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문학교를 가다](9)캐나다 리들리 칼리지

글로벌시대 ‘문화의 용광로’ 역할

1889년에 영국식 교육제도를 본떠 설립한 캐나다의 전통 사립학교 리들리 칼리지의 교정 모습.

"리들리 칼리지에는 35개국에서 온 외국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외국 학생 비율이 매년 30% 정도 돼 다른 학교에 비해 유학생이 많은 편이죠. 외국 학생이 많지만 학생들 사이에 인종차별 문제가 별로 발생하지 않습니다. 외국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연중 마련해놓고 있죠. 서로 다른 문화에서 온 학생들이 서로 문화를 존중하며 다양성을 배우고 있습니다. 리들리의 가장 큰 특징은 각기 다른 문화를 가진 학생들이 문화 다양성을 배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외국 학생 위해 ESL프로그램 운영

스쿨 투어에 나선 이유강군(12년·왼쪽)과 동생 유혁군.

리들리 칼리지(Ridley College)의 브리안 이걸든(Brian Iggulden) 교감은 “리들리 칼리지는 다른 학교보다 외국 학생이 많아 서로 차이점을 배우고 융합, 동화되는 문화의 도가니(melting pot) 역할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소수민족이 많은 캐나다는 프랑스어와 영어를 공공기관에서 모두 사용하고 있어 다른 영어권 국가보다 인종 간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편이다.

토론토는 이른바 소수민족과 문화의 용광로라고 할 수 있다. 절반가량인 48%가 외국에서 온 이민자들이다. 리들리 칼리지는 토론토 지역의 특성을 잘 살려 외국 유학생들을 위한 교육적 배려와 프로그램을 잘 갖춘 학교라고 하겠다.

리들리 칼리지의 경우는 캐나다의 다른 사립학교(Independent school)보다 외국 학생들이 많이 다닌다. 독일, 멕시코, 스페인, 중국, 홍콩, 일본, 자메이카, 한국 등에서 유학을 왔다. 현재 한국 유학생은 28명으로 다른 학교에 비해 한국 학생 수는 많지 않은 편이다. 한국 학부모들은 한국 학생 수가 많지 않으면서 주로 미국 대학 진학률이 높은 학교를 선호한다. 이렇게 보면 리들리 칼리지야말로 한국 학생들이 다니기 좋은 학교라고 할 수 있다.

캐나다의 대부분 사립학교에서는 외국 학생들을 위해 ESL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은 데 비해 리들리 칼리지는 ESL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토플시험에 대비해 자체 교육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 이걸든 교감은 “유학생들이 최고의 아카데믹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외국 학생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파티를 열고 음식과 문화를 공유하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외국 학생이 많다 보니 가끔 학생끼리 다툼이 생기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큰 문제는 없었다고 한다. 한 번은 한국, 멕시코, 캐나다 학생이 싸워 학부모를 불렀는데 일이 원만하게 해결됐고 부모들이 사업 파트너가 돼 회사를 공동설립하기까지 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더불어 살아가는 인재되자’ 강조

학생들은 학기마다 스포츠 종목 하나를 선택해 이수해야 한다. 비가 오는데도 럭비 경기에 열중하고 있는 학생들

외국 유학생이 많은 리들리 칼리지는 ‘서로 인종과 문화가 다른 세계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인재가 되자’는 인성교육을 표방한다. 그래서 이 학교의 모토는 ‘May I be consumed in service’이다. 자신뿐 아니라 학교에 필요한 인재, 지역사회에 필요한 인재, 국가에 필요한 인재, 나아가 세계에 필요한 인재가 되라는 뜻이 들어 있다고 한다. 장차 학교를 졸업하고 세계에 나가 누구와 만나서도 잘 어울리고 적응할 수 있는 인간, 자신만을 위한 사람이 아니라 같이 더불어 살아가는 인재가 되라는 것이다. 서로 배려하는 글로벌 인재가 미래의 주역이 될 수 있다는 취지라고 이걸든 교감은 덧붙였다.

