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보검색사 출신 허정은씨의 좋은 엄마 되기 사례

“아이 독서 위해 책읽기 카페 운영”

허정은씨와 딸 소연·소유양.

자녀교육에 성공한 어머니는 누구보다 부지런하다. 아침에 누구보다 먼저 일찍 일어나 집안에 생기와 활력을 불러일으킨다. 정성이 깃든 음식으로 가족들의 건강을 챙긴다. 어머니의 부지런함으로 집안과 가족구성원 모두 심리적인 안정감 속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에 늦잠을 자는 어머니 밑에서는 훌륭한 인재가 나올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어머니도 있다. 남편과 자녀는 방치하면서 자신의 치장에만 열을 올린다. 집안은 구석구석 어질러 있다. 한마디로 집안 분위기가 엉망이다. 자녀의 친구가 방문해도 어머니는 대접할 줄도 모른다. 라면을 끓여주면 그나마 다행이다. 이런 어머니 밑에서 훌륭한 인물이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이런 가정이 화목할 리가 없다.

성공하는 여성들은 자기보다 먼저 가족을 챙긴다. 남편과 자녀를 먼저 챙기고 자신은 나중에 돌본다. 이게 어머니가 아름다운 까닭이다. 이런 여성이라면 남편이나 자녀들에게 사랑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모습이 어머니의 진정한 카리스마와 헌신성이 아닐까. 여기에 아빠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아내가 부지런하면 남편 역시 제 몫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에게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회원수 2년도 안 돼 2만3000명

허정은·박헌정씨 부부는 우리 시대에 자녀교육에 노하우를 스스로 터득해가며 두 자매를 키우고 있다. 스스로 ‘부모되기’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부부되기’는 두 사람이 만나 결혼을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부모되기’는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하나의 인격체인 아이라는 대상이 있기 때문이다.

허정은씨(37)의 ‘부모되기’의 출발점은 인터넷 카페였다. 그는 책읽기와 관련된 ‘우리아이 책까페’(http://cafe.naver. com/nowbook) 를 운영하고 있다. 2005년 10월에 열었는데, 현재 회원수가 2만3000여 명에 이른다. 이곳은 매일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어떤 단계로 책읽기를 지도해야 하는지, 또 책은 어떤 책이 좋고 어떻게 구하는 것이 좋은지 등에 대한 정보가 가득하다. 아이와 책읽기를 고민하는 엄마들의 쉼터이자 정보마당인 셈이다. 운영자인 허씨는 이 카페에서 하루를 보내며 상담과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다른 엄마들의 육아고민을 함께 나누다 보면 어느덧 훌쩍 하루해가 저물 때가 많다.

허씨가 카페를 운영하게 된 것은 두 딸(박소연·소유)의 부모가 되었기 때문이다. 카페를 운영하기 전까지 그 역시 다른 엄마들처럼 아이 교육을 위해서라면 안 해 본 것이 없다. 이것저것 다 시도해보았지만 정답이 없었다. 아이들도 지쳐갔고 그 역시 지쳐갔다. 사교육은 분명 정답이 아니었다. 그런데 정답은 의외로 상식적인 수준에서 나왔다. ‘책읽기’였다. 허씨는 “처음에는 욕심이 많아 두 딸에게 학원이며 과외를 다 시켜보았다”면서 “장기적으로 아이의 미래와 성과를 생각할 때 ‘이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때부터 허씨는 ‘책읽기’에서 모든 길을 찾고자 했다.

먼저 그에게 부여된 과제는 ‘책을 무엇부터, 어떻게 읽게 할 것인가’였다. 그 해답을 그는 ‘전집’에서 찾았다. 일단 양질의 전집을 구입해놓고 아이에게 필요한 책을 읽게 하자는 것이었다. 전집의 이점은 연령별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집은 읽다 재미가 없어질 경우 다른 책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전집을 읽는 사이사이에 단행본 읽기를 추가했다. 이렇게 하나둘 자료가 쌓여가면서 연령에 맞는 단행본 커리큘럼을 만들 수 있었다.

