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세상]국산 오디오의 자존심 사수하다

빠져들면 헤어나지 못한다는 취미 중의 하나가 오디오다. 한때 황금시대를 이루던 오디오업계는 유행과 산업 형태의 변화로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장덕수연구소(jangduksu.co.kr)는 공방의 형태로 살아남아 지금도 국산 오디오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자신의 이름으로 앰프를 만든 지 10여 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 분야에서 장덕수 대표는 이미 전설이 됐다.

한창 경기가 좋던 시절 독창적인 제품을 만들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유통업체의 제안이 들어왔다. 하지만 보급기 위주의 국내 제품과 고가의 외제 제품으로 시장이 나뉘었던 때라 그 틈을 비집어들기가 쉽지 않아 자신의 제품을 만드는 일은 모험이었다. 장덕수 대표가 개발한 반도체 앰프는 개발과 생산이 까다로워 소규모 업체의 도전이 쉽지 않은 분야였다.
“처음 제품을 만들자 오디오 전문가의 극찬이 쏟아졌고 주문이 밀렸습니다. 한동안 정신 없이 잘나가다가 갑자기 불황이 닥쳤고, 비로소 뭘 해야 할지 분명해졌습니다. 욕심이 사라지고 나서야 오디오를 만드는 열정이 남더군요.”

대기업도 떠나버린 오디오시장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비결은 신뢰를 잃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가 새로운 제품을 내놓으면 늘 찾아와 소리를 듣고 고칠 점을 지적해주는 고정 팬이 늘어났다. 자신의 화실에 장덕수연구소의 오디오를 설치해놓고 청취회를 여는 지지자도 있어 어려운 때 힘이 돼주었다.

“힘겨운 때일수록 음악은 지친 마음을 달래주고 힘을 줍니다. 제가 할 일은 그런 감동을 충실히 전달하는 기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소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쾌락과 시대를 뛰어넘어 천재들의 정신을 고스란히 전할 수 있다면 만족합니다.”
그는 공방에 전화벨이 자주 울리면 경기가 그만큼 좋아지는 증거라며, 요즘 전화가 잦다고 웃었다.

김천<자유기고가> mindtempl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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