그는 이러한 교육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리들리 칼리지만의 차별화한 교육프로그램으로 이른바 ‘모모(MOMO=Mind Of My Own)’를 소개했다. “아이들마다 개성이 다르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방법도 달라야 합니다. 어떤 학생은 말로 설명하면 잘 이해하고 또 다른 학생은 문제를 직접 풀어보는 방식을 선호하기도 합니다. 학생들마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달라 각각의 학생들에게 맞게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리들리 칼리지는 앞서 소개한 애플비 칼리지와 마찬가지로 학생들에게 태블릿형 노트북을 지급하고 수업을 한다. 또 이 학교는 전통적으로 하키 강팀으로 명성이 높다. 영국이나 미국, 호주 등 영미권 국가처럼 캐나다의 사립학교도 대부분 학교마다 전통 있는 스포츠 종목이 있고 학기마다 사립학교 간 리그경기를 벌인다. 고3이라도 선수가 되기 위해 운동을 열심히 한다. 스포츠는 입시전쟁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에서는 중3이나 고3에서는 거의 폐강상태의 과목이지만 영미권 국가에서는 필수과목이다. 이 점이 가장 다른 점이다. 스포츠를 통해 협동심과 인내심, 극기력 등을 배운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인성교육 부재는 아마도 글로벌 인재가 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학비 연간 4200만 원 수준

위_브라이언 이걸든 교감은 "리들리 칼리지는 다양한 문화에서 온 학생들이 서로 문화를 배우는 용광로 역활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br>아래_리들리 칼리지는 학생들에게 스크린에 필기를 할 수 있는 태블릿 노트북을 지급해 수업에 활용하고 있다.

위_브라이언 이걸든 교감은 "리들리 칼리지는 다양한 문화에서 온 학생들이 서로 문화를 배우는 용광로 역활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래_리들리 칼리지는 학생들에게 스크린에 필기를 할 수 있는 태블릿 노트북을 지급해 수업에 활용하고 있다.

리들리 칼리지는 1889년에 영국의 사립학교를 모델로 설립한 초·중·고 과정의 전통 있는 사립학교다. 토론토에서 110㎞쯤 떨어진 세인트 캐서린(St. Catharines) 시에 있는데 나이애가라 폭로와 아주 가깝다. 학생 수는 600명이고 고교생이 500명이다. 이중 345명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나머지는 통학을 한다. 학급당 학생 수는 17명이고 학생과 교사 비율은 1 대 8로 높은 편이다. 학비는 4만2000달러.

우리나라 고3에 해당하는 학생 수는 160명 정도다. 이걸든 교감은 “캐나다 출신 학생들은 대부분 캐나다 대학에 진학하고 외국 학생들의 경우 미국 대학 진학률이 높다”고 한다. 지난해의 경우 94명이 캐나대 대학에 진학했다. 29명이 프린스턴대와 예일대 등 아이비리그를 포함해 보스턴대, 퍼듀대 등 미국에 있는 대학에 들어갔다. 한국 유학생 가운데 한 명은 연세대에 진학했다. 이걸든 교감은 “학생들은 특히 비즈니스와 경제·경영 관련 전공자가 많고, 그래서인지 다른 학교에 비해 사업가를 많이 배출하고 있다”고 말한다.

스쿨 투어를 맡은 한국 유학생인 이유강군(12학년)은 “대부분 한국 학생들은 미국 대학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금융분야를 전공해 펀드매니저로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유강군은 동생 유혁과 함께 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