그가 만든 연령별 커리큘럼을 보면, 우선 유아시기에는 ‘창작’ 단행본으로 시작을 한다. 1~2질로 50~100권을 반복해서 아이에게 읽어주면 언어의 묘미와 함께 엄마에게 밀착감을 느끼면서 아이의 언어 및 정서발달에 크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엄마와 아이가 책으로 교감하는 것이다. 아이는 말을 배우면서 점차 말이 많아진다. 이어 아이와 함께 야외로 나가 자연관찰을 직접 하면서 사물의 이름을 인지하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여섯 살부터는 과학과 사회탐구와 관련된 전집을 읽게 하고 이어 백과사전이나 역사, 위인전 등으로 옮아간다. 이렇게 엄마가 책읽기를 지도할 경우 집중력이 높은 아이는 3~4학년이 되면 엄마가 지도하는 커리큘럼이 필요 없어진다. 아이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것이다. 독서의 집중력이 높아지면 아이에게 한 달에 300권 읽기에 도전하게 한다. “책의 바다에 빠지게 유도하고 분위기를 만들어주면 아이는 독서광으로 점차 변해갈 수 있다”고 그는 강조한다.

허씨가 ‘책읽기’ 카페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정보검색사라는 전직이 큰 밑거름이 됐다고 한다. 그는 대학을 나와 인터넷 초기시절부터 정보검색사로 변신했다. 당시에는 검색기능이 발달하지 않아 별도로 정보검색사가 필요하던 시절이었다. 온라인 이동통신에서 15년 동안 강의를 했고 TV에 출연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잘나가는 정보검색사 3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이러한 전력이 바탕이 돼 두 딸을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책읽기 카페를 운영하게 된 것이다.

엄마가 책읽기 카페를 운영하자 두 딸의 책읽기는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아이들은 경쟁적으로 책을 읽는다. 처음에는 물론 조급증이 나기도 했다. 그는 책읽기를 지도할 때 부모가 가장 경계해야 할 점으로 ‘조급성’을 들었다. 효과가 빨리 나타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 부모가 아이를 책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허씨는 ‘슬쩍 끼어들게 유도하기’를 권했다.

아빠는 여행 통한 체험학습 전담

“아이가 현재 어느 정도 독서를 하고 있는지 점검해볼 필요성을 느낄 때 책 읽은 것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엄마와 아빠가 이야기를 하면서 ‘여보, 우리 아이의 독서수준이 쑥쑥 커가는 것 같아요. 글쎄 어제는 포리스트 카터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을 사달라고 했어요. 참 대견스럽지 않아요, 여보!”

이렇게 하면 아이는 더욱 신이 나서 책을 읽게 되고 나아가 스스로 글쓰기에 도전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허씨는 “큰딸 소연이가 책을 읽으면서 글쓰기의 욕구를 스스로 느낀 것 같아 마음이 뿌듯했다”고 말한다. 학교에서 글쓰기로 상을 타자 더욱 자신감이 생겼고 독서에 더 열중하더라는 것이다.

엄마가 책읽기 카페를 운영하면서 아빠인 박헌정씨(40)는 여행을 통한 현장학습을 전담하고 있다. 박씨는 주말이면 어김없이 아내와 두 딸을 동반하고 여행길에 오른다. 경주와 부여 등 고도를 방문하기도 하고 문화재나 문화체험방이 있는 곳도 즐겨 찾는다. 또 점심은 대부분 인근 초등학교에 들러 직접 해먹는다. 아이들도 좋아하고 즐거운 추억도 남길 수 있다. 지난 주말에는 안동 병산서원과 도산서원, 민속박물관을 둘러보고 ‘농암종택’에서 한옥체험을 하고 돌아왔다.

박씨는 귀갓길에 승용차에서는 반드시 방문지와 관련된 단어를 가지고 이야기하면서 아이들에게 학습효과를 높여준다. 부여의 경우 ‘선화공주, 부소산성, 낙화암, 삼천궁연, 칠지도, 계백장군, 의자왕, 노리사치계, 금동대향로, 능산리고분…’ 등으로 단어를 기억하는 게임을 하다 보면 절로 현장학습이 되기 때문이다.

교육

허정은·박헌정씨 부부는 서로 역할을 분담하면서 자녀교육의 효과를 높이고 있다. 책읽기와 여행은 아이에게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부모되기 혹은 부모답기는 노력하지 않으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이들 부부야말로 스스로 부모되기의 모범을 보여주면서 자녀교육과 함께 화목한 가정을 일구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효찬<객원기자>