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세상]출력 1W ‘우리 동네만의 미니방송’

안병천 국장이 이끄는 출력 1W의 미니 방송국 관악FM(100.3
MHz)은 마을 주민이면 누구나 디제이가 되고 피디가 된다. 아파트 옥상에 송신탑을 만들고 겨우 겨우 전파를 발사하지만 관악FM은 소출력 공동체 라디오로 방송위원회의 허가를 받은 정식 지상파 방송국이다. 안병천 국장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팔십 먹은 어르신까지 150명의 자원봉사자와 함께 그들만의 방송을 하고 있다.

시범 사업자로 선정돼 3년간의 준비를 마치고 전파를 발사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안 국장은 방송국장이라는 직함을 가졌지만 망치를 들어 스튜디오를 만들고 예산을 타러 방송위원회를 쫓아다니다 현장에서 방송을 진행하는 등 혼자서 몇 사람의 일을 하며 몇 년을 보냈다. 록밴드 ‘천지인’과 함께 음반 공연을 기획하던 그가 공동체라디오운동에 뛰어든 것은 뒤늦은 깨달음 때문이다.

“문득 돈을 버는 것보다 좋은 생각을 실현하여 세상을 바꾸는 것이 내게 더 맞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려서는 책 몇 권이 가르쳐준 이념을 숭배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확신은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때 열린 방송의 가능성을 찾게 됐습니다.”

그는 대형 방송국에서는 시도할 수 없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민들 속에 파고들었다. 관악구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인 로드뮤직은 그야말로 동네 시장과 버스 정류장을 누비며 세상의 이야기를 듣고 전한다. 신림동 고시촌에서 방송을 듣기 위해 옥상까지 안테나를 새로 달았다는 사연을 듣고 과연 누가 이 방송을 듣고 있을까 하는 걱정이 사라졌다.
“한두 명이 듣더라도 시민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송을 할 것입니다. 주민들이 우리의 자산이고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 함께 나누는 것이 관악FM의 목표입니다.”

사람@세상

그는 요즘 노인복지관에 스튜디오를 만들어 방송 제작 실무를 가르치느라 바쁘다. 방송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주고 행복한 방송을 만들어 함께 나누는 것이 자신의 길이라 믿기 때문이다.

김천<자유기고가> mindtempl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