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세상]‘변치 않는 사진’으로 추억을 간직하세요

이규성 피앤테크 사장이 에칭 사진들을 소개하고 있다. <피앤테크>

결혼 사진을 평생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지금까지는 사진을 액자에 넣어서 보관하는 방식밖에 없었다. 따라서 액자가 파손되면 사진도 쓸모없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기술은 항상 필요를 충족시킨다. 결혼식 또는 자녀들의 돌·백일 사진 등 가족들의 소중한 장면을 담은 사진을 영구히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시판에 들어갔다. 바로 에칭(etching) 기술로 만든 ‘포토 에칭(금속 사진)’. 포토 에칭 사진은 잃어버리거나 파손되지 않는 한 처음 상태 그대로 유지된다. 포토 에칭은 초정밀 에칭 기술을 이용해 금속판에 정밀한 홈을 만들어 그 안에 특수잉크를 넣어 어떤 악조건에서도 변색되지 않는 사진을 만드는 기술이다. 서양미술의 판화기법에서 유래한 에칭은 금속을 산(酸) 등의 화학약품으로 부식시키거나 잘라내 원하는 형태의 모양을 만들어내는 초정밀 금속 가공기술이다.

“고객이 주문하는 소중한 추억이 담긴 사진을 영구적으로 보존해 드리겠습니다. 사진뿐 아니라 판촉물, 명함 케이스, 액세서리, 인테리어 제품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경기 안산에 있는 금속에칭부품 전문 업체 피앤테크 이규성 사장은 국내 최초로 시판하는 포토 에칭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 회사의 포토 에칭 기술은 사진을 금속판 표면에 옮기기 직전 분해하는 망점의 단위가 200(수치가 높을수록 정밀함) 정도로 기존 인쇄방식(80~120)의 금속 사진보다 2배 정도 높아 이미지가 선명하고 보존성도 우수하다. 이 사장은 “이 기술은 금속 표면을 오목하게 파낸 뒤 잉크를 채워 넣고 코팅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기존의 잉크를 볼록하게 인쇄하는 방식보다 훼손될 염려가 없다”고 강조했다.

에칭 기술을 이용한 피앤테크의 사진 등 각종 제품은 에픽(EPic: 에칭+픽처)이라는 브랜드명으로 6월부터 국내에 선보였다. 우선 서울과 광양에는 특판점이 개설됐으며, 인터넷 쇼핑몰 등 온라인에도 에칭 제품들을 판매한다. 피앤테크는 애칭 관련 상품으로 사진·판촉물·명함 케이스·상장 및 상패·간판 및 표지판·액세서리 등도 출시했다. 특히 에칭 간판, 안내 표지판은 일반 플라스틱이나 금속 제품보다 관리 비용이 훨씬 적게 드는 것이 장점이다.

이와 함께 피앤테크는 야심작으로 에칭 기술을 이용한 각종 인테리어 상품도 내놨다. 벽면 전체 또는 일부를 에칭 기술로 디자인한 사진이나 그림 등으로 연출하는 것. 물론 여기에는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이 함께한다. 예를 들어 레스토랑, 카페 등의 벽면을 에칭 기법을 이용한 디자인으로 꾸미는 것이다. 에칭 인테리어는 금속의 강한 이미지와 황동의 화려함 때문에 고급스럽고 중후한 느낌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이규성 사장은 “인테리어 에칭은 어떠한 조건에서도 변색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면서 “여기에 LED 조명과 어우러져 마치 유럽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 것 것”이라고 말했다.

에칭 기술을 이용한 각종 인테리어 제품. <피앤테크>

피앤테크는 시장 반응에 따라 인천, 대구 등 5대 도시와 지방의 주요 도시에 특판점을 계속 설립할 예정이다.

