경련 상근부회장으로 임명되고 지난달에는 신홍순 전 LG상사 사장이 예술의전당 신임 사장으로 선출됐다. 신홍순 예술의전당 사장은 LG에서만 30년 넘게 근무한 대표적인 LG맨으로 유인촌 문화부 장관과 1999년부터 10년 이상 교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에서 LG 출신이 잘 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특별한 맥(脈)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LG그룹은 이명박 대통령과 한 다리 건너 사돈관계다. LG투자벤처 구본천 사장이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사위다.
LG출신 장관 부임하면서 혜택
이명박 정부 들어 LG맨이도약하게 된 원인으로는 기본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기업프렌들리’ 마인드와 대통령 자신이 현대건설 CEO 출신이라는 점까지 겹쳐 민간기업 경영자 출신을 선호하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더구나 LG그룹이 삼성그룹이나 현대차그룹처럼 경영권 불법 승계, 비자금 사태 같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 않은 점이 LG맨의 공직 진출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LG그룹 홍보실의 한 관계자는 “재계에서 비교적 잡음이 없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 않은 LG그룹 출신을 공직에 기용하는 것이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덜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면서 “삼성특검 등으로 LG 출신이 반사이익을 보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실 LG그룹은 그동안 삼성이나 현대처럼 정치권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편은 아니었다. 오히려 LG CEO는 전통적으로 대외활동에 소극적인 면을 많이 보여왔다. 현대그룹은 김대중 정부 때 햇볕정책의 후견인을 자처하며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을 이끌어내 밀월관계를 유지했고 삼성은 노무현 정부 때 삼성전자 출신의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을 다리로 지근거리를 유지했다. LG그룹은 삼성, 현대와 달리 전통적으로 정치권력과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不可近 不可遠)’라는 암묵적인 원칙을 갖고 있다. LG그룹의 한 임원은 “비교적 권력과 별다른 무리 없이 지내오던 관계가 1998년 반도체 빅딜을 계기로 많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LG그룹 구본무 회장이 1998년 반도체 빅딜 과정에서 LG반도체가 현대전자(현 하이닉스)에 합병된 것에 대해 전경련과 DJ 정부에 상당히 섭섭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당시 구 회장은 자식 같은 기업을 반강제로 빼앗겼다며 눈물을 흘렸고 중재자 역할을 했던 전경련과 ‘인연을 끊었다’고 밝힌 후 10년째 전경련 관련 모임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
LG맨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이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다. 한국전력노조는 사장 선임이 임박한 시점에 성명서를 내고 “전력은 국민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공익사업으로 이윤 창출만 중시하는 민간 분야에서 아무리 뛰어난 실적을 냈더라도 이를 간과한다면 전혀 적합하지 않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또 공기업인 한전 사장에 그동안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이원걸 사장이 아예 탈락하고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과 LG에서 20년간 한솥밥을 먹었던 가전전문 기업 인사가 전력 공기업의 사장으로 선정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즉 ‘LG 출신’ 장관이 부임하면서 산하 공기업 CEO 선출에 LG 출신 경영자들이 혜택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화려하게 전면에 나서고 있는 LG맨들의 약진이 계속될지 주목해볼 일이다.
<김태열 기자 yol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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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채 상병 의혹
‘이채양명주’ 의제로 올려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