이유혁군은 스쿨투어 중에 기숙사를 소개했다. 그런데 이 학교는 특이하게도 고3생인 12학년이 거주하는 남학생 기숙사와 여학생 기숙사가 바로 인접해 있어 눈길을 끌었다. 대부분 남녀 기숙사는 거리를 두고 달리 배치해두고 있는 게 일반적이다. 성적 호기심이 강한 사춘기의 청소년들이 자칫 탈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군은 “남녀 학생들이 서로 관심을 끌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하는 등 오히려 학습의욕을 높여주는 자극제가 되고 있다”면서 “규칙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고 하우스 마스터의 감시도 심해 탈선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사립학교에 들어오는 학생들은 비싼 등록금을 내고 공부하고 명문대에 진학하겠다는 목표도 뚜렷해 자신에 대한 절제력이 높아 탈선하는 학생은 거의 없는 편이라는 것. 이걸든 교감에게도 물었더니 “아직까지 별 문제가 없고 오히려 면학 분위기가 더 좋은 것 같다”고 답했다. 우리나라에서 남녀기숙사가 인접해 있었다면 학부모들이 가만 있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토론토는 미국 유학을 고려하는 학생들의 최적의 중간 기착지로 각광받는 곳이다. 토론토 지역이 캐나다에서 사립 명문 보딩스쿨이 많은 것은 명문 학교들이 즐비한 미국 동부인 보스턴과 뉴욕이 인접한 것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다만 명문 보딩스쿨의 경우 학비만 연간 4200만 원 수준이어서 미국의 5000만 원 수준과 별반 차이가 없다. 고교를 마치고 대학을 미국으로 보내려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캐나다의 공교육제도와 보딩스쿨

캐나다의 중·고교는 크게 공립학교, 사립학교로 나뉜다. 공립학교는 외국 학생도 입학할 수 있다. 토론토 영주권자나 시민권자는 학비가 면제되지만 외국 유학생은 학비를 내야 한다. 공립학교는 기숙사가 없기 때문에 홈스테이를 한다. 또 18세 미만의 유학생은 반드시 가디언을 두어야 한다. 가디언은 캐나다 영주권자나 시민권자여야 하고 학생의 법적 부모 역할을 한다. 부모의 대리 역할을 하기 때문에 누구를 가디언으로 하느냐가 중요하다. 1년 학비는 1만2000달러 수준, 홈스테이 비용은 1만 달러 수준이다.

사립학교는 대부분 영국식 교육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캐나다가 미국과 인접해 있어 미국의 교육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대부분 미국이 아닌 영국식 교육제도를 따르고 있다. 캐나다인들은 미국과 비교하는 것을 질색할 정도로 미국과 감정이 별로 좋지 않다고 한다.

사립학교는 보딩스쿨과 데이스쿨로 구분되는데 많은 학교가 보딩과 데이를 병행하고 있다. 명문 사립학교는 대부분 기숙사 시설을 갖추고 있다. 영국식 교육제도여서 학교간 우열이 있어 명문 사립학교에는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한국 유학생들의 경우 명문 사립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공립학교나 다른 사립학교를 거쳐 입학하는 게 관례처럼 되어 있다. 트리니티 칼리지 스쿨에 다니는 최기웅군의 경우 옥빌(Oakville)에 있는 데이스쿨인 맥클라클란 스쿨(MacLachlan College)를 거쳐 트리니티 칼리지에 들어갔다.

리들리 칼리지의 이걸든 교감은 “보딩스쿨의 매력은 단체생활을 통해 협동심과 책임감, 독립심을 키우고 혼자 살아가는 법을 청소년 시절부터 생활화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명문 보딩스쿨을 연중 시리즈로 연재하는 이유도 홈스테이나 부모가 동반해 아이들과 함께 기거하는 기러기가족의 경우 아이들에게 인성교육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했다. 반면 보딩스쿨의 경우 지식교육과 더불어 제대로 된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지니고 있다. 학생이 하고자 하는 자세를 갖추고 학교 생활에 임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만큼 최대한의 결과를 낼 수 있다.

토론토 명문 보딩스쿨에 유학 중인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토론토 시내에 나가면 공부는 뒷전인 채 주색으로 지새는 유학생들을 흔히 볼 수 있다고 전한다. 국내에서 부모와 함께 생활하는 학생들도 크게 ‘노는’ 부류와 ‘공부하는’ 부류로 양분된다. 토론토를 비롯해 대부분 유학생도 이러한 두 부류로 나뉜다. 부모의 시선과 간섭을 벗어난 유학생활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유학을 보내야 한다면 먼저 영어 실력을 갖추고 철저하게 준비한 후 아울러 명문 보딩스쿨에 진학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때 중간 경유지로 명문학교보다 한 단계 낮은 보딩스쿨을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엄격한 규율과 인성 교육 프로그램을 갖춘 명문 모딩스쿨을 잘 활용한다면 자녀가 유학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을 것이다.