피앤테크는 이미 한 인터넷 쇼핑몰 업체와도 제휴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쇼핑몰 업체가 판매하는 제품에 에칭 사진을 사은품으로 제공하기로 한 것. 만약 고객이 쇼핑몰 업체에서 제품을 사면 에칭 사진을 무료로 제공받는다. 특히 고객은 백일, 돌, 영정, 가족 사진 등 고객이 원하는 사진을 제공받을 수 있다. 가격은 중형 크기(50㎝×40㎝) 액자의 경우 20만 원 선이다. 하지만 단체가 주문할 경우 수량에 따라 가격은 훨씬 저렴해질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 사장은 “우선 스테인리스와 동판의 금속 색감을 그대로 살린 흑백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올해 연말에는 알루미늄판 컬러 사진 에칭 제품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피앤테크는 이 같은 제품을 시장에 처음으로 출시하기 때문에 매출액을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 피앤테크는 올해는 10억 원 안팎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토 애칭에 대한 광고·선전 등 마케팅을 특별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분간은 고객에게 제품을 알리는 데 몰두할 예정이다. 하지만 피앤테크는 내년부터는 포토 에칭 시장을 밝게 전망하고 있다. 현재 결혼, 가족 사진 등의 기념 액자 시장 규모는 연간 1000억 원이며, 여기에 판촉물, 인테리어 제품 등의 시장까지 합치면 3000억 원 정도다. 피앤테크는 앞으로 전체 시장 규모의 10분의 1인 매출 300억 원을 올리는 것이 목표다.

이 사장은 다른 경쟁업체들이 달려들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환영한다’는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그는 “다른 업체들이 뛰어들면 시장 규모도 커질 것이고 선의의 경쟁으로 제품도 좋아질 것”이라며 “혼자서 독불장군처럼 하면 오히려 잘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사장의 얼굴에는 경쟁업체들이 나와도 자신 있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무엇보다 우수한 디자인 기술을 바탕으로 신제품 생산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시공을 제외한 모든 공정에서 피앤테크가 자체 인력과 기술로 생산하기 때문에 가격 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이규성 사장이 주종목인 휴대전화 키패드(번호판) 제작에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한 것은 경영의 안정성 때문이다. 주문생산 방식의 이 회사는 대기업과 직접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의 거래업체와 계약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는 소위 2차 벤더 업체다. 때문에 시장 상황에 따라 매출액의 변동이 클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모토로라의 휴대전화가 잘 나갈 때면 주문이 쇄도하는 반면 이 제품이 시장에서 반응이 좋지 않으면 주문은 대폭 줄어든다. 이 같은 상황은 매출로 곧바로 연결돼 회사의 경영 상황을 어렵게 만든다. 실제로 이 회사의 매출은 2005년 29억 원, 2006년 78억 원, 2007년 61억 원 등 ‘매출 널뛰기 현상’이 심했다. 회사 매출은 휴대전화 키패드가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정밀전자부품, 자동차부품 등이 30%를 차지한다.

이규성 사장은 이에 따라 주문 제품이 아닌 피앤테크 자체 브랜드를 직접 시장에 출시하기로 마음먹었다. 특히 이 사장이 주목한 것은 회사의 설비를 그대로 이용하고 기술을 실생활에 접목할 수 있는 제품을 찾는다는 것. 그것이 바로 에칭 관련 다양한 제품들이다.

안산 반월공단에 있는 피앤테크는 공장 이전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이에 따라 충남 당진의 지방산업단지에 공장 부지도 마련해놓았다. 현재 있는 회사의 공간이 협소하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넓은 공간을 마련하면 우선 농구, 족구, 배드민턴 같은 체육시설과 기숙사를 짓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직원들이 쉬는 시간에 마음껏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것이 가장 안타까웠다. 그의 직원들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래서인지 피앤테크 직원들의 이직률은 거의 제로(0)에 가까울 정도로 경영진과 직원이 혼연일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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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장은 “회사를 직원들이 믿고 일할 수 있는 일터로 만들겠다”면서 “앞으로 직원들이 연관된 아이템으로 분사를 하겠다고 한다면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이규성 사장과 분사 업체 직원들의 꿈은 전체 매출액이 1000억 원이 되는 것이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