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세상]지역 축제의 문화인류학적 연구

지방화시대를 가장 잘 대변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평창 하면 동계올림픽 유치, 여수는 세계박람회 등이 떠오르듯이 그 지방 고유의 브랜드화는 국민들에게 그 지역의 특성을 널리 알린다. 지역축제는 그 지방의 특색과 문화를 다른 지방 사람들에게 가장 잘 알리는 수단일 것이다. 유정아 박사는 83학번으로 서울대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했다. 유 박사가 대학을 다닐 때만 해도 축제에 대한 연구는 거의 전무했다. ‘상아탑’이라고 불리는 아카데미즘(academism)적 학문풍토에서 관광 위주의 축제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학문적 소양이 떨어지는 사람들이나 하는 분야에 불과했다. 유 박사도 축제에 대해 처음부터 그다지 큰 호기심이 있었던 건 아니다. 축제에 대한 관심은 문화인류학적 호기심에서 비롯했다. 10여 년 전 우연한 기회에 관람한 호암미술관 주최의 아프리카미술전에서 유 박사의 눈을 사로잡는 전시물이 있었다. 아프리카 토속 마스크(가면)다. 마스크의 기본적인 용도는 얼굴을 가리는 것이지만 유 박사는 ‘마스크가 오히려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 나라, 그 민족의 원형(原形)의 모습을 마스크를 통해 표현하는 것에 흥미를 느낀 유 박사는 한국의 가면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의 대표 마스크라 할 수 있는 하회탈을 연구하는 데 몰두했다. 그 나라의 대표적인 가면에 대한 연구야말로 한 민족의 전통민속학적인 원형을 찾는 작업이라는 생각을 시작으로 탈놀이, 탈춤의 현대적인 의미를 찾는 작업도 병행했다.

유 박사는 하회탈에 대한 연구를 마치고 프랑스 유학길에 올랐다. 파리의 사회과학고등교육원에서 사회인류학을 전공하면서 유 박사는 파리 외곽에 있는 인구 1만2000명의 작은 민속마을을 연구했고 1994년에 한국으로 귀국했다. 프랑스만 해도 축제에 대한 연구가 문화인류학의 한 분야로 전문 학문에 속하지만 1994년 당시 한국에서는 축제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걸음마 수준이었고 서점에 출시된 서적들도 관광자료 위주였다. 결혼과 밀려드는 강의로 몇 년간 정신없이 보내고 나니 점차 국내에서도 지방자치시대에 맞춰 지역 축제에 대한 관심이 크게 일기 시작했다. 축제 붐이 본격적으로 일어나면서 지역 축제와 관련한 회의도 늘고 국민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유 박사는 “지역 축제는 문화인류학의 블루오션이다. 축제는 그 지역이 지닌 문화의 결정판이다. 토착민들의 삶과 농축된 생활문화가 축제기간 중에 꽃이 피는 것이다”며 “축제가 그 지역의 삶과 문화를 제대로 표현하려면 먼저 그 지역 사람과 문화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대부분 축제가 관광 축제화하는 것은 공무원들이나 기획사들이 축제 전체를 통제하면서 생긴 부작용이다. 문화인류학자나 민속학자 등이 기획단계부터 참여해야 제대로 된 축제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대학에서는 지역 축제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문화인류학 분야에서 축제를 연구하는 것은 ‘마이너’이고 ‘이단아’ 취급을 받아왔지만 유 박사는 지역 축제에 대한 연구야말로 그 나라 그 민족에 대해 정확히 이해할 수 있고, 따라서 앞으로도 연구수행 과제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나라에도 영국의 에딘버러 축제나 프랑스의 아비뇽 축제 같은 지역문화를 접목한 우수한 축제가 많다. 경기 이천의 도자기문화 축제, 경주의 문화엑스포, 화천 산천어 축제, 보령 머드팩 축제, 함평 나비 축제 등은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것이다. 특히 강릉단오제는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또 조계종에서 부처님오신날에 맞추어 하는 연등축제는 세계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반면 서울시가 막대한 예산을 쏟은 ‘하이서울 페스티벌’에 대해서는 “규모가 너무 크고 산만하고 통일성 있는 아이덴티티가 없다. 너무 거대하고 멋있는 것에만 집착하다 보니 돈만 많이 들였지 끝나고 나면 뭘 봤는지 남는 게 없다”며 “오히려 상징성이 분명한 소규모 지역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서 발전해나가야 한다. 또 기획 단계에서 공무원과 문화원, 전문가 그룹을 참여시켜 분업화하는 것이 효울적이라고 본다”고 조언했다.

<김태열 기획위원 yol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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