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문학교를 가다](16)호주 세인트 마거릿 앵글리칸 걸스 스쿨

마지막회

단정한 유니폼 착용, 보수색 짙어

수업을 마치고 휴식시간에 담소하는 학생들.

임철규 연세대 명예교수가 쓴 ‘눈의 역사 눈의 미학’에 따르면 남성의 시선은 권력을 상징한다. 남성의 시선은 폭력적이고 심지어 제국주의적이라고까지 한다. 남성의 눈은 욕망을 추구하는 힘 그 자체인 것이다. 로마의 학자이자 시인이었던 바로는 “눈의 지각이 뿜어내는 힘은 별들에까지 이른다”고 했다. 그리스 비극에서 오이디푸스는 나중에 자신의 눈을 뽑아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자신의 죄를 벌한다. 모든 것이 눈의 욕망에서 비롯됐다는 의미다.

비약해서 말하면 캐나다와 영국 여학생들의 미니스커트 유니폼이 남학생들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남녀공학의 경우 여학생들의 짧은 스커트는 한창 성적 호기심이 왕성한 남학생들에게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남녀공학에서 상위권에는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더 많다. 이게 꼭 유니폼 때문은 아니겠지만 인과관계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임 교수는 눈의 미학을 논하면서 ‘나는 본다’는 의미는 ‘눈으로 범한다’라는 의미를 내포한다고 지적한다. 그 정도로 남성의 눈은 시각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반면 여성은 본능적으로 청각에 민감하다.

슈 사이몬 교장.

영국이나 캐나다의 남녀공학 학교에서 여학생들은 대부분 초미니스커트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눈의 미학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남녀공학에서 남학생들에게 여간 불리(?)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반면 호주에서는 영국이나 캐나다와 정반대였다. 브리즈번 시내 언덕에 있는 세인트 마거릿 앵글리칸 걸스 스쿨(St Margaret’s Anglican Girls School)은 호주에서 톱 10에 속하는 명문 여학교다. 이 학교에 가면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게 학생들의 유니폼이다. 그중에서도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긴 스커트가 인상적이다. 미니스커트가 시각을 자극하는 데 반해 롱스커트는 마음을 은근히 자극하는 것 같다. 유니폼은 짙은 청색인데 여기에 흰색 모자를 더해 단정하고 여성적인 자태를 뽐낸다.

그런데 이 학교는 남녀공학이 아니라 여학교다. 유치원부터 초·중·고교까지 모두 여학생뿐이다. 여학교인데도 세인트 마거릿은 무릎 밑 중간까지 올 정도로 긴 치마를 유니폼으로 입고 있다. 남녀공학도 아닌데 굳이 긴 치마를 입고 다닐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한국 학부모들에 좋은 반응 얻어
현지 가이드 임상규씨에 따르면 “호주는 남학교든 여학교든 남녀공학이든 여학생들의 스커트가 모두 롱스커트”라고 말한다. 호주는 사회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분위기가 강하고 대부분 학교가 교칙을 엄격하게 적용한다. 한국에서 온 조기 유학생들이나 대학생들이 보수적인 분위기에 당황할 때가 있을 정도라고 한다. 세인트 마거릿 학교의 슈 사이몬 교장은 “유니폼과 엄격한 학칙 등 보수적인 학교 분위기가 한국 학부모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한다.

사이몬 교장은 한국 학부모들을 의식해서인지 “학생들의 성적이 다른 학교에 비해 단연 뛰어나다”며 학교 자랑부터 했다. 12학년 140명 중 10명이 1등급을 받았다고 한다. 2006년도에는 1등급이 9%를 차지했는데 이는 퀸즈랜드 주의 평균 2.4%보다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사이몬 교장은 “기숙사는 전체 학생의 20%가 넘는 185명을 수용하는 규모지만 한국 학생들은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 학생 20명 대부분 홈스테이

(위) 세인트 마거릿 앵글리칸 걸스 스쿨은 호주의 명문 여학교로 브리즈번 시내에 있다. (아래) 클레이필드 칼리지에 다니는 엄향숙(맨 오른쪽)양은 회계사를 목표로 성공적인 유학생활을 하고 있다. 흰색 유니폼을 입은 학생은 비정규 과정인 클레이필드 국제학교 학생으로 영어를 배우고 있다.