칼럼 | 캐나다 교육의 장점은 무엇인가
명문사립들 ‘참여 기회’ 더 많이 제공

김진철<토론토유학원 원장>

이곳 캐나다에 살면서 두 자녀를 키우고 있고 많은 유학생의 진로와 진학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캐나다는 북미 국가로서 미국과 함께 세계 속의 리더 도시로 자리 잡고 있다. 캐나다의 교육수준과 대학진학률은 세계 1위이다. 또한 무한한 자원의 잠재력은 아마 지구 온난화 때문에 더 할 것이다. 교육수준은 토론토가 미국의 보스턴, 뉴욕과 함께 교육도시로서 맥락을 같이 한다.

캐나다의 공립교육은 우리가 찾고 원하는 형태의 수업의 질과 수준을 가지고 있진 않다. 많은 현지 캐나다 사람들이 사립교육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긴 한국식 교육은 세계 어디에도 찾기 힘드니 어떤 것이 정상이고 비정상인지는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고 싶다.

캐나다 교육의 장점은 사립은 물론 공립도 적은 학급당 학생 수와 높은 수준의 학습 성취도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캐나다 교육은 ‘참여’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고 사립학교 특히 명문 사립학교는 이런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한다.

그렇다면 왜 우리 학부모들은 영어권 조기유학에 열의를 가지는 것인가? 좀 더 자세히 얘기해보면 우리가 현재 직업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하며 가장 큰 벽에 부딪히는 부분은 무엇인가? 그것이 우리 자녀들이 글로벌 시대의 리더로서 다양한 경험과 교육을 경험하며 세계의 공통언어인 영어를 통해 인적 네트워크를 갖추게 하고자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이곳 명문 사립학교에서 한국 학생들이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리더로서 우수한 평가를 받는 학생도 많다. 몇몇 사립학교에 학생회장이 한국계인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이러한 명문 사립학교가 지닌 장점은 무엇일까.

첫째, 창의성과 능동적인 교육방식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의 어지간한 대학만큼이나 크고 좋은 학습 기자재 및 체육시설, 교사당 적은 학생 수, 컴퓨터를 통한 모든 교내 네트워크와 인프라 구성, 이런 교육환경이 가장 좋은 우리 두뇌들을 움직이게 하고 동기 유발을 하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교육환경이 아이들을 수동적이며 획일적인 교육 속에 얼마나 가두어두는지 여러분도 공감할 것이다.

둘째, 협조적이며 참여적인 사회성을 들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참여교육이 명문 사립학교에서는 학업뿐 아니라 다양한 과외활동을 통해 협조적인 사회성으로 교육한다는 것이다. 과외활동을 통한 교육은 사립학교들이 공립에 비해 기회가 월등히 많고 전문가적인 선생님들이 기숙사의 경우 24시간 학생들과 동고동락하며 학습 외에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한다.

셋째 네트워크다. 이곳 북미에서 상위 5%의 메이저 그룹들은 그 사람들끼리의 네트워크가 상당히 잘 이루어진다. 그 사이에 우리 아이들이 끼어들기가 그래서 힘든 것이고 아무리 우리 민족이 GNP 2만 달러 시대를 넘어선다고 하더라도 이 사람들 사이에선 주눅드는 까닭이 이런 점 때문인지 모른다. 기숙사 생활을 통한 학생들 간의 긴밀함 또한 모교에 대한 애착심과 북미와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집안의 자녀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이런 네트워크를 우리 아이들이 동문이란 테두리에서 얻을 수 있다면 한 번 해볼 만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계의 명문학교를 가다

물론 비용적인 면에서나 명문고에 들어가기 위한 어려움은 있겠지만 우리 자녀들에게 기숙사 생활을 하며 이런 교육환경의 기회를 주고 싶은 것이 필자의 바람이다. 우리 꿈나무들을 심혈을 기울여 가꾸고 키워나가는 부모와 교육자의 마음으로 그리고 세계의 중심이 될 한국의 미래를 위해 멀리 사는 동포로서 간절한 마음이다.

세인트 캐서린(캐나다)ㅣ최효찬〈객원기자·자녀경영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