한국 유학생들은 대부분 홈스테이를 한다. 이 학교는 전체 학생 수가 900명인데 외국인이 8%고 이중 한국 학생은 20명이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한국 학생은 2명뿐이다. 기숙사의 까다로운 규제 때문에 생활이 자유로운 홈스테이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기숙사 비용은 연간 1만5000호주달러고 등록금은 2만2300달러여서 연간 3만7000달러에 이른다. 영국과 미국, 캐나다에 비해 5000달러 정도 적지만 그렇더라도 결코 적은 비용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1학년인 강희주(10학년)양은 기숙사가 홈스테이보다 좋아 보딩하우스에서 생활하고 있다. 강양은 스위스 레잔에 있는 국제 학교인 레잔 아메리칸 스쿨에 2년 동안 유학한, 독특한 조기 유학 전력의 소유자다. 영어와 프랑스어를 공부한 강양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이나 영국, 캐나다 등지로 가려다 호주의 보수적인 학교 분위기가 좋아 이곳으로 왔다고 한다. 큐레이터가 꿈인 강양은 프랑스에서 대학을 다니고 싶어한다.

세인트 마거릿 여학교에는 한국 유학생 20명이 다니고 있다. 롱스커트 유니폼에 흰색 모자가 아름답다.

세인트 마거릿에 다니고 있는 여학생들은 대부분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유학 왔다. 10학년인 윤송희양은 중3 때 유학 와 영어 연수를 하기 위한 전문 교육기관인 클레이필드 인터내셔널 칼리지(CIC)에서 6개월 공부한 후 9학년부터 다니고 있다. 같은 학년인 김수현양도 중2 때 유학 와 CIC에서 8개월 공부한 후 9학년으로 들어왔다. 김지언양은 조기 유학이 다소 늦은 경우로 고1 때 왔다. CIC에서 6개월 다니다 고1인 10학년에 다니고 있다. 1년 정도 ‘학년 지체’가 되고 있는 셈이다. 시드니는 한국 유학생이 많아 그보다 덜한 브리즈번을 택했다고 한다. 홈스테이를 하는 최원경양은 지난해 10월 중3 때 유학 와 CIC에서 7개월 다녔다. 홈스테이 알선 회사를 통해 하숙을 구해 현재 중국 학생과 생활하고 있다. 원양은 “보딩하우스가 공부하기에는 좋지만 주말에 시내에 가지 못해 홈스테이를 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학생과 교사 간 신뢰관계 형성
문수윤양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2년 전 유학 와 현재 어머니와 함께 생활한다. CIC를 거쳐 현재 10학년이어서 1년 넘게 학년 지체된 셈이다. 조나연양도 엄마와 함께 지내고 있는데 동생(나경)도 이 학교 7학년에 다니고 있다. 아버지는 대만에서 사업하고 있어 ‘기러기 가족’인 셈이다. 조양도 CIC에서 6개월 동안 공부했다. 이들 여학생은 장차 하고 싶은 직업으로 실용적인 분야를 꼽았다. 반장을 하고 있는 윤송희양은 아트나 건축 분야, 문수윤양은 건축디자인, 김수현양은 발이나 척추 물리치료사 등이 목표라고 말한다.

언덕 위에 학교가 위치해 있어 시내 조망이 뛰어나다.

이들은 호주 유학의 매력으로 먼저 한국처럼 ‘교실 붕괴’ 현상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학생들은 교사를 존중하는 분위기여서 학생과 교사 간에 신뢰 관계가 형성돼 있다고 한다. 의문이 생겨 질문하면 알 때까지 계속 질문해도 교사가 귀찮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 반 인원이 11명에서 최대 20명도 안 돼 급우들과 친해질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호주 여학생들이 생각과 달리 너무 순수하고 우정을 중시하고 인종차별 등이 없다고 한다. 한국어도 정규 과목이어서 내신에 도움이 된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는 교실 붕괴에다 공교육이 사교육에 주도권을 내주고 있다. 학부모들도 자녀 이기주의가 심하다. 교육당국도 교육 주체도 모두 정상이 아니다. 세계의 명문학교를 둘러보면서 교육환경과 시설, 시스템들이 부럽고 또 부러웠다. ‘1%의 인재’를 잘 키워내는 나라가 세계를 리더할 것은 불문가지다.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교육 선진국의 학교 시스템들을 벤치마킹해 학교 정상화, 교육 정상화로 나아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호주 조기 유학에 관한 전문가의 조언

요즘 조기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학년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지난해까지와는 달리 최근에는 중학생의 조기 유학 희망자와 초등학교 학생의 조기 유학 희망자 비율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 다시 말해, 1월에 개학하여 12월에 방학하는 호주는 한국과 학년 이동이 편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도 적응하기 쉽다는 부모님들의 판단하에 초등학교 저학년층의 조기 유학이 확대되고 있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주한 호주대사관 교육부의 발표에 따르면, 호주의 명문 사립 학교들을 중심으로 초등학교 저학년의 자리가 모자라 유학생을 받아주지 못하는 경우가 급격히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초등학생을 호주로 데리고 어머니가 함께 가는 경우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직면하는 첫 번째 선택의 기로는 바로 ‘어떤 학교를 가느냐’다.

호주는 크게 공립학교와 사립학교로 구별할 수 있으며, 남녀공학, 남학교, 여학교, 기숙사를 제공하는 학교, 홈스테이를 추천하는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는 조건으로만 입학을 허용하는 학교들로 구분할 수 있다.

공립학교가 좋으냐, 사립학교가 좋으냐, 라는 질문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 공립이건 사립이건 학교에 따라 편차가 크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부분 사립학교가 교육 시스템이나 강사진, 학급 인원 대비 교사 수 등이 공립에 비하여 우수한 경우가 많다. 또 한국에서의 생활기록부 평가를 참고하여 학생을 선별적으로 받는 학교가 많으며, ESL(영어 지원) 시스템을 운영하거나 ‘초등학생 영어 적응과정 프로그램’(Primary Preparation Program)을 운영하는 학교도 있다.

중·고등학생의 경우 공립학교는 SSPP(영어 집중과정+교과별 영어과정)를 운영하기도 하고, 사립 중·고등학교는 이와 유사한 과정인 HSPP를 운영하기도 한다.

대개 유학생을 위한 영어 집중과정을 운영하지 않는 학교가 많기 때문에 이 과정이 있는 학교 중에서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공립학교도 ESL이나 SSPP를 운영하고 있는 학교는 전체 학교 중 일부에 국한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 때문에 일부 유학생은 처음 입학할 때는 영어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학교 중에서 선택하고, 영어 집중과정이 끝난 후에 다른 학교로 옮기는 경우도 있다.

학비는 공립학교의 경우 연간 8000~1만 호주달러로 여기에는 ESL이나 SSPP 학비를 정규 학비 외에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사립학교의 경우 1년 학비에 ESL이나 SSPP 비용이 포함돼 1만2000~2만 호주달러다. 사립학교는 학교 간 학비 편차가 크다.

꼭 알아두어야 할 점은 6학년 이하의 자녀를 공립학교에 입학시키려는 경우 주정부에 따라 공립학교로는 입학이 허용되지 않는 지역이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공립학교를 입학학 때는 어느 지역이나 삼촌 이내의 직계 보호자가 함께 가야 한다는 교육청의 권고 사항도 따라붙는다. 이들 규정 역시 사립학교로 입학하도록 부추기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학생 혼자 호주로 유학을 갈 경우에는 사립학교를 가야 한다. 학생은 학생비자를 신청하고 학교는 학생의 복지를 책임진다는 문서(Wellfare Letter)를 이민성 또는 한국 대사관에 제출해야 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기숙사를 제공하거나 홈스테이 수속을 대행하며, 홈스테이 수속을 대행할 경우 학생이 묵을 집을 직접 방문하여 방, 책상, 침대, 식생활, 가정의 안정성 등을 점검한 후 웰페어 레터를 발행한다. 비자를 신청하고 받기까지 약 2주가 소요되나 준비 기간은 4주 정도 필요하다.

호주는 한국과 달리 모든 도시에 명문 학교가 흩어져 있다. 한 도시, 특정 지역에 좋은 학교가 모여 있는 형태가 아닌 것이다. 영국 타임스에서 매년 발표하는 세계 100대 대학 중 10개 대학이 호주 대학인데 이들 대학도 한 도시에 있지 않고 각각의 도시에 나뉘어 있다. 최근에는 한국인의 비율이 높은 시드니와 겨울철(7~8월)에 비교적 추운 멜버른보다 애들레이드, 브리즈번, 퍼스 지역을 선호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특히 골드코스트와 인접해 있는 브리즈번은 주 5회 한국과의 직항 노선은 물론, 300개 이상의 학교가 있다. 게다가 인근의 골드코스트에서 학교의 액티비티 활동 및 주말 여가를 보내는 방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브리즈번의 명문 사립학교들은 입학 경쟁이 치열하여 유년기 시절에 학교 입학을 미리 예약하는 경우가 많다. 유학생의 경우라면 6개월에서 1년 전에는 예약을 마치는 것이 중요하다.

고준원<교육정보 실장>

국제 학교의 개념

학생들의 인터뷰에서 드러난 것처럼 이 학교에 다니고 있는 한국 유학생들은 대부분 CIC를 거쳤다. 세인트 마거릿과 그리 멀지 않은 브리즈번 시내에 있는 CIC는 국제 학교로 번역되는데, 우리나라의 국제 학교 개념이 아니다. CIC는 클레이필드 칼리지에서 운영하는 외국 유학생을 위한 ‘비정규 과정’의 영어 학교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세대 등에서 운영하는 한국어학당과 같은 개념으로 보면 된다. 다만 우리나라는 대학교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브리즈번의 국제 학교의 경우 고등학교에서 운영한다는 게 다르다.

브리즈번의 국제 학교는 사립 영어 학원과도 다르다. CIC의 운영은 학교 운영과 별반 다르지 않다. 6개월을 한 학기로 운영하고 기숙사를 두고 있다. 규율도 엄격해 기숙사나 학원에서 술과 담배 등을 할 수 없다. 호주에서는 흡연은 16살 미만, 음주는 18살 미만으로 엄격하게 법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학교와 마찬가지로 유니폼을 입는다. 학년 진급을 하지 못하는 것 이외에는 정규학교의 시스템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이다. CIC는 40~60명이 정원이고 레벨4까지 단계가 있다. CIC는 브리즈번에 유학 온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이 거치는 필수 코스인 셈이다.

세계의 명문학교를 가다

CIC는 클레이필드 칼리지에서 운영하는 비정규 영어 교육기관이지만 정규 학교 선택은 자유롭다. CIC에서 영어 과정을 마치고 클레이필드 칼리지(1935년 설립)에 들어왔다는 엄향숙(11년)양은 강한 인상을 남겨주었다. 경북 예천에서 중학교에 다니다 유학 온 엄양은 회계사를 목표로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 4년 전인 중2 중간고사를 마치고 유학 와 CIC에서 6개월을 공부했다. 특목고를 준비 중이어서 영어 실력은 뒤지지 않는 편이어서 적응하는 데도 힘들지 않았다고 한다.

엄양은 “학교장 추천으로 퀸즈랜드 공대에서 장학금을 받고 회계학 수업을 듣고 있다”고 살짝 귀띔했다. 대학에서 수업을 들으면 대학 진학 때 유리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는 “예천에서 고생하시는 부모님께 보답할 길은 열심히 공부해 목표로 하는 꿈을 이루는 것”이라면서 “호주 조기 유학의 성공 사례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엄양의 말에서 조기 유학의 성공 여부는 부모의 욕심이 아니라 당사자인 학생들의 열정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되새겨보게 되었다.

브리즈번(호주)ㅣ최효찬〈객원기자·자녀경영연구소장〉 